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시즌2] ⑪ 【특별편】 첫 앨범 해설집

이번 월간 기후송은 특별편입니다. 시즌1과 시즌2에서 작업한 곡들을 선별해 발매한 월간 기후송 첫 앨범에 대한 해설판으로, 앨범발매를 위한 과정과 곡에 대한 간략한 해설, 앨범을 재미있게 듣기 위한 팁 등을 정리한 글입니다.

이번 월간 기후송은 작곡 대신, 8월 안에 발매될 첫 《월간 기후송》 앨범에 대한 소개를 드리려고 합니다.

월간 기후송이란?

《월간 기후송》 앨범 커버이미지.
사진 제공 : 김영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월간 기후송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2022년 2월,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에 이번 달부터 이런 프로젝트 시작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맨날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았거든요. 아무튼 말 그대로 매달 기후 관련 노래를 작곡하는 거였는데, 생계활동을 하면서 매달 한 곡씩 작업하는 게 역시 쉽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약속한 시간에 작곡이 잘 안 나올 때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음원작업도 하기 어려워서, 밤에 집에서 혼자 조용히 기타 치며 녹음할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시즌1에서는 기본적으로 저의 메인 악기인 기타와 함께 게러지밴드(Garage band)를 활용했습니다. 그중 특히 Live loops(라이브 루프)라는 기능을 활용했는데, 라이브 루프에는 EDM이나 힙합 등 장르의 좋은 샘플들이 많아 몇 가지를 곡의 중심 테마로 사용했습니다. 게러지밴드를 활용한 이유는,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분들도 똑같이 따라하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한 작업이었는데요, 언젠가 책을 출간할 수 있다면 그때 자세히 설명해보려 합니다.

시즌2는 2024년 11월에 시작했고, 이때는 ‘AI vs. 인간’이란 컨셉으로 진행했습니다. 제가 만든 가사를 AI를 통해 작곡하고, 다음 달에는 동일한 가사로 제가 직접 제 악기(기타)로 작곡한 후 두 곡을 투표에 부쳐 어떤 곡이 더 좋은지 겨뤄보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절대적으로 불리하긴 했지만요. 아쉽게도 투표 참가자가 적어서 투표는 계속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월간 기후송을 통해 시즌1에서 9곡, 시즌2에서 9곡, 총 18곡을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시즌1에서 6곡, 시즌2에서 4곡을 선곡해 총 10곡을 수록했습니다.

■ 앨범 형태

처음 앨범 발매를 생각했을 때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관련 업체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으로 발매하려고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실물CD를 찍어내지 않아도 되니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이전처럼 지인들 중심으로 판매할 일정 분량의 앨범은 실물로 인쇄하게 되겠지만요.

그런데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생각해보니, 실물CD가 거의 사라진 이후로부터는 음원을 구입(다운로드, 스트리밍)해도 뭔가 앨범을 실제로 구매한 것 같지도 않고, 어떤 단절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키트 앨범’의 존재를 알고 매우 반가웠고, 앨범 발매 방식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키트(KIT) 앨범

키트 앨범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새로운 형태의 실물 음반으로, 음악 스트리밍 시대에도 팬들이 실물 소장을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키며 음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앨범입니다. 네모 형태의 작은 키트를 스마트폰에 갖다 대면, 음악 재생뿐 아니라 가사, 영상 감상까지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천여 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참여하여 약 900만 개가 판매되었고, 21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실물로 찍어내기 때문에 일정하게 자원을 소모하겠지만, 주문하면 일대일로 생산되는 방식이라 재고를 남기지 않으니 낭비가 없어 좋았습니다. 사실 기존 앨범은 최소 수량으로 제작해도 200개나 500개를 찍어야 했기에 비용면에서도 그렇고, 팔리지 않아 낭비되는 재고가 생기는 점이 큰 부담이었거든요. 무엇보다 가난한 뮤지션 입장에서 앨범 생산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포토카드와 스티커 등의 굿즈를 넣을 수 있는 점도 색다른 서비스였습니다.

■ 음원 제작방식

기본적으로 작사는 모두 제가 하고, 작사에 AI를 통해 작곡을 하거나(4곡), 제가 작사·작곡한 곡을 ‘커버’ 기능을 통해 AI가 약간의 편곡과 함께 음원으로 만들어주는 방식(5곡)으로 만들었고, 딱 1곡 만은 작사작곡부터 음원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제가 작업했습니다. 
우선, AI를 통해 작곡할 때는 ‘suno’라는 서비스를 사용했고, 제가 원하는 장르나 분위기를 프롬프트를 통해 명령하면 곡을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가급적 작업을 적게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AI가 소모하는 전력이 많아 그에 따른 탄소배출이 많기 때문입니다. 빨리 원하는 곡이 나올 때는 10회 정도, 그렇지 않을 때는 20회 정도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느라 사용회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AI 방식과 전통적인 음원제작방식의 탄소배출을 비교한 글도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제가 작사·작곡한 곡을 ‘커버’ 기능을 통해 AI가 음원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은, 이번 앨범의 곡들뿐 아니라 제가 최근 즐겨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제가 만든 곡을 AI를 통해 그럴 듯한 음원으로 만드는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이건 매우 현실적인 고민에서 이루어진 것인데요, 음반 제작시 제대로 된 음원을 만들려면, 전체 음원을 맡아서 감독하고 작업해 줄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연주자들이 필요하고, 녹음할 스튜디오를 대관하고, 녹음을 마친 트랙들을 믹싱하고 마스터링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상당한 비용과 에너지, 즉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AI활용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전통적 방식에 필요한 재정도 없었지만,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AI가 만든 음원의 퀄리티가 제법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 재미있게 듣기 위한 팁

무엇보다 커버 기능을 통해 AI가 랜덤하게 만들어 주는, 약간의 편곡이 가져오는 ‘우연성’도 꽤나 재미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부끄러워서 다 수록하지는 못했지만(밤에 아이패드에 조심스럽게 불러서 녹음한 완전초안 음원들이라…), 링크를 통해 각각의 원곡이 어떻게 변했는지 찾아 들어보시는 것도 이 앨범을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앨범 수록곡

이번에는 앨범 수록곡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수록된 곡 중 유일하게 ‘채식하는 호랑이’ 라는 곡은 모든 과정을 제가 작업했고, 따라서 보컬도 제 목소리입니다. 다른 곡들의 보컬은 모두 AI음성입니다.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AI가 제법 훌륭하긴 하나 내레이션이나 제가 원곡에서 읊조리는 듯한 부분의 AI작업은, 아직은 약간 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미 웹진 《생태적지혜》에 ‘월간 기후송’으로 기고한 글들이 있으니, 못 보신(들으신) 분들께서는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링크에 들어가시면 곡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설명글, 가사, 작곡한 음원 등이 있습니다.

앨범명 : “20411021

대부분의 곡들이 현재를 노래하지만, 한편으론 저 미래 어느 시점을 향해 있는 듯. 현재를 노래하는 것은 미래를 노래하는 것이 되고, 미래를 노래하는 것은 현재를 노래하는 것이 됨.

수록곡 소개

1. 생쥐나라 대표는 고양이(마우스랜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때마다, 보통의 시민들이 자신들과 다른 부류의 엘리트들을 선출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생쥐나라 고양이대표’라는 비유를 통해 풍자하는 곡.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라스의 유명한 연설 《마우스랜드》 이야기로 만든 노래. (인간작사 + AI작곡)

2. 그린워싱_녹색 얼룩 전문 세탁소

기업들이 녹색경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말하는 노래. 상품에 대한 속임수, 가짜녹색경영을 하는 기업을 넘어, 국민을 속이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까지. 모든 분야 모든 영역에 퍼져있는 심각한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에 대해 풍자하는 노래. (인간 작사·작곡 + AI편곡)

3. 걷는 나무

‘걷는 나무’라는 존재와 인간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생태적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노래. (인간작사 + AI작곡)

4. 채식하는 호랑이

호랑이가, 기후위기로 동물들이 사라져 먹을 게 없게 되자 결국 채식을 하게 된다는 내용. ‘채식’이란 주제를 육식을 대표하는 호랑이를 통해 표현한 노래. (인간 작사·작곡[게러지밴드]: 원곡)

5. 프리패스

물가 상승, 유류세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독일의 ‘9유로 티켓’처럼 교통비 지원을 통해 가계경제를 안정시키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하자는 노래. 더 나아가 버스도 지하철도 걷기와 자전거처럼 ‘프리패스’ 하자는 곡. (인간 작사·작곡 + AI편곡)

6. 함께 흐르는 강

생명의 강인 금강은 지금처럼 계속 흘러야 하고, 우리가 그 길에 함께 서서 외치겠다는 염원과 의지를 담은 노래. 금강 세종보 재가동에 반대하여 천막농성장이 세워졌고, 이후 300일 투쟁문화제가 열렸는데, 여기에 초대하는 글로 만든 노래. (인간작사 + AI작곡)

7. 멸종애가(哀歌)_사라지는 것들의 이름 부르기

이미 절멸한 종들과 멸종위기 생물들을 기억하기 위한 노래. 한국의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60종)의 이름을 가사로 하여 만든 곡으로, 빠르게 사라져가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관계 맺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 (인간 작사·작곡 + AI편곡)

8. 20411021일 일기_최후진술서

2021년 10월 21일, 4명의 녹색당 당원들은 포스코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그린워싱’을 규탄하는 직접 행동을 벌였고, 각각 3백만 원의 벌금을 구형받음. 1심 마지막 재판에서 피고인 김영준이 낭독한 최후진술서로 만든 노래. (인간 작사·작곡 + AI편곡)

9. 차갑고 뜨거운(AMOC)

현재 해류순환이 점점 느려지고 있고, 멀지않은 때 멈출 수도 있으며, 이는 빙하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한 소식을 노래로 표현한 곡. (AMOC은 대서양자오선역전순환의 약자) (인간작사 + AI작곡)

10. 밥은 생명

제목처럼 밥이 우리에게 올 때부터 먹고 우리 몸이 될 때까지의 전 과정이 생명이고, 평화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짧은 곡. 식사송으로 만든 노래. (인간 작사·작곡 + AI편곡)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생태전환Lab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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