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토피아 안내서] 프롤로그: 새 문명을 찾아 떠나는 여행지도

지구평균기온 1.5도의 한계를 넘어선 기후위기시대, 계엄과 탄핵사태를 겪으며 이제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 때이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헌법, 새로운 서사, 탈성장 사회로 가기 위한 정치사회경제원리를 세우고 그러한 사회를 구현한 도시의 건설 급변점이 가까운 시대 미래 예측, 위기에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제언의 프롤로그이다.

이 글은 앞으로 매달 한번 떠날 여행의 도입부이자, 안내문입니다. 앞으로 8-9회에 걸쳐 아래의 목차와 같이 연재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이 시리즈는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며 들었던 여러 가지 고민들과, 그 고민들을 쫓아 여기저기 해매면서 발견한 나름의 대안과 그 경로를 기록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여전히 다 정리된 생각은 아니라 거칠고 치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중간 평가라 생각하고 기록하다 보면 정리되는 부분도 생기고, 새로운 것들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필자보다 훌륭한 독자의 피드백이 있다면 좀 더 나은 방향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대안을 찾아 지도 한 장 들고 이제 막 여행을 떠납니다. 아직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지도라 잘 이어 붙이고 맞추어 봐야 합니다. 그런 여정까지도 함께하는 여행이 되면 좋겠습니다.

■ 목차

○ 프롤로그: 새 문명을 찾아 떠나는 탐사기

○ 첫 번째, ‘그다음’ 민주주의와 헌법, 그리고 경로(기후생태헌법과 시민의회)

○ 두 번째, 새 술은 새 부대에,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이야기로(메타내러티브의 대전환)

○ 세 번째, 극우 기독교를 해독하기 위하여, 생태적 시각으로 성서 읽기(생태적 신학의 재구성)

○ 네 번째, 탈성장 사회를 위한 정치경제사회원리(탈성장)

○ 다섯 번째, 미래의 도시:뉴노멀씨티, 새 예루살렘(15분 도시, 도넛경제도시)

○ 여섯 번째, 미래 예측 2050:기후위기로 세상은 망할까?(21세기 예언자, 과학자들의 메시지)

○ 일곱 번째: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면서 왜 행동하지 않을까?(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 여덟 번째: 망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드리는 다섯 가지 제안(우리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새로운 문명을 여는 전환의 시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 Kevin_Snyman

기후 위기로 인한 문명의 위기.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하면 80~90%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응답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최근 총선 결과만 봐도 그렇지요. 누구도 ‘방 안의 코끼리’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알긴 아는데, 걱정도 되는데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이 없습니다. 나서고 싶어도 너무도 거대한 문제 앞에 나 같은 개인이 뭘 할 수 있나 싶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과거에 비해 언론이나 방송에서도 이 주제를 더 많이 다루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량도 부족하고 깊이 있는 기사가 많지 않습니다. 여론이 아직 잘 형성되지 않다보니 정치권에서도 아직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언론도 잘 다루지 않고, 시민들 역시 관심 갖기 어려우며, 여전히 나와는 동떨어진 문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기후위기의 대응 방식으로 가장 흔한 것은 ‘경고 또는 협박‘입니다. 때로 벌어지는 큰 재난 소식 앞에서는 이런 방식이 어느 정도 작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경고하는 방식은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문제를 외면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통계나 남은 시간에 대한 계산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표현하는 숫자나 통계도 이 문제를 과학의 문제로 여기게 합니다. 나와는 동떨어진,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없는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많은 접근이 여전히 대안보다는 문제점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를 잘 알아야 해답도 알 수 있기에 필요는 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는 계속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실질적인 대안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기후 위기란 워낙 다층적인 문제이다 보니 접근 방법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단순히 석탄화력발전소를 태양광 발전으로 바꾸는 정도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기후 위기는 드러난 결과이고 그 근원에는 탄소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거대한 문제이며, 더 들어가면 우리 삶의 방향을 추동하는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문제이니까요.

앞으로 짚어볼 이야기

계엄과 탄핵이라는 극한 사태를 지나며,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면서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있던 것을 고쳐 쓰는 게 아닌, 완전히 새롭게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가요? 새로운 사회, 새로운 문명으로 가야 하는 이 때, 바로 그 새로운 사회는 어떤 원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 ‘판’을 새로 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정치인들이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말로만 외치는 국민 주권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원리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과두제’라 할 수 있습니다. 투표일에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철저한 대의제입니다. 우리 권력은 그저 상시 위임되어 있습니다. 이래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정책도 대안도 만들 수 없고 실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1장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민주주의의 원형이라 불리는 아테네 민주주의에서 ‘시민의회’라고 하는 오래된 미래를 발견해 봅니다. 추첨된 시민이 시민의회를 구성하고 숙의를 통해 중요한 정책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의 주장은 말을 넘어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한 문명의 위기에 걸맞게 국가의 새로운 틀을 짜게 될 헌법을 살펴봅니다. 특히 기후생태헌법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헌법이 모든 걸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40년 가까이 된 낡은 헌법으로는, 기후생태위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헌법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2장에서는 이야기(내러티브)에 대해 다룹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하게 된 이유부터 지구를 망치게 된 모든 것들이 바로 이 이야기에 있습니다. 특별히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의 저자 시릴 디옹의 주장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그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선택 설계’ 때문이며, 이는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대부분 현대인이 믿고 있는 이야기는 아마도 경제가 성장해야 나눌 몫이 커지면서 모두가 풍요로울 수 있다는 ‘성장주의’일 것입니다. 이야기는 강력합니다. 이야기가 우리 행동을 이끌고 결국 우리 삶까지 좌지우지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지금의 위기도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신앙인들의 세계관을 형성한 성서가 잘못된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성서의 이야기를 잘못 해석한 것일까요?

3장에서는 생태적 시각으로 창세기를 비롯한 성서의 주요 부분을 살펴봅니다. (생태적 신학)

지난 계엄과 탄핵사태를 통해, 우리는 극우 폭력 집단의 행태를 보면서 어느새 우리 가까이 와버린 극우세력들의 존재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기독교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구 역사에서 개발과 성장을 이끌어 왔던 동력이 창세기의 성서 구절, “땅을 정복하라, 다스리라”에서 왔다는 평가도 있듯이, 어쩌면 지금의 위기는 기독교의 비생태적 신학적 가치관이 가져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주류 기독교에서 말하던 교리, 신학이 전반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다고 갑자기 우리 사회가 생태적 사회가 되고, 극우 기독교 세력이 금방 소멸되진 않겠지만, 분명 변화의 시작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기독교와 극우 세력들을 이해하는 데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실 대단한 신학적 소양이 없더라도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성서를 살펴본다면 성서는 의외로 인간뿐 아니라 동물과 자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3장에서는 활동가의 시각으로 성서의 생태적 면면을 읽어냅니다.

우리는 탈성장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사진출처 : TiênSinh

4장은 ‘탈성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결국 지금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성장주의’에 있고, 더 이상 성장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탈성장 사회로 가는 것만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문명을 보존하면서 우리가 더불어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탈성장에 대한 오해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선 탈성장이 어떤 개념인지, 통상적으로 오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탈성장은 어떤 정치사회경제 원리가 내재되어 있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저자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도시’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최근 사례로는 프랑스 파리시의 ‘15분 도시’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시도하고 있는 ‘도넛경제’ 도시 같은 것이겠지요. 다섯 번째 장에서는 이 두 가지 도시 모델을 중심으로 살펴보며 점점 빠르게 도시화 되고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가 바뀌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어떤 정책이 이 도시들을 그렇게 바꾸어 내었는지 살펴봅니다. 그런 주요 도시들을 살피다 보면 기후생태위기 극복뿐 아니라 이게 바로 우리가 오래도록 꿈꿔왔던 그런 세상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릅니다. (생태적 도시)

6장에서는 지금의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보려고 합니다. 현실을 냉정히 따져야 허황된 대안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남은 탄소예산에 따른 전 세계 목표 1.5도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다루려 합니다.

7장에서는 기후위기가 이리도 심각한데 다들 알면서도 왜 행동하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봅니다. 『기후변화의 심리학』 저자 조지 마셜은 문화인류학자, 언어학자, 진화심리학자 등 해당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 이유를 하나씩 밝힙니다. 대부분 이러한 성격의 사안은 과거 한 번도 없었고, 인간이란 존재가 진화해 온 매커니즘 상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러한 어려움들을 넘어서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제시하는 데 이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절대적인 원리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점들이 면밀히 고려된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시간은 정말 부족한 데 갈 길은 너무 멉니다. 현실을 알면 알수록 낙담하고 절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8장에서는 우리의 희망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이야기해 봅니다. 여전히 해야 하고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들께 드리는 제안 등 몇 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합니다.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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