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문명으로의 전환의 시간 : 코로나 19를 통한 실존적 성찰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출현이 서식지 파괴, 야생동물 남획의 결과라고 할 때 코로나 19는 의료문제이면서 동시에 환경문제이다. 현재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두려운 환경문제는 단연코 기후위기라고 말할 수 있으며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었고 본질적으로 현재와 같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를 전환하지 않고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 근대문명을 넘어 공동체를 통한 자치의 정치, 경제적 탈성장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문명의 대전환, 생태문명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고 하는 세계적인 팬데믹, 역사책에서나 봤던 괴질을 현실로 마주하면서 고통스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코로나는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확산일로에 있다. 백신이 언제 나올지, 나온다 하더라도 코로나가 끊임없이 변종되고 있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는 삶을 평생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코로나보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데 있다.

코로나 19는 환경재앙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남획하면서 생긴 재앙, 즉 환경파괴에서 비롯된 환경재앙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남획하면서 생긴 재앙, 즉 환경파괴에서 비롯된 환경재앙이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남획하면서 생긴 재앙, 즉 환경파괴에서 비롯된 환경재앙이다. 그런데 코로나 외에도 생태 위기는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종다양성 소멸, 열대림 파괴, 사막화, 토양침식, 홍수와 가뭄, 폭염과 한파, 지하수 고갈과 오염, 산호초 파괴, 쓰레기 매립지 확대, 독성 폐기물과 살충제 및 제초제,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한 땅의 황폐화, 핵폐기물, 미세먼지, 천연자원의 고갈, GMO 농산물 등등 이루 다 헤아리기도 힘들다.

이 중에서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기후변화이다. 최근의 세계적인 홍수와 가뭄,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는 대부분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다. 최근 유럽은 150년 만에 최악의 폭염으로 약 3만 5천명이 사망했으며, 인도는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약 1,500명이 사망했다. 중국과 브라질, 파키스탄은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수천 명이 사망하는가 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프리카는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며 영구동토층이 감소하고 있으며, 제트기류의 이상과 바닷물의 열 순환이 방해받고 산호초가 멸종하고 있다. 그리고 북쪽 수림대와 아마존의 밀림도 감소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난 100년간 약 1도가 상승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06년 발표된 영국 정부의 ‘기후변화의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1℃ 오를 경우, 안데스 산맥 빙하가 녹으면서 이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던 약 5,000만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으며, 매년 30만 명이 기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지구의 온도가 3℃ 오를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이 붕괴되고, 최대 50%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며, 4℃가 오르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가 사막으로 변하고 북극 툰드라의 얼음이 사라져서 추운 지방에 살던 생물들이 멸종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5℃ 오를 경우 히말라야의 빙하가 사라지고, 바다 산성화로 해양 생태계가 손상되며, 뉴욕과 런던이 바다에 잠겨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평균기온이 6℃ 오를 경우 인간을 포함해서 현재 생물종의 90%가 멸종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최근에 『2050년,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쓴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미래에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것은 ‘기후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2050년에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지표면의 30% 이상에서 극심한 사막화가 동반된다고 한다. 지구 곳곳에서 산불, 폭염, 가뭄, 침수 등의 이상기후를 겪을 것이고, 강우량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엘리뇨 현상이 만연할 것이라고 한다. 그 결과 기후재난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려는 새로운 유형의 ‘기후 난민’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폭염이 1년에 100일 이상 지속될 것이고, 전 세계 곡물 수확량이 80%가 감소할 것이며, 더불어 만성적 물 부족 문제에 처할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간 식량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UN은 2050년에 기후난민이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생존에 취약한 빈민층이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IPCC(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가 2도 상승하는 경우 1.5도 상승할 때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인구가 약 1억 5,000만 명 더 늘어난다고 한다.

경제는 자연과 노동을 착취하면서 성장

이런 심각한 결과를 예상하고도 국제적인 협력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997년 기후변화협약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무색하게 이후 20년 동안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또한 2016년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유지하는 파리기후협약에 195개국이 동의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심지어 미국은 이 협약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미국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경제성장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는 결국 경제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생태계 파괴의 현상적 원인은 이산화탄소의 과다 방출, 초국적 종자회사의 농간, 부도덕한 기업의 불법적 행위들로 볼 수 있지만, 더 근본적 원인은 결국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상품화시키는 자본주의의 성장이데올로기, 시장원리가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확장을 동력으로 존속되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연과 노동을 착취해 왔다.

『환경과 경제의 작은 역사』라는 작은 책을 쓴 오리건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인 존벨라미 포스터는 환경과 경제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자본주의 출현과 더불어 인간은 자기 주변의 모든 것, 즉 토지와 자연자원 그리고 인간 자신의 노동을 시장에서 이윤을 낳을 잠재적 상품으로 간주하면서” 광범위한 환경파괴를 벌여왔음을 역사적으로 증거하고 있다. 실제로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 –사실은 발견이 아니고 점령이었지만- 이후 얼마나 많은 인디언 원주민을 학살하면서 땅을 뺏고, 그 땅과 그 땅에서 살아왔던 온갖 생명들을 착취하면서 환경파괴를 자행했는지 모른다. 고급 모피를 얻기 위해 수천만 마리의 수달과 비버, 여우가 죽임을 당했으며, 숲은 파괴되었고, 지역민들이 먹을 곡물을 재배하던 땅에는 설탕을 생산하기 위해 사탕수수 단일 작물을 재배하는 엄청난 규모의 플랜테이션 농장이 건설되었다. 그 과정에서 땅은 황폐화되고 원주민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쫓겨났으며,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명의 노예를 들여왔다.

본격적인 산업혁명 이후의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말할 것도 없다. 「왕자와 제비」라는 소설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즈는 「쓰라린 시간들」(1854)이라는 소설에서 당시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마을의 높은 굴뚝에는 그칠 줄 모르는 뱀 불꽃 같은 연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 올랐다. 그 마을엔 검은 운하가 있었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염료로 자줏빛으로 변한 강이 하루 종일 흐르고 있었다.

찰스 디킨즈 「쓰라린 시간들」(1854)

그 이후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본격적인 식민지 개척으로 이어진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제3세계 민중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을 자행했다.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것 역시 또 다른 방식의 경제적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더 이상 대놓고 남의 나라 땅을 지배하는 용인될 수 없기에 보이지 않는 자본의 힘으로 세계의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폭주하는 자본의 기관차에서 내려야

그러므로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놔두고 환경문제를 논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문제를 경제문제, 사회문제와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 환경문제는 사회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환경문제는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으며, 그 과정에서 역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전쟁, 제3세계의 저발전이라는 사회문제가 동시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재편 없이는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벼랑 끝으로 향하고 있는 생태적 위기를 해결할 길이 없다. 이제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 자연을 대하는 태도, 생산 양식에 대한 전면적 반성과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사회주의로 가자는 건 당연히 아니다. 사회주의 역시 환경파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사회주의 역시 근대문명이다. 이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모두 넘어선 새로운 생태문명을 고민해야 한다.

대안은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삶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정치도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한 중앙정부 주도의 정치에서 지방 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마을과 자치, 공동체를 바탕으로 주민자치가 실현되는 직접민주주의로 가야 한다. 또한 경제는 성장이데올로기를 포기하고 ‘탈성장’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협동조합이나 로컬시장 등 지역자립의 민본경제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과 국가와 지역자립의 민본경제가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경제체제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해야 할 때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민자치기본법과 기본소득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벼랑 끝으로 질주하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기관차에 올라타고 있는 셈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폭주하는 기관차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자전거 또는 완행버스(그것도 친환경 에너지로 운행되는)로 갈아타야 하는 결단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결단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김용휘

동학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철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 방정환한울학교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방정환배움공동체 ‘구름달’ 대표. 대구대 교수. 2018년부터 2년간 인도 오로빌공동체를 탐방하고 돌아왔다. 지금은 경주에 정착해서 두 아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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