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과거사 극복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 정신은, 변화와 혁신의 최전선에서 제주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2035 탄소중립 제주를 목표로,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를 줄이고 청정 자연을 지키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탄소 없는 섬, 제주에서는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입니다. [..]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그린수소와 전기차 인프라도 갖춰가며 제주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드는 섬으로 진화 중입니다. [..]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위성정보 활용 생태계 구축, AI·디지털대전환으로 제주를 첨단 산업의 장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유족 여러분과 함께, 도민 여러분과 함께, 지속가능한 내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내일을 반드시 실현해내겠습니다.”
오영훈 도지사의 제주 4.3. 77주년 추념사 일부이다. 4월 4일 헌법 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주문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오영훈 도지사는 제주 4·3이 과거사 극복의 모델이 되었고 그 정신이 변화와 혁신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탄소 없는 섬, 제주가 현실화 될 것이고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위성정보 활용 생태계 구축, AI·디지털대전환’ 등으로 제주가 첨단 산업의 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말한다. 오지사에게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지속가능한 내일’이다. 과연 그럴까?
제주 4.3 은 정말 과거사 극복의 모델이 되었나. 4.3 평화 공원에서 항쟁의 지도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이들의 위패가 누락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4.3은 아직도 온전히 추모되지 못한다. 오영훈 도지사는 추모사에서 제주가 지난 77 년 동안 ‘평화와 상생’을 향해 걸어왔고 제주4·3의 극복 과정은 ‘평화와 인권’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평화와 상생’은 누락과 단절의 역사에서 속 빈 강정처럼 허탈하게 들린다.
더 나아가 오지사가 말하는 ‘변화와 혁신’의 실 내용이 탄소를 엄청 배출할 가스복합발전소 추진에 대한 방관과 무분별한 재생 에너지 증대, 실효성 없는 그린 수소에 대한 과장, 그리고 제주의 환경 파괴와 군사화를 촉진할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위성정보 활용 생태계 구축, AI·디지털대전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가 말하는 ‘평화와 상생’은 기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성장주의적 사고에서 이른바 ‘첨단 산업’은 ‘미래’로 인식되기 일쑤이다. 6월 3일 대선에서 유력한 당선자로 인식되는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최근 4월 17일과 4월 18일 그가 올린 각각의 페이스북 계시물에서 대전 대덕연구특구를 AI와 우주산업 중심지로 키우고 대구, 경북에서 AI로봇, 수소산업 등을 핵심 산업으로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4월 17일의 또 다른 계시물에서는 AI 첨단기술로 무장한 K-방산이야말로 ‘신성장 동력’이자, ‘국부 증진의 중요한 견인차’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방산 수출 기업의 R&D 세액을 감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재명이 말하는 ‘세계 4대 K-방산 강국’은 오영훈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내일’ 이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올해 1월, ‘도민 체감형 우주산업 원년’과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4.3 항쟁과 학살의 기억이 곳곳에 있는 제주가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 전쟁 산업과 기업의 도구로 전락할 까 두렵다. 제주도정이 2027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하원 테크노 캠퍼스의 주축 기업은 현재 우주센터 공사를 하고 있는 한화 시스템과 로켓 제조 스타트업 기업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이다. 한화 시스템은 이스라엘 무기 기업들과 협력을 갖고 팔레스타인 학살에 일조하고 있다.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10월 해상발사를 위한 연소 시험 도중 일어난 발사체 화재를 도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또한 4개월 이상 좌초된 해상발사대 방치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3월 24일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나로우주센터를 넓혀 제2 발사장을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제주도 남단에 제2 발사장을 만들 것인지 고민 중”이라며 “제주도가 최근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제주도정은 도민들에게 임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해상발사장을 비롯, 제주도 남단에 발사장을 만든다는 것은 지역주민의 인권과 환경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며 제주의 군사화를 심화 시킬 것이다.
아래는 우주의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이 위에 언급한 오영훈 도지사의 추념사 관련, 발표한 성명서이다.
[성명] 4.3 정신을 훼손하는 우주 산업과 AI/디지털 대전환 중단하라!
–오영훈 도지사의 제주 4.3 추념식 연설을 규탄하며–
귀를 의심했다. 4.3 추념 77주년을 기념하는 오영훈 도지사는 ‘변화와 혁신의 최전선’을 언급하면서 ‘탄소 없는 섬’ 제주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고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위성정보 활용 생태계 구축, AI·디지털 대전환’등으로 제주를 첨단산업의 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제주시 삼양과 구좌읍 동복리 두 곳에 제주의 온실가스 배출을 가속화할 가스복합발전소가 추진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그린수소와 전기차 인프라도 갖춰가며’ 제주가 ‘에너지를 스스로 만드는 섬으로 진화 중’이라 하지만 제주도정은 나무 수만 그루를 학살해야 하는 수망리 태양광 등 제주 곳곳의 태양광 개발을 승인하였다. 또한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 전기 생산을 못하게 풍력 발전기를 세워두는 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추자도 앞바다를 삥 둘러 풍력 발전기 날개로 고립시키는 대형 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 재생에너지 증대는 무분별한 숲과 해양 생태계 파괴를 대가로 한다. 그린수소는 상용화될 가능성이 낮으며 전기차 역시 탄소 배출 없이 제조되지 않는다. 특히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상당하다.
우주산업 클러스터는 환경 규제를 완화해 환경 오염을 가속화할 것이고 위성정보 활용은 민군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AI·디지털 대전환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제주의 지하수를 더 빠르게 고갈시킬 것이고 전례 없는 대규모의 전력 사용을 초래할 것이다. 오영훈 도정이 승인한 한림, 안덕, 조천 북촌리의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사업 역시 AI·디지털 대전환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제주도정은 올해 1월, 2025년을 ‘도민 체감형 우주산업 원년’으로 삼고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를 통한 실질적인 우주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 확산을 위해 918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제주의 곳곳이 이를 위한 도구의 땅으로 쓰일 위험에 놓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방향은 오영훈 도지사가 4.3 추념사 서두에서 언급한 ‘평화와 상생’을 정반대의 방향으로 왜곡하고 훼손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제주도정은 현재 서귀포 하원마을에 세워지는 한화우주센터와 하원테크노캠퍼스를 중심으로 제주의 우주산업을 구축하겠다 말한다. 전쟁무기 기업 한화시스템이 짓고 있는 한화우주센터, 그리고 한화시스템과 함께 하원테크노캠퍼스의 주축 기업이 될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모두 무기 생산과 연결된 기업들이다. 이와 같은 산업 시스템 구축은 미국의 패권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위한 한미일 동맹 강화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 세워질 한화우주센터나 하원테크노캠퍼스는 제주의 평화와 상생은커녕 국정원이 관여하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와 함께 제주의 환경을 파괴하고 제주의 군사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또한 AI는 가자 학살에서 보듯 우주산업, 미사일 및 로봇 기술, 그리고 전쟁의 기초가 될 수 있다. 현재 우주산업과 AI 등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제주도민에게 점진적으로 가해질 기업의 폭력을 또한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77년 전 군경에 의해 학살된 제주도민들을 생각할 때 통렬하게 분노할 만한 것이다.
오영훈 도지사는 한강 작가의 4.3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제주 4·3이 ‘세계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새겨지게 될 것’이라 말하지만, 독립과 통일을 지향했던 제주 4.3의 항쟁 정신은 오영훈 도지사가 말하는 ‘변화와 혁신’ 아래에서 오히려 과거사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주의 미래를 이른바 우주산업과 AI 등의 ‘첨단산업’으로 인식할 때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왜곡, 단절된다. 4월 4일 윤석열 파면을 이끈 것은 역사적 경험이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의 후발 세대에게도 이어지는 것임을 자각한 민중의 항쟁이었다. 미래를 여는 것은 ‘첨단산업’이 아니라 평화다. 역사를 기억하는 민중의 자각이다.
다시 4.3을, 4.9를, 4.16을, 4.19를, 4.26을, 4.28을, 4.30을 생각하는 4월이다. 전쟁무기 기업들과 이른바 ‘첨단산업’의 지배에 미래를 내줄 만큼 제주 4.3은 죽지 않았다. 오영훈 도정은 제주 4.3의 누락된 진실들을 복원하고 규명하기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제주의 인권과 환경을 파괴하고 4.3의 정신을 왜곡, 변절시킬 무분별한 에너지 정책, 그리고 우주산업과 AI 디지털 대전환을 근본부터 재고하고 중단해야 한다.
2025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