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 『모든 삶은 흐른다』를 읽고

프랑스의 철학자인 저자는 자연의 일부인 바다로부터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하며, 바다와 관련된 14개의 테마를 소개한다. 인간이 바다라는 거대한 대양을 눈앞에 둔다면 우리는 지구에 초대받은 손님에 불과하니 자연과 바다에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없고 모든 것을 계획한 대로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인류는 사회 공동체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언어로 저장해 활용해 왔다. 하지만 언어는 하나의 기호이기에 원활한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어보다는 대자연으로부터 배우는 방법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소개하는 저자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자연의 일부인 바다로부터 삶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바다와 관련된 14개의 테마를 들고 있는데, 일부 대표적인 것만을 간단히 소개한다.

바다 앞에서 배우는 겸손과 한계 인식

인간이 바다라는 거대한 대양을 눈앞에서 조우한다면 우리는 지구에 초대받은 손님에 불과하기에 자연과 바다에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도 없고 또한 모든 것을 계획한 대로 할 수도 없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다의 어떤 방식을 삶에 적용해야만 할까?

“살다 보면 받기도 하고 거부도 당하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가끔은 회복이 되기도 한다. 삶이란 항상 불안하고,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못하면 괴롭다. 하지만 산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다. 풍요로운 시기와 궁핍한 시기가 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극복하면 될까? 방법은 간단하다. 파도처럼 살아가면 그뿐이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 인생에도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다. 그 움직임을 거스르기보다는 곁에서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

로랑스 드빌레르 저, 『모든 삶은 흐른다』, (FIKA, 2023)

저자는 바다가 주는 불행처럼 어떤 것도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위험이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과감하게 도망치라고 말한다. 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며, 포기도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항복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패배했다고 인정하는 게 아니라 전투가 무의미하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 포기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에서 만나게 되는 무관심에 대해 경고한다. 즉 바다에서 해적을 만나듯이 우리도 일상에서 예기치 못하는 무관심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러한 무관심은 사회적 부당함을 널리 퍼뜨리는 데 사용되기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몰랐어’, ‘내 책임 아니야’ 등의 변명은 사회에 악한 것이 더 쉽게 퍼져 나가도록 한다. 이처럼 우리가 삶에서 조우하는 체념은 나쁜 행동에 동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용한 폭력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만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명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만 한다.

기후위기와 욕망의 전환

현대인은 소비와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를 반성 없이 살아오면서 자연환경을 파괴해 기후위기라는 회복 불가능한 것을 자초해 왔다. 따라서 이제라도 우리의 욕망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욕망이라는 것은 소비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 오랜 우정을 소중히 하는 따뜻함, 실제로 경험한 소중한 찰나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문학 작품의 ‘모비딕’은 복수의 대상뿐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된 알 수 없는 오래된 욕망의 은유라고 지적한다. 기후위기를 맞이하여 우리가 뒤쫓는 흰 고래가 과연 무엇이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확신’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 즉 확신할수록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어떤 것을 확신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을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확신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처럼 자기 확신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특히 일반인보다 사회에 영향력이 강한 정치인들의 경우에는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특히 경계해야만 한다.

욕망이 미래를 결정한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는 가에 따라 도래할 미래사회가 결정될 것이다. 잘못된 욕망을 자극하는 경쟁 사회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함께 더불어 사는 복지 사회를 만들 것인지는 결국 우리가 지금 무엇을 욕망하는지에 달려있음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언급하는 바다와 관련된 14개의 테마에서 우리는 많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필요한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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