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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생각해봐
신라 때부터 살았던 나무가
알았을까
동백 숲길 따라 올라온
차돌 같은 스님
용화세상 기다리며
억 년 바위 쪼아
한 단 한 단 오층탑 쌓았어
왜구가 몇 번을 닥치고
화마가 몇 차례 휩쓴 뒤
대웅전이 거듭 섰다 무너지고
오소리 마을이 된 뒤
벼락은 얼마나 많이 쳤을까
겨울 되어 눈 내린
두륜산에서 나는 보았어
천년 느티나무
세상의 중심인 양
천지사방 가지 뻗어있는 모습
가지가 천 마리 용처럼 거대했어
좌우 신화처럼 누운 황소 능선
너덜겅 바위들은 몇 백 미터 흘러
노래했어 별과 함께
존재의 기도였어
달도 궁금했을까
보름이면 은빛 귀 환히 펴
느티나무 시계
웅장한 침묵을 들었을 거야
느티나무는
굴뚝새 좋아하는 이끼도 키웠어
용화수 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