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농생태학 실험기] ⑤ 농생태학이란 무엇일까요?

생태학의 어원을 실마리 삼아 농생태학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살펴봅니다.

농생태학은 농(업)의 생태학적 분석 혹은 생태학의 원리와 개념을 농사에 적용하는 학문이라고 폭넓게 정의됩니다. 간단히 농사를 생태학의 분석틀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농생태학을 알기 위해선 먼저 생태학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럼 생태학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개념들이 나올 땐 일단 어원을 살피는 게 도움이 됩니다. 생태학은 영어로 에콜로지(Ecology)로 가계, 가정의 살림살이라는 뜻의 오이코스(Oikos)와 학문을 뜻하는 로고스(Logos)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라고 합니다. 가정의 살림살이와 생태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 단어만 봐서는 감을 잡기 힘듭니다.

도널드 워스터, 『생태학, 그 열림과 닫힘의 역사』, 강헌 외, 아카넷, 2002.

비교를 통해서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데 오이코스를 어원으로 하는 학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경제(Economy)입니다. 즉, 가정을 확장한 인간 사회 예컨대 국가의 살림살이를 살피는 것이 경제라면 자연의 살림살이를 살피는 것이 생태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생태학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에른스트 헤켈은 생태학을 ‘자연의 경제’라고 이해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농생태학은 자연의 살림살이를 잘 살펴 농사에 써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왜 자연의 살림살이를 이용하려 할까요? 직관적인 답은 자연이 살림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살림을 잘하는 사람에게 살림을 배우고 싶지 살림을 못 하는 사람에게 배우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밋밋한 감이 있으니 조금 살을 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널드 워스터는 그의 책 『생태학, 그 열림과 닫힘의 역사』(아카넷, 2002)의 마지막 부분에서 생태학이 주는 결론을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첫째 자연은 상호의존성의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생태학 연구는) 우리가 오늘 배울 수 있는 성공적인 적응모델들을 밝혀냈다. 셋째 역사는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 뿐만 아니라 다양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도널드 워스터, 『생태학, 그 열림과 닫힘의 역사』, 강헌 외, 아카넷, 2002, p.530-536

결론 부분에서 제가 주목하는 건 두 번째 적응모델입니다. 우리가 무언가 자연에서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자연이 그 자체로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어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역사를 대략 46억 년이라고 합니다. 지금 저희 곁에 있는 것들은 그 시간의 산물들입니다. 어느 것도 그냥 있었던 적도, 그냥 있는 것도 없습니다. 산의 지형, 흙, 그 속의 갖가지 풀, 나무, 곤충, 야생동물, 셀 수 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만들어낸 이리저리 얽힌 생명의 그물망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46억 년의 시간 속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것들인 겁니다. 이런 눈으로 보자면 우리가 매일 감각 없이 목도하는 생명체들 하나하나가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생태학은 이런 다른 시각을 갖는 데 적절한 도구이자 수단이 됩니다.

생태학은 이 시기 우리에게 필요하고 적절한 적응모델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생태학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잘 활용하고 적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생태학을 공부하는 건 산전수전 다 겪은 노스승에게 배움을 요청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저런 상상으로 앞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는 지혜가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생태학은 뒤를 돌아보는 지혜를 탐구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뒤를 돌아보는 지혜에는 지구의 역사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았던 근대 이전, 혹은 비근대의 문화 저변에 놓여있는 전통농(업)의 노하우 역시 포함됩니다. 그래서 생태학에 기반한 농생태학은 전통농을 새롭게 해석하고 적절하게 적용하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생태학은 뒤를 돌아보는 지혜를 탐구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Зоряна Русин

농생태학은 살림을 잘하는 자연의 살림살이를 배워 농사에 써먹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살림을 잘한다고 했을 때 잘한다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농사를 잘 짓는다고 한다면 어떤 기준이 있습니다. 생산물을 잘 만들어낸다든지, 농지를 잘 관리한다든지, 일 처리가 매끄럽다든지 하는 기준이 있기 마련입니다. 살림을 잘한다고 했을 때도 기준이 있습니다. 이 기준이 바로 생태학의 정의입니다. 정의는 학자마다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서는 명료하면서도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유진 오덤(Eugene Odum)의 정의를 수용해 보겠습니다. 그에 따르면 생태학은 ‘자연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즉, 생태학은 자연이 어떻게 살림을 하는지 자연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틀로 농장과 농생태계를 살피고 적절하게 사용할 것은 사용하겠다는 것이 농생태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생태학은 자연의 살림살이를 살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정치경제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유발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생태경제학이 태동한 건 어찌 보면 숙명처럼 보입니다. 어원을 같이 하는 생태학과 경제학의 결합은 꽤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농생태학 역시 비슷한 경로를 따릅니다. 먼저 농사짓는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자연의 살림살이와 유사하게 배치하고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합니다. 이후 인간 사회의 살림살이, 즉 경제영역으로 관심과 논의를 확장해 갑니다.

전남 장흥에서 농사짓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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