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토피아 안내서] ⑦ 기후위기,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다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경고합니다. 이산화탄소 농도, 지구평균기온, 지구위험한계선(행성경계), 잠재적 티핑 요소 16가지, 생물종 멸종의 속도와 규모 등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이대로 가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2차 대전의 사례에서 대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내려 했으나, 그래도 이 주제는 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아 부득이 한 편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은 기후위기 하면 떠올릴만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이나 경고 말이죠.

앞서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글에서 다루었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과도한 경고는 오히려 심리적 거부감을 일으켜 외면하거나 부정하게 만드는 효과를 일으킵니다. 또한 과학적 통계로 표현하면 감정뇌를 자극하지 않아 실질적인 행동을 촉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이 부분은 굳이 따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다루게 되었네요.

과학자들이 위기를 경고한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평생을 그렇게 배우고 연구했고 그 결과를 우리에게 그들의 언어로 전해준 것뿐이니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들의 경고를 최대한 쉽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중요함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 같은 내용들도요.

노파심에 강조하면, 이번 글은 위기를 의도적으로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적어도 현재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데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위기의 규모와 속도로 인해 의도치 않게 사실을 전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경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논의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 하기에 다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 글에서 소개하는 연구는 여러 연구 중 하나로, 그 자체만으로 현실을 100%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현재 지구와 기후의 상태는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을 오랫동안 ‘해외토픽’ 등의 코너를 통해 보다 보니 예전에도 있어왔던 일이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그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고, 그 결과 국제기구와 여러 국가들의 대응, 과학자들의 경고가 넘쳐 나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미래가 궁금하신가요?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어디 점집을 다녀오거나 계시를 받은 건 아닙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한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과거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습니다. 시기와 범위, 규모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의 흐름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과거의 수많은 연구들이 미래를 예측했고, 그 예측은 대체로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예측 시기도 많은 경우 예상보다 더 빠르게 당겨졌습니다. 점점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죠.

그럼 우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며 미래를 예측해 보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미래는 과거와 현재보다 더 나빠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사례들이 언급되었기에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례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먼저 해외 사례입니다.

해외 기후재난 사례들

(1) 48까지 올라간 베르호얀스크(2021)

전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불리는 베르호얀스크는 추울 때 영하 50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1년 무려 영상 48까지 오르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 지역의 온도차가 100 가까이 나게 된 것입니다. 이미 2020년에 38까지 올라 놀랐었는데 말이지요.

(2) 6개월 동안 불타오른 호주 산불(2020)

너무 큰 불이어서 인간이 도저히 끌 수 없었던 산불. 결국 큰 비로 꺼졌지만 남한 면적만큼을 태우고,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이 죽었을 만큼 엄청난 산불이었습니다.

(3) 스웨덴 영하 43한파(2024)

기사 제목이 “정말 지구 망하나”였습니다. 스웨덴은 국가적으로 마비되었고, 같은 시기 영국에서는 300곳에서 홍수가 발생했었습니다.

(4) 북극 해빙의 면적 절반 감소

북극 해빙이 40년 만에 49%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2050년이면 여름에 북극의 얼음을 전혀 볼 수 없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5) 파키스탄 대홍수(2022)

YTN 뉴스, [에디터픽] 〈“성서에나 나올 홍수” 국토 3분의 1 잠긴 파키스탄〉, 2022년 9월 1일 방송.

기사 제목 중 하나가 “성서에나 나올 홍수”였을 정도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겨버린 어마어마한 홍수였습니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사망 약1,700명, 부상 약12,000명, 이재민 약 3,300만 명, 주택파괴 약 170만 채, 약 70만 마리의 가축 죽음 등 거대한 피해로 말미암아 최대 피해액 약 55조7,600억 원으로 추산되었습니다.

국내 기후재난 사례들

국내도 해외만큼은 아니지만 매년 새로운 기록들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1) 41, 일 최고온도 기록(2018)

2018년, 사상 첫 40를 넘는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홍천이 41, 서울은 39.6까지 올랐습니다.

KBS, 《시사기획 창 296회》, 〈54일 장마의 경고〉, 2020년 8월 22일 방송.

(2) 54, 역대 최장기간 장마(2020)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저희 집도 옥상이 물에 잠겨 천장에서 계속 물이 새는 일이 있었고, 물을 빼는 데 꽤나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지하에 계시는 분들은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합니다.

(3) 관측 이래 두 번째 규모의 울진 산불(2022)

가뭄과 강한 바람으로 피해가 커졌고, 특히 가스발전소와 핵발전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져 매우 위험할 뻔했습니다.

(4) 102년 만에 일 최대 강수량(2022)

같은 해 서울에서는 하루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차도와 인도가 잠기고, 지하에 거주하는 분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5)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의성안동 산불(2025)

바로 작년 가장 큰 규모로 피해를 남긴 산불이 있었습니다. 이십 여명의 사망자와 그보다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주택 4,458채, 국가유산 31건, 피해 금액 약 1조 8,300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가속(사회경제적, 지구시스템 지표).
자료 출처: 국제지구권-생물권계획 IGBP (International Geosphere-Biosphere Programme)

이런 재난들은 이미 우리가 어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이 점을 깨달을 때에야 우리는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마치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린 이미 1950년대 이후 지구의 물리적, 사회경제적 지표들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대가속(大加速) 시대’라 부르는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이는 거의 “새로운 행성에 거주하기 시작했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아래의 과학적 사실들은 이런 명제를 확증해 주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보여주는 핵심 요소들

1. 지구위험한계선(행성경계)

지구위험한계선(행성경계)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지구 시스템의 한계선(경계)을 선정하고, 그것을 수치로 평가할 수 있게 만든 지표입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한 결과 지구에 총 9개의 생명유지시스템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①기후변화 ②생물권 무결성(생물다양성) ③영양화(질소 및 인의 변화) ④해양산성화 ⑤토지 이용 변화 ⑥담수 이용 변화 ⑦오존층 변화 ⑧대기질(에어로졸) ⑨미세플라스틱·살충제·방사성폐기물 등 새로운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한 가지만 위험한계를 넘으면 도미노처럼 다른 요소들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미 처음 연구한 2009년 당시 3개의 요소가 위험한계선을 넘었습니다. 2015년에는 4가지가 넘었고, 2023년에는 6가지(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영양화, 새로운 물질, 토지 이용 변화, 담수 이용 변화)가 위험한계선을 넘었습니다.

2. 16개의 티핑 요소 중 임계점을 넘은 5

영국 엑서터대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국제연구네트워크 ‘지구위원회’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022년 9월 13일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미 지구를 티핑 포인트 비상구역으로 진입시켰다. 잠재적인 티핑 포인트 16가지 가운데 5개는 현재의 온도에서도 촉발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8년 이후 발표된 200개 이상의 논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사이언스>에 발표되었습니다.

특히 여기서 5개는 그린란드 빙상과 남극 서부 빙상의 붕괴, 광범위한 영구동토층 해빙, 캐나다와 그린란드 사이에 위치한 래브라도해의 대류 붕괴, 열대 산호초 소멸을 말하는데, 이 중 한 요소만 티핑포인트를 넘어도 엄청난 결과를 일으킬만한 초위험 요소들입니다. “인류 멸망까지 임계점, 기후위기 5가지는 이미 놓쳤다.”가 당시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 제목들이 조금 자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 상황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극 서부의 ‘종말의 빙하’라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는, 서남극 얼음층 전체에 있어 일종의 ‘코르크 마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라지면 서남극 빙하 전체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결국 남극 전체 빙하까지 위험해 지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크기 남극 빙하 5년 내 산산조각?…지구 종말의 날 초래할 수도[science]”. 이미 5년 전 기사 제목입니다.

산호초가 소멸하면 탄소흡수뿐 아니라 쓰나미를 막는 역할을 못하게 되고, 무엇보다 1/3 가량의 해양생물들의 집이 사라져 인간의 식량위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지구평균기온 1.5로 지켜도 90%가 소멸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의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약 두 배 가량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기에 땅이 녹으면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수 있습니다.

3. 대서양자오선역전순환(AMOC) 붕괴 예측

몇 년 전 아주 충격적인 연구가 하나 보고 되었습니다. 바로 대서양 부근의 해류가 멈춰버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류는 마치 혈액순환처럼 전 세계를 돌며 적도는 너무 뜨겁지 않게, 북극권은 너무 차갑지 않게 열교환을 해주며 기후를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멈추면 극단적 기후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빙하기’의 도래입니다. 영화 ‘투모로우’가 바로 이 현상을 극적으로 잘 표현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 해수의 심층순환. 자료출처: KOPRI

실제로 약 1만 2800년 전 나타났던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라 불리는 빙하기가 발생한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오대호’ 위치에 형성된 거대한 빙하(로렌타이드 빙하)가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밀물이 대서양으로 흘러들어 염분을 낮추는 바람에 해류순환이 중단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류가 멈추면 그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당시 ‘로렌타이드’ 빙하의 역할을 그린란드가 한다는 것인데, 그린란드는 과거보다 5배로 빠르게 녹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해류가 멈추면 북극권의 한파가 유럽 대륙부터 바로 밀고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4.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Loop) 가속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태양 빛을 반사하는 흰색 표면이 줄어들어, 지표면이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고, 이로 인해 온도가 더 상승하여 빙하를 더 녹이는 악순환이 발생하는데, 이를 양의 되먹임이라고 합니다. 즉 온실가스 배출이 일정하게 오르는 게 아니라 가속도가 붙듯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빙하뿐 아니라 산불, 영구동토층 등 많은 요인들이 있으며, 기후위기를 가속화 하는 또 하나의 위험요소입니다.

5. 통계에서 누락된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양

『기후책』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중요하게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최대 23%가 집계에서 누락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의 조사에서도, 우리가 기후정책을 만들 때 의존하는 자료들은 축소보고 등 오류가 있는 수치에 기반하고 있으며, 보고된 배출량과 실제 배출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수입품 소비 및 국제 항공 해운 배출량, 바이오에너지 배출, 군대 등 특정 배출량 제외, 꾀바른 회계 방식, 여기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국제 배출량 산정 지침 등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보고 있는 ‘현재’ 배출량은 ‘실제’ 배출량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좀 더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6. 탄소시계와 탄소예산

탄소시계’는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의 “기후경제 및 정책 – MCC 베를린” 부서에서 운영하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실시간으로 현재의 ‘탄소예산’과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의 탄소시계. 2026년 2월 8일 기준.

하단의 탄소예산은, 예를 들어 1.5 시나리오를 목표로 정했을 때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남은 탄소의 양을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탄소시계는 탄소예산을 다 소모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를 보여줍니다. 2026년 2월 8일 현재, 남은 탄소예산은 약 1,455억 톤이고, 인류가 매년 약 420억 톤을 사용하니까 대략 3.5가 됩니다. 즉 1.5에 도달하기까지 약 3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티핑포인트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되는 1.5 도달까지 3년 6개월이라니. 전 세계에 존재하는 시계 중 가장 두려운 시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24년, “1.5가 넘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023년·2024년이 2년 연속 ‘가장 뜨거운 해’가 되면서 실제로 그 사이 1년 동안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1.5가 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발표로 알려진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1.5로 막아내자고 할 때, 그 1.5는 적어도 20~30년 동안의 평균기온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현재 평균기온이 1.5라 할 수는 없지만, 이미 1.5를 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7. 다보스 포럼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의 예측

개인적으로 기후 관련 정보는 돈을 다루는 기관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이냐 손해냐가 가장 중요한 곳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매년 발행하는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2년간)와 장기(10년간)로 구분하여 나오는데요, 매년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큰 흐름들이 있습니다. 특히 2023년 보고서는 의미가 있는데, 세계를 위협할 단기 리스크 10개 중 5개가 환경 이슈였고, 향후 10년간 세계가 당면할 10대 리스크 중 6개가 환경 부문이었습니다. 지난 5년간의 글로벌 장기 리스크 중 TOP3가 ‘기후대응 실패’였습니다. 뼈아프고 정확한 진단이라 생각합니다. 혹 과학계의 경고가 늘 하던 소리라 지겹게 여겨진다면, 경제계의 진단은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할 수 없는

앞서 설명한 7가지의 내용들을 냉정하게 판단해 볼 때, 솔직히 기후위기 극복은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미 티핑포인트를 넘긴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복잡한 지구의 시스템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그렇기에 티핑포인트가 넘었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우린 계속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기후위기 대응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없거나 적은 남반구의 많은 시민들, 남태평양의 가라앉고 있는 섬나라 주민들 등 기후취약지역에서는 지금도 기후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 0.01라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기후재난을 당하지 않았고, 여러 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할 기본적 인프라들이 갖춰져 있어 당장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기후위기 취약국가들의 시민들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은 세계 온실가스배출 10위권에 속하는 책임을 가진 국가로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게 윤리적으로도 기후정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합니다.

과거가 미래를 살릴 수 있을까?

과거를 통해 미래의 위험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처럼, 과거를 통해 미래의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호주보고서와 미국 2차 세계대전 전쟁물자생산국의 교훈

2019년 5월,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담은 정책보고서(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정책보고서] 실존적인 기후 관련 안보 위기 – 시나리오적 접근 全文 : 번역 이승준, 웹진 《생태적지혜》, 2019년 7월 10일 발행)를 발표했는데, “2050년이면 기후변화로 대부분의 문명이 파멸될 것이며, 대부분의 주요 도시는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다”라는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립니다. “인류 문명을 지속하려면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산업 시스템의 아주 빠른 구축이 핵심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의 긴급 동원 규모와 유사한 전 지구적 자원 동원을 요구한다.”

조너선 닐,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책갈피, 2019)

즉 이 말을 뒤집어보면, 기후위기 해결은 매우 어렵지만, 2차 세계대전 수준의 전 지구적 자원을 동원하여 탄소제로의 빠른 산업시스템을 구축하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럼 2차 세계대전은 과연 어땠을까요? 특히 이 전쟁을 주도한 미국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조너선 닐이 그의 책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에서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려면 제2차 세계대전을 돌아보면 됩니다. 2차 대전이 벌어지고 나서 공업 생산력이 뛰어난 나라가 전쟁에서 이길 것이 분명해지면서, 전쟁 참여국들은 자국의 산업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탈바꿈 시켰습니다.

진주만 폭격을 받은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비행기, 탱크, 대공포 등 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물품 목록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는 1941년 당시 미국 국민총생산 추정치 전체와 맞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루스벨트의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졌는데, 이는 정계의 주요 경쟁 집단들이 모두 그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경영진들은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면 미국 기업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리라고 믿었고, 이는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새로 신설된 ‘전쟁물자생산국’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이윽고 자동차를 만들던 대기업은 무기와 탄약, 지프차 같은 군수물자를 만들게 되었는데, 전쟁이 끝날 무렵 자동차 공장에서는 “400만 개의 엔진과 260만 대의 군용 트럭, 5만 대의 탱크, 2만 7000대의 완성된 비행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로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정부가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기업에게 무엇을 만들라고 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물자생산국은 ‘생산 감축’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에게 기존에 만들던 상품의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즉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생산량을 줄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모든 물자의 흐름도 조절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종류의 철강을 얼마만큼 만들어 어느 공장으로 보내라고 철강 회사에 모두 지정해 줬습니다. 즉 정부가 원하기만 한다면 원자재를 가장 효율이 높은 공장들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2차 대전은 이미 80년이나 지났고, 미국의 상황과 우리와는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어느 정도 실행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대한민국 헌법 제126조에 보면,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매우 필요하고 절실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간절한 필요 때문에 법률로 정하면 사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그 어려운 개헌을 하지 않고도, 긴박한 기후대응의 필요로 인해 사기업을 국가가 국유화 내지 공유할 수 있는 길을 현행 헌법이 열어두고 있는 것이지요.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당시 전쟁물자생산국은 처음부터 계속 혼란 속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경영진과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점차 빠르게 일들이 진척되었습니다. 각종 서류 등의 행정 업무는 실제로 일들이 끝나고 나서야 처리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기후위기를 막고자 한다면 최상층부에서 현장 노동자까지 모두 다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됩니다.

또 하나 배울 점은, 비록 전쟁물자생산국이 어마어마한 돈을 갖다 쓰긴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940년에는 미국인의 7%만이 소득세를 냈으나, 4년 뒤에는 64%가 소득세를 냈습니다. 법인세는 24%에서 40%로 올랐고 ‘초과이윤’에 대한 세금은 95%였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잘 믿기지 않는 일이지요.

정부는 또 은행 대출을 쉽게 만들었으며, ‘자유 수호 채권’을 발행해 전쟁 비용을 조달했고, 손쉬운 방법으로 단순히 돈을 찍어 내기도 했습니다. 국가 부채는 1940년 6월에 430억 달러였으나, 1946년 6월에는 270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처럼 적자 규모가 컸는데도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공업 생산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뿐 아니라 2차 대전 당시의 폭발적 군비 증강 덕분에 세계경제는 대공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전쟁의 사례는 좋은 사례가 아닙니다. 그것도 엄청난 인명을 살상한 세계 대전 과정에서의 예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산업계는 87,000 척의 선박과 상륙정, 탱크와 장갑차 10만대, 항공기 30만기, 트럭 2백만 대, 2천만 정의 소총과 소화기, 410억 발의 탄약 생산 등 세계 인구를 17번 죽일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무기를 단 몇 년의 기간 동안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강조점은 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점입니다. 또한 인간이란 존재가 정말 똘똘 뭉쳐서 무언가를 해내려고 마음먹는다면 아주 짧은 기간에도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과거는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이제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생태전환Lab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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