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후를 생각한다 – 북미 선주민의 지혜에서 배우는 ‘장기주의’

이로쿼이족의 7세대 원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 중 하나가 바로 ‘생명의 연속성’이었다. 족장들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 선택이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물었다. 생명이 끊어지면 7세대를 생각할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의 복지를 현재 세대와 동등하게 고려하고, 수백 년 후의 결과까지 내다보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북미 선주민 이로쿼이족에게는 ‘7세대 원칙’을 살펴본다.

북미 선주민 이로쿼이족의 7세대 원칙

북미 선주민 이로쿼이족에게는 ‘7세대 원칙(Seven Generation Principle)’이라는 오랜 지혜가 있다.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7세대 후의 후손들에게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하면 약 210년, 거의 두 세기 후의 미래까지 내다보며 현재의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전통이나 관습이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실용적 지혜였다.

북미 선주민 이로쿼이족에게는 ‘7세대 원칙‘이라는,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7세대 후의 후손들에게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사진 출처 : Boston Public Library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를 만든 토머스 제퍼슨이나 벤저민 프랭클린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 대표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모델뿐 아니라 미국 연맹의 모델도 바로 북미 선주민 6개 부족들의 연맹에서 빌려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무계급사회 개념은 유럽에서 유입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겠지만 실은 이로쿼이에서 본떴다고 한다.

더욱이 이로쿼이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넘어 동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의 평등성을 주장했다는 것이고, 이는 오늘날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부족 전체 일을 관장하는 평의회, 연맹을 관장하는 대의회의 구성, 의회 구성원들이 모두 민주적인 절차로 뽑혔다. 모계사회인 이 부족은 남성 추장의 해임 여부를 여성들이 결정했다. 정치는 남성이 했지만, 거부권과 탄핵권은 여성이 가졌다고 한다. 또 특별한 것은 연맹에 여성과 남성, 2개의 젠더가 아니라 3-5개의 젠더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세련된 정치체제였다는 것이다.

단기주의에서 장기주의 시스템으로

현대의 장기주의(Longtermism)는 바로 이 7세대 원칙의 현대적 계승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이래 이제껏 살아온 인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래세대는 수백억, 수조 명이 더 태어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하며, 지금 우리의 결정 효과가 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미래 세대의 복지를 현재 세대와 동등하게 고려하고, 수백 년 후의 결과까지 내다보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정치와 정책은 과연 7세대 후를 생각하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오늘날 정치인들은 4년 또는 5년의 임기만 책임질 뿐이며 기업은 1년 단위의 단기이익에만 몰두할 뿐이다. 우리의 정치시스템의 단기주의적 사고(Short-termism)에 갇혀 있다.

이로쿼이족의 족장들이 둥근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7세대 후 아이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결정을 내렸다면, 현대의 정치인들은 당장의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 승리만을 생각하며 정책을 만든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현대 민주주의는 단기적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로 설계되어 있고,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과연 무엇이 현실일까?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보라. 기후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결과이며, 그 해결책 역시 수십 년에 걸쳐 실행되어야 한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구조적 변화의 결과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최소 30-40년의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가져올 사회 변화 역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4-5년 단위로 사고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는 마치 겨울을 준비하지 않고 여름의 풍요로움에만 취해 있는 우화 속 베짱이와 같다. 이로쿼이족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들을 우리는 매일 반복하고 있다.

시스템의 DNA부터 바꿔야 한다

이로쿼이족의 결정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그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7세대 후 대변인’이라는 역할을 두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를 대변하여 현재의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현재 세대의 이익에만 치우칠 수 있는 결정 과정에 균형추 역할을 했다.

한국의 정책 수립 과정에도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환경영향평가서는 의무적으로 작성하면서도, 정작 30년 후 이 정책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주요 정책에 ‘미래영향평가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하도록 하고, 이를 단순한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판단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7세대 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미래세대위원회’ 또는 ‘장기정책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선거와 무관한 5-7년 임기로 구성하여 기후변화, 인구변화, 기술변화 등 장기 의제만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현재 세대 인간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비인간존재와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3권분립 시스템을 보완하여 그런 역할을 할 제4부인 ‘미래기획부’를 두자는 안병진 교수의 제안에 적극 동의한 바가 있다.

그래서 정책 평가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는 정책의 성과를 2-3년 내 가시적 결과로만 판단한다. 하지만 7세대 원칙으로 보면 진정한 정책의 성과는 30년, 50년 후에 나타난다. 정책 평가 기준에 장기효과 항목을 추가하고, 이를 정책 담당자의 인사평가에도 반영해야 한다. 물론 장기효과를 당장 측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했는지,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는 평가할 수 있다.

미래 위한 장기투자가 미래를 만든다

이로쿼이족은 현재의 풍요로움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저축했다. 사냥감이 풍부할 때도 과도한 사냥을 자제했고, 숲의 자원을 사용할 때도 재생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사용했다. 이는 7세대 후에도 같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현대 한국의 예산 구조를 7세대 원칙으로 평가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현재 각종 기금들이 산재해 있으면서도 정작 미래를 위한 체계적 투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같은 연기금들도 단기 수익률에만 매달려 있을 뿐, 진정한 장기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미래세대기금’이 필요하다. 탄소세, 디지털세, 로봇세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여 이 기금에 투입하고, 이 자금을 오직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만 사용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기초과학 연구, 교육 인프라, 사회안전망 구축 등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지만 7세대 후에는 반드시 필요한 투자들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R&D 투자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는 2-3년 내에 상용화 가능한 기술 개발에만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10년, 20년의 긴 호흡으로 이뤄진다. 이로쿼이족이 7세대 후의 숲을 위해 지금 나무를 심었듯이, 우리도 7세대 후의 기술 문명을 위해 지금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기초과학 연구비를 현재 GDP 대비 0.2%에서 0.5%로 대폭 증액하고, 실패를 전제로 하는 “문샷 프로젝트”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지 않고 10년, 15년의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세대에게는 비용이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선물이 될 것이다.

인구 위기, 7세대의 관점에서 보라

이로쿼이족의 7세대 원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 중 하나가 바로 ‘생명의 연속성’이었다. 족장들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 선택이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물었다. 생명이 끊어지면 7세대를 생각할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7세대 원칙으로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현재 출산율 0.72명이 지속된다면, 7세대 후 한국 인구는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민족의 소멸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출산 장려금 지급 같은 단기적 처방에 머물러 있다.

7세대 원칙으로 접근한다면 근본적인 사회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이로쿼이족 사회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개별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었다. 우리도 육아와 교육을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육아휴직 급여를 현재 소득 10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남성 육아휴직을 공무원부터 의무화해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5년 내 80%까지 확대하고, 대학 등록금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여 교육비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문화의 변화다. 현재 한국 사회는 개인의 성취와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로쿼이족처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문화를 만들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조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생태위기, 지구라는 공동 자산의 관리

이로쿼이족에게 자연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소중하게 지키고 관리할 공동의 자산, 커먼즈(Commons)였다. 그들에게는 ‘땅을 소유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땅은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용한 만큼 돌려주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더 좋은 상태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를 볼 때도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 지구의 대기는 현재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 7세대 후 우리 후손들도 함께 사용해야 할 공동 자산이다. 우리가 지금 배출하는 탄소는 175년 후에도 대기 중에 남아 있을 것이고, 그때의 아이들은 우리가 만든 기후 조건에서 살아가야 한다. 탄소중립 205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기술 문제나 경제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7세대 원칙으로 보면 이는 도덕적 의무이자 생존의 문제다.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비율을 현재보다 2배 상향 조정하고, 건물 에너지효율 의무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 전기차 전환을 위한 충전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구축하고,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 개편하여 개인 차량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또한 탄소 가격제도 본격 도입해야 한다. 탄소배출권거래제 적용 업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탄소세를 도입하여 탄소 배출에 적절한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 이때 탄소세 수입의 일정 비율을 저소득층 지원에 활용한다면 환경 보호와 사회 정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기후 적응 인프라 구축에도 큰 투자가 있어야 한다.

교육, 7세대 사고력을 기르는 학습

장기주의적 페러다임을 위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7세대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이로쿼이 선주민들은 아이들에게 모든 행동의 결과를 7세대 후까지 생각해보라고 가르쳤다. 나무 한 그루를 베기 전에도 “이 나무가 7세대 후에도 필요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정반대다. 단기적 성과와 경쟁에만 집중하고, 장기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초중고 12년 동안 아이들은 당장의 시험 점수에만 매달리고, 10년 후 자신의 모습조차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미래학” 과목을 신설하여 학생들이 장기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윤리와 공동체적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부추기는 경쟁교육이 아니라 공존과 협력을 가르치는 생태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먼 미래까지 이어질 삶’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단순히 미래 기술의 소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당연히 대학 입시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암기와 문제 풀이 능력이 아니라 ‘장기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입시에서 장기적 관점의 에세이 작성,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 수행 경험 등을 평가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

성인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로쿼이족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더 큰 책임을 지고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단순한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장기적 사고력, 시스템 사고, 지속 가능성 등을 포함한 종합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의 직업훈련 의무 시간을 대폭 확대하고, 여기에 미래 대비 교육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AI, 바이오 등 기술발전도 7세대 뒤 안전 생각해야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 유전공학, 나노기술 등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기술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이런 기술들은 7세대 후 인류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AI는 10-20년 후 인간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의미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화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당장의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하고, 장기적 사회 영향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다.

7세대 원칙으로 보면 AI 개발에서 안전성과 통제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보다 훨씬 강화된 AI 안전성 연구에 투자하고, AI 개발과 배포에 대한 엄격한 규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AI로 인한 대량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유전공학 기술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인간 종족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위험한 기술이기도 하다. 이로쿼이족이라면 “이 기술이 7세대 후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신중히 고려했을 것이다. AI와 바이오 안전성 강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연구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또한 팬데믹 대응 시스템을 상시 운영체계로 전환하여 미래의 생물학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정치적 실행, 작은 씨앗부터 심자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몇몇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부 진보적인 지자체의 정책에서 ‘미래영향평가서’작성을 의무화하고, ‘미래기획부’나 ‘장기정책위원회’를 시범 운영해보는 것이다. 성과가 나타나면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7세대 원칙을 널리 알리고, 장기주의적 사고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미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모든 것은 ‘7세대 후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사진출처 : Markus Spiske

정치권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7세대 원칙에 동의하는 정치인들이 ‘미래정치연구회’ 같은 초당적 모임을 만들어 장기적 의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언론은 대부분 단기적 이슈와 스캔들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7세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 관점의 보도와 분석을 늘려야 한다. ‘7세대 후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정책과 이슈들을 다뤄야 한다.

한국은 중견국가로서 이제 글로벌 과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이 7세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지역 협력을 주도할 수 있다. 중국, 일본과의 역사적 갈등을 뛰어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동북아 기후변화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AI 안전성과 거버넌스에 대한 지역적 표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 해양 오염 등 초국경적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이상적으로만 들릴 수 있다. 현실 정치에서는 당장의 표가 중요하다. 그러나 비인간존재나 7세대 후 아이들은 투표권이 없다. 그래서 인간중심의 근대 민주주의를 확대하여 비인간존재와 미래세대까지를 아우르는 생태민주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

새 정부에게 7세대 미래를 위한 구상을 기대한다

광장의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 조직개편에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심각해지는 기후문제에 통합적인 대처를 위한 효율적인 역할을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안 된다. 기후위기는 오늘날 단기주의에 의거한 시스템을 장기주의 시스템으로 개편하라는 강력한 전환의 메시지이다. 또한 현재인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책임감을 갖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라는 메시지이다.

이전 정부에 의해 망가진 정치 경제시스템을 복원하고 새롭게 경제적 활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다시 성장하는 나라’를 새로운 국정방침으로 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제 성장과 더불어 ‘성숙’사회로의 기치가 함께 가야 하며, 현재의 가치만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미래를 위한 정책이 동시에 사회시스템 속에 안착되어야 한다. 강력한 전환이 가능한 임기 초, 기본소득과 돌봄을 통합한 기본사회를 정책 기치로 한 이재명 정부에게 미래 7세대 전통을 계승한 장기주의 정책구상을 기대한다.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렸습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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