중환자실에서 나온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더니
갑자기 내 귀에 속삭였지
“싱크대 위에 통장 있어”
짐작만 할 뿐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수십 년 동안 눈물 훔쳐가며 아껴 모은
엄마의 비밀통장 등장이요
몇 달 후 엄마 떠난 뒤
우리는 그 통장에서
병원비 이천만원 내고
장례비 이천만원 내고
집유지비·제사비용 아껴뒀지
그치만 다 쓰고 떠나면 좋았을 걸
조금쯤 흥청망청해도 괜찮았을 걸
평생 용돈 조르던 아빠도 모르게
꽁꽁 꼬불쳐놓은 소중한 1억 원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왜 이렇게 서러움이 사무치는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울 엄마아빠 영혼을 갈아 넣은
손때 묻은 비밀통장
먼지처럼 사라지고
자식들 가슴에 백배로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