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과 같은 폭염 속에서 각자 나름대로 더위를 피하고자 다양한 피난처를 찾았을 것으로 생각되나, 그중에서도 나는 인근에 있는 공공도서관을 선택하였다. 비용도 들지 않고 지적 휴식도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놀라운 사실은 도서관을 찾은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거의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 모습은 어느 것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폭염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공공도서관이 성큼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는 계기가 마련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에서 저자는 공공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조명할 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한 경험자로, 다양한 이용자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삶을 읽었다고 회고하면서 자신을 ‘삶에서 도서관을 읽는 여행자’라 지칭하며, 현재는 도서관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으며 도서관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폭염 속, 도서관은 시원했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세대와 계층이 이용하는 공공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을 읽는 한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많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며,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지는 살아 움직이는 공간,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며 공감을 키우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은 책을 읽음으로써 각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공간으로, 사회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고령자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고령자들이 다른 세대와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도서관은 누구나 공짜로 갈 수 있는 공간,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공공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도서관은 요즘처럼 각종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필요하기에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사회적 자본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도서관의 사서는 단순히 도서를 관리하는 것만을 담당하지 않는다며, 도서관뿐만 아니라 사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공공도서관에서는 일찍부터 사서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로 ‘독자 상담’을 진행해 왔으며, 이를 ‘책을 처방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사서로 근무하면서, 사서는 사람을 읽는 직업이라는 걸,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회고하면서 사서로써의 많은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공동도서관의 사서

우리는 흔히 사서 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도서관 사서를 달리 보게 한다. 현재 도서관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꿈꾸는 도서관은 소박하면서도 매우 인상적이며, 우리도 이러한 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나는 어린이와 어른으로 구분하는 열람실보다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열람실이 좋다. 책이 많은 도서관은 좋지만, 책만 많은 도서관은 싫다. 서가로 가득 찬 도서관보다 이용자로 가득 찬 도서관이 좋다. 아름다운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아름답기만 한 도서관은 싫다. 나는 조용한 도서관이 싫다. 토론하고 체험하는 배움의 소리가 있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 어린이, 학생, 노인 할 것 없이 공동체 구성원이 즐겁게 이용하며 소통하는 시끄러운 도서관이 좋다.”
공동체의 중심을 도서관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자부하면서 사회적 자본의 하나로 공공도서관을 우후죽순식으로 건립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인 것에 머무르는 듯하다. 이제라도 형식적인 공공도서관이 건립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중심의 도서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노인 복지관 따로, 도서관 따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시설을 통합하여 다양한 세대가 서로 유대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되도록 했으면 한다. 이 외에도 교통이 편리한 곳에 건립하여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그리고 독자 상담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서가 상주하는 도서관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