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2024)의 저자 마이크 흄(Mick Hume)은 인문 지리학자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에 기여하기도 하였는데, 그는 기후 변화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 각 정부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인류는 조만간에 멸망할 것이라는 종말론적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기후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데 협력하고자 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파리 기후 협약과 같이 특정 수치 범위 내로 지구 온도를 조절하겠다는 목표는 광범위한 복지에 대한 열망보다 앞서게 만들어 정말로 중요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등한시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즉, 변화하는 기후의 효과는 언제나 생물학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정치적, 역사적 요소들이 뒤얽힌 그물망을 거쳐서 나타난다며,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정치 전략인 온갖 병폐의 원인을 기후 탓으로 돌리는 일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의 이런 설명을 믿으면, 폭력, 고의, 태만에 의한 정치적 실책을 용서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저자는 마치 기후가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유일한 조건인 것으로 믿는 ‘기후주의’를 경고하면서, 경제지표로 활용되는 GDP처럼, 지구 온도와 같은 정량 지표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 준다고 믿게 만들고 독립적인 권력을 가지게 되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기후 변화 대응책을 마련할 때 탄소중립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지속가능발전목표로 대표되는 다양한 복지 및 생태학적 목표를 먼저 고려하면 정책 동반 상승효과와 정치적 균형을 탐색하는 일이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파리 협정의 기후 목표보다 우위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기후 변화에 대한 도전을 일상의 정치에 접목하는, 실용적인 접근을 옹호한다. 예를 들어보면, 수억에 달하는 빈곤 국가의 사람들은 아직도 장작을 때거나 조리용 화로에 등유, 석탄, 동물 배설물 등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실내에서 요리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이런 조리 방식은 실내 공기를 오염시켜, 이와 관련된 질병으로 발생하는 조기 사망자 수는 연간 38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인데, 주로 요리와 가사 대부분을 도맡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연료를 꾸준히 사용하는 일은 여성과 여아의 안전과 수입, 교육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 국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화석 연료 관련 사업에 재정적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기후 변화를 막는다는 하나의 정책 목표에 집착함으로써, 다양한 복지 목표와 윤리적 의무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저자는 저널리스트 맥스 로저가 아동 사망률의 예시를 들며 지난 과거의 세상은 끔찍했지만, 점점 나아졌고, 앞으로는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프레임을 소개하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15세 미만 어린이 590만 명이 매년 사망한다. 이것은 전체 어린이 수의 4.3%에 해당한다. 세상은 끔찍하다. 하지만 대략 150년 전에는 전체 어린이의 약 50%가 ‘조기’ 사망했다. 세상은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로저는 현재 15세 미만 사망자 수가 전체 어린이의 0.45%에 불과한 유럽연합의 사례를 들어, 유럽이 이렇다면 원칙적으로 다른 곳에서도 이런 수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현재 인류의 현실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전쟁, 전염병 대유행, 노동과 이민자들에 대한 인권 문제 등이 그것들이다. 그 무엇도 기후 변화보다 우선순위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보다 넓은 시야로 세상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기후 온난화로 인하여 폭염이나, 기타 자연재해가 폭증할 것이 예상된다. 우리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과연 미래의 각종 자연재해에 대처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까? 우선 당장 기후 변화로 인하여 일어나는 자연재해에 인적 재해까지 더해져 재해가 증폭되는 일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