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신화 뒤에 가려진 기후생태의 진실 – 정권 교체 이후의 정책 변화를 톺아보며

이재명 정부의 기후·생태 정책은 메가시티 중심의 국토 개발과 원전 확대 등 여전히 양적 성장에 편중된 기존의 개발주의 패러다임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입니다. 기후 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형적 성장 지표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의 자립과 생태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탈성장 중심의 근본적인 정책 대전환이 시급합니다.

기후위기는 심해지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무언가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날 거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흐름을 지켜보며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무거운 질문들이 쌓여만 갑니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지도를 들고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여전히 ‘성장’이라는 낡은 지도를 든 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의 정책 흐름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53, ‘지역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복제되는 메가시티의 함정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5극 3특’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권역별로 강력한 성장 엔진을 만들고 초광역 생활권을 구축해 수도권 집중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을 들여다보면 위험한 징후들이 보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균형’의 정의가 잘못되었다는 점입니다. 5극 3특이 추구하는 지역통합은 결국 서울과 비슷한 중급 메가시티를 전국 곳곳에 여러 개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수렴하기 쉽습니다. 거대 도시들이 주변의 인구와 자원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면, 그 거점에 속하지 못한 작은 도시들과 농산어촌의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합’이 아니라 ‘흡수’와 ‘배제’가 일어나는 셈입니다.

두 번째는 환경적 안전장치의 해체입니다. 만일 특별자치도가 그 ‘특별한’ 권한을 지역 주민의 민생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를 우회하는 데 사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렇게 되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환경 파괴가 합법적으로 강행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이는 권역 간의 경쟁형 개발을 부추겨 환경을 파괴하고, 탄소배출을 늘리면서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것입니다.

2. 신공항과 산단, ‘지원의 탈을 쓴 대규모 개발의 악순환

신공항을 10개 이상 짓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약이다.
사진 출처: Icsilviu

정부가 지역에 힘을 실어주겠다며 내놓는 대형 SOC 사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항 개발 종합계획 등에서 거론되는 신규 공항 사업들이 누적되어 전국에 약 10개 가량의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입니다. 좁은 국토에 이미 15개의 공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안전’이라는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최근 무안공항 참사를 통해 조류 충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났음에도,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을 앞세워 환경과 안전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2공항과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가덕도신공항은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도 지표(TPDS) 기준 최대 246배 위험하며,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조차 이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황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공항일까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엄청난 기후-생태적 비용을 숨기고 있습니다. 초대형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역의 자연은 비용으로 치부됩니다. 동시에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생물다양성 30×30’ 목표는 개발의 속도전 앞에서 무력해집니다.

무엇보다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전력 공급 계획의 현실성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50년까지 약 10GW의 막대한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도권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구조가 됩니다. 그런데 현재 송전망은 이미 병목이 심각한 상태라, 계획대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 큽니다.

둘째, 지역 불균형 심화 문제입니다. 수도권 초대형 프로젝트는 인구와 자본을 더 끌어당겨 지방의 산업 공동화와 상권 붕괴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집중은 지역의 회복력을 약화시킵니다. 그 결과 RE100 같은 전환 목표도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더 지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자연과 공동체를 복원할까”를 질문해야 할 때입니다.

3. 원전 건설 재개와 ‘AI 전력 수요라는 시간 불일치의 모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단연 신규 원전 2기 건설 추진입니다. 정부는 AI 산업 발달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시간의 불일치’가 존재합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원전 건설에 10년 넘게 걸린다고 언급했듯이, 2037~2038년에나 완공될 원전이 어떻게 지금 당장의 AI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불이 났는데 10년 뒤에 올 소방차를 예약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공포 서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원전보다는 에너지 수송의 문제다.
사진 출처: u_cuez51tbse

첫째, 그 공포 서사는 그대로 믿을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의 총 발전 설비 용량은 약 152~158GW에 달합니다. 반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최대 전력 수요(피크)는 약 97~98GW 수준입니다.

둘째,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자연법칙처럼 받아들일 게 아니라, 수요 자체를 정책적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AI 산업에는 생태적 한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병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원전이라는 위험한 도박보다 훨씬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입니다. 현재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났지만 이를 연결할 전력망이 부족해 귀한 에너지를 길 위에서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또한, 핵 문제와 관련하여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져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지만, 이 사태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바다라는 공공재를 다루는 윤리적 결여는 기술적 안전 논쟁을 넘어 우리 생명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4. 부동산 억제와 코스피 5000: ‘성장 체감정치가 가리는 것들

경제 정책에서는 흥미로운 대조가 나타납니다. 우선,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는 대통령의 뚝심 있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나 보유세 강화 등은 그동안의 성장주의 도시 정치를 흔들 수 있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투기 억제 정책이 단순한 ‘시장 안정’이나 반칙 방지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는 주거를 투자의 대상이 아닌 보편적 권리로 바꾸는 공공임대 및 주거권 전환 정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토지공공성 확대, 우리가 공유해야 할 자산이라는 의미의 커먼즈 확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반면, 시장의 관행적인 불법을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코스피 5000’ 달성에 환호하며 주가 상승을 국가적 성과로 홍보하는 모습은 우려스럽습니다. 주가와 GDP 상승은 필연적으로 탄소 배출과 자원 소비를 동반하며 기후위기를 가속시킵니다. 국가가 정책으로 국민의 복지와 노후를 책임지는 대신, 주식 투자를 통해 ‘각자도생’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정부의 본령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주식 투자가 부동산 투기보다 낫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한가한 소리일 뿐입니다.

5. 기후 거버넌스의 한계: 탄소중립기본계획 ‘A등급 4.8%’가 말해주는 현실

코스피 급등은 기후위기 시대에 좋은 일일까? 사진 출처: Pexels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과 기후시민회의 같은 거버넌스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름표를 바꾼다고 해서 국토 개발과 산업 성장의 엔진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실행력’입니다. 최근 전국 기초지자체의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급을 분석한 결과, 최고 등급인 A등급은 11곳(4.8%)에 불과했습니다. 이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정부가 거대 담론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이, 정작 탄소중립의 최전선인 지자체들은 재정과 권한, 역량 부족으로 형식적인 계획만 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지역에서 탄소중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가 세운 계획도 제대로 지켜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거점 경쟁을 부추기는 메가시티가 아니라, 지역의 기본 서비스와 돌봄, 행정 역량을 두텁게 하는 전환의 인프라입니다. 탈플라스틱과 자원순환 역시 산업적 재활용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시민의 생활양식 자체를 바꾸는 감량과 재사용 중심의 정치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에필로그: 핵잠수함과 기후 시대의 안보 재정의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핵추진 잠수함 추진 문제입니다. 국제 정세가 거래주의와 힘의 논리로 급속하게 재편되면서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핵잠수함 추진은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킬 뿐입니다. ‘안보’를 군사력으로만 좁히는 순간, 기후·재난·생태 붕괴라는 비군사 위협은 후순위로 밀리게 됩니다. 기후생태 시대의 진정한 안보는 ‘더 강한 무기’를 갖는 것이 아니라, 기후 재난과 생태 붕괴로부터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군사적 안보가 아닌 ‘생태적 안보’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합니다.

또한 국제질서가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재편되면서, 기후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외교의 목표는 ‘성장과 국익’만이 아니라, 기후협력과 평화를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데 놓여야 합니다. 한국은 공세적인 기후 대응을 먼저 실천하고, 이와 함께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강화해 국제적 기후연대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결론: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할 때

이재명 정부의 지난 정책들은 기존의 성장주의 패러다임 안에서는 나름의 성과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점을 키우고,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성공의 문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가 우리의 생활 세계를 위협하는 지금, 그 익숙한 처방은 오히려 위기의 원인을 연장할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탈성장’이라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합니다.

첫째, 공급 확대보다 수요 감축(에너지, 이동, 생산 등)의 정치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둘째, 지역은 개발 대상, 거점 경쟁이 아니라 기본 서비스와 돌봄, 생태 복원의 토대 위에서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셋째, 기후 거버넌스는 보여주기식 공론장이 아니라 고통 받는 지역 주민의 참여와 실질적 권한 부여, 그리고 실행력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결국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 즉 “성장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종교에 가까운 서사를 바꾸는 일에서 진짜 전환은 시작될 것입니다.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중간 목표 시점인 2030년까지는 5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 정부의 남은 임기가 골든타임 중의 골든타임이 될 것입니다. 이제 낡은 이야기를 버리고, 우리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그 전환은 조금씩 현실이 될 것입니다.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생태전환Lab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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