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⑤ 그린워싱_녹색 얼룩 전문 세탁소

〈월간 기후송〉의 작곡 일지 6월편(다섯 번째 곡). 이번 달 노래는 ‘그린워싱_녹색 얼룩 전문 세탁소’라는 곡으로, 기업들이 녹색경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말하는 노래. 제품에 대한 속임수, 가짜녹색경영을 하는 기업을 넘어, 국민을 속이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까지, 모든 분야 모든 영역에 퍼져있는 심각한 위장환경주의에 대한 풍자.

● 노래를 만들기까지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흘러가는 걸까요? 지난 달 곡을 쓰고 나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제 한 달의 시간이 생겼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한 달이 금방 훅 지나버렸네요. 이번 달 노래는 여러 계기로 ‘그린워싱’을 주제로 잡아 보았어요.

그린워싱에 대한 문제는 오래되었어요. 최근 ‘이니스프리’가 홍보한 종이병 화장품은, 종이를 벗겨보니 플라스틱병으로 되어있어 황당했던 사건이었고, 스타벅스는 재사용이 가능한 ‘리유저블컵’을 점진적을 도입한다고 밝혀 신선했지만, 한편으로는 플라스틱 소재의 굿즈를 상대적으로 많이 판매한다는 비판 때문에 의미가 퇴색하기도 했었지요.

다큐멘터리 영화 《녹색과 거짓말((Bright Green Lies)》(2021)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녹색과 거짓말((Bright Green Lies)》(2021) 포스터.

하지만 이런 상품에 대한 여러 속임수 내지 꼼수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이 실제에 비해 과장된 녹색경영 이미지를 홍보한다는 사실이에요. 1,401개 기업이 최근 10년간 배출한 온실가스를 다 합쳤더니 같은 기간 국내에서 나온 온실가스의 86.3% 수준일 정도로 대부분의 온실가스를 기업이 배출하고 있더라고요.1 그런 측면에서 기업들의 그린워싱은 책임회피 및 빠른 온실가스 감축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러 자극들이 작곡의 동기가 되곤 하는데, 이번 달에는 최근 있었던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봤던 영화들이 강한 자극이 되었어요. 그 중 《녹색과 거짓말》이란 영화는 동명의 책을 저술한 세 저자들의 인터뷰가 주로 다루어졌는데, 재생에너지의 환경파괴를 다룬 지점은 적잖이 충격적이었어요.

● 주제에 대하여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겉으로 친환경을 표방하는 것인데요, ‘친환경 행위만을 과장하거나 반환경 행위를 축소해 기업 이미지를 ‘녹색’으로 세탁하는 것’을 말한다고 해요.2 특히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불면서, 기업들의 그린워싱이 더 심해졌어요.

실제로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10일까지 약 1년간 각 기업의 공식 페이스북 게시글(총 1,936건)을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발전 5사는 친환경・탄소중립 등의 단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는데, 국내기업 배출량 3위의 동서발전은 ‘환경’(719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고, 이 중 ‘친환경’만 따지면 529회였어요. 주로 자사를 ‘친환경에너지기업’(126회)이라 지칭하거나, 포트폴리오 중 ‘친환경에너지’(108회) 사업을 강조했다고 해요. 결국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가장 앞서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통해 국민들을 속임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방해하고 피해가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정말 황당했던 대표적인 사례는, ‘탄소중립 주유’ 즉 ‘탄소중립 휘발유’와 ‘탄소중립 경유’를 판매하는 거였어요. “당신의 주유가 나무가 되고 숲이 됩니다.”라는 정말 말도 안 되고 형용모순인 SK에너지의 캠페인이었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봤더니, 판매량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넷제로’로 만든다는 거였어요. 이런 발상도 문제지만, 백번 양보해서 이게 가능하려면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가 중요할 텐데요.

할당대상업체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하여 업체의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유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하여 업체의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유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탄소 배출권거래제(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옆 그림에서처럼, 할당된 기준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적게 한 기업에게 배출권을 구입해서 할당량을 채울 수 있게 하는 시장주의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운영방식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일정한 배출권을 할당해 준다는 사실이에요. 이 제도가 잘 작동이 되고 있다면, 실제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야 할 텐데, 정말 그런지 살펴볼게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이 425개인데, 이중 배출량이 증가한 기업이 229개나 되고(2019년 기준 이들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7%), 심지어 이 중에서 배출권이 남은 기업이 109개나 되었어요. 남은 배출권을 팔아서 돈을 버는 정말 이상하고도 말도 안 되는 상황. 이걸 “똥 싸고 칭찬받는 기업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고요.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150만 톤의 남는 배출권을 팔아 446억 원을 벌어가기도 했다네요.3

또 하나의 그린워싱 사례는, SK E&S가 호주에서 ‘바로사 LNG전 개발 사업’을 하면서, 이를 “탄소 없는(CO₂ Free) 친환경 LNG 시대를 연다.”라고 홍보해서 문제가 되었었어요. SK E&S는 탄소포집・제거(CCS) 기술을 활용해 LNG 생산 과정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허위광고로 시민사회로부터 제소를 당하기도 했어요.

‘천연가스’는 기본적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30배 정도 높은 ‘메탄’입니다. 또한 천연가스를 액화해 사용하는 LNG(액화천연가스)는 친환경으로 알려진 바와는 달리, 가스의 발전뿐 아니라 생산, 액화, 운송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량을 모두 더하면, 석탄의 65~90%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후위기의 주범 중 하나입니다.4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의 문제는,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아직 충분한 검증이 안 된 기술이라는 점이에요. 현재 전 세계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2050년이 되어야 상용이 가능할지 말지 알 수 있는 기술로 탄소중립을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봐요.

가장 난제이면서도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환경이 파괴되는 이슈일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전기차 문제를 들 수 있는데요. 전기차를 만들려면 에너지 저장을 위한 리튬 건전지에 코발트(또는 콜탄:Columbite-tantalite)가 들어가야 하는데요, 이 핵심적인 희토류인 코발트의 70%가 콩고 공화국에 매장되어 있어요.

이 작업에 6세 가량의 어린아이가 동원되기도 하는데, 콩고 남부에 사는 4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광산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해요(유니세프). 이들 어린이 청소년들은 죽도록 일하고 하루에 1달러 정도의 푼돈밖에 주어지지 않고, 오염으로 사지가 뒤틀리고, 광산에 매몰되어 죽어가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 ‘피의 코발트(Bloody cobalt)’라고도 불리고 있어요.

코발트 채굴을 위해서는 물이 많이 필요한데, 가뜩이나 물 자원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채취 과정에 사용한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오염된 물이 광산 근방의 전 지역을 다시 오염시키고… 또 채굴을 하기 위해 숲을 베어내고 있는데, 하필 코발트 채굴 지역이 멸종위기 고릴라인 ‘동부로랜드고릴라’의 서식지와 겹치면서 현재 심각한 멸종단계에 직면했다고 해요.

이렇듯 “희토류 채굴은 생태 파괴와 지하수 고갈, 또 다른 온실가스 방출, 원주민의 추방, 정당하지 않는 노동력 착취라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는데요, 결국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벌이고 있는 상황. 결국 돈과 편리를 위해 남반구, 원주민, 아동들을 착취하면서 “깨끗한 전기차를 구매하세요”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요.5 다르게 표현하면, 아프리카 등 남반부 국가들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해서 이득을 취하는 ‘기후 식민주의’가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오스트레일리아 공영방송 ABC News In-depth 유튜브 "Blood Cobalt: The Congo's Dangerous and Deadly Green Energy Mines | Foreign Correspondent" 영상 갈무리.
오스트레일리아 공영방송 ABC News In-depth 유튜브 “Blood Cobalt: The Congo’s Dangerous and Deadly Green Energy Mines | Foreign Correspondent” 영상 갈무리.
출처 : ABC News In-depth 유튜브

물론 화석연료를 점점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겠지만, 현 인류의 소비행태, 생활문화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원만 바꾼다면 결국 자연과 생태계 파괴, 인간까지 멸종하고 말 거예요. 갈 길이 먼 상황이지만, 이 문제를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오기 어려울 것 같아요.

● 가사

(intro)
여기는 녹색 얼룩 전문 세탁소. 녹색물은 뭐든 잘 빨아 드립니다.
잘 안 빨리는 대기업 그린워싱까지.
어떤 종류든, 어떤 얼룩이든. 자 그럼 세탁물 좀 볼까요?

(verse1)
클린 디젤, 탄소중립 휘발유
친환경LNG, 탄소중립 벌목
유행따라 ESG,
대체 언제 CCUS
지구 없는 지구공학, 탄소배출권 거래제
녹색성장, 지속가능발전,
GDP, 경제성장, 종교가 된 전기차,
태양광, 풍력발전의 그늘

(chorus)
그린 그린 그린 그린 그린 그린 그린워싱
워 워 워우 워우 워싱 더 그린~

(interlude)
회색을 회색이라 말하지 못하고, 녹색을 녹색이라 말하지 못하는
아무리 녹색 칠해도 속은 시커먼 것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부들, 똥 싸고 칭찬받는 기업들

(verse2)
탄소제로, 탈원전, 탈식민화,
탈성장, 커먼즈, 불평등 철폐
호혜성, 새로운 경제,
그냥 주는 선물의 경제
체제전환, 정의로운 전환,
사회정의, 기후정의, 진짜 그린뉴딜
탄소중립 아닌 배출제로,
기후위기비상행동, 멸종반란

(chorus)
그린 그린 그린 그린 그린 그린 그린워싱
워 워 워우 워우 워싱 더 그린~

(outro)
위장환경주의 이제 그만
그린워싱 정말 싫어!
회색 칠한 무덤이여, 녹색분칠을 지워라
바로 너! 너! 너!

● 가사에 대하여

이번에도 곡이 잘 안 써져서 4~5번을 만들고 지우고 하다가, 노래 컨셉이 나오자 속도가 붙어 그 이후로 곡이 금방 정리가 되었어요. ‘그린워싱’이란 주제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세탁, 세탁소가 떠올랐어요. 그렇게 컨셉을 잡으니 풀어내기가 좀 쉽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평소 ‘풍자’라는 형식을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데, 이번에도 풍자를 통해 들으시면서 한 번씩 웃으실만한 포인트를 넣어봤어요.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무겁고 심각하게만 다루게 되면 저부터가 듣기 싫어지더라고요. 물론 힙합 같은 장르는 오히려 비트를 통해 그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 매력인 장르도 있겠지만요.

그린워싱을 주제로 만든 곡들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그렇다면 이 주제를 처음으로 다루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그린워싱을 하고 있는 이슈들, 주제들을 다 언급해보자 싶은 마음으로 가사를 써봤어요. 얇고 넓게 언급하자 뭐 그런 거죠.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그러니까 진짜 녹색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2절에서는 그런 주제나 이슈들을 넣어봤어요.

하나하나의 주제, 키워드를 설명하자면 책이 몇 권 나올 분량이고, 또 제가 다 설명할 수 있는 깜냥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나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노래 한 곡에 이 주제들을 다 열거하는 것만으로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물론 이 엄청난 개념들을 풀어놓았으니 뭔가 이후에 수습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 같은 것도…

● 악보 (생략)

이번 곡도 일반적인 곡처럼 선율 중심의 곡이 아닌, 나레이션과 랩 같은 가사 중심이라, 통상의 악보처럼 곡 전체를 표현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생략하기로 했어요.

● 작곡에 대하여

컨셉이 나오기 전, 어떤 느낌으로 해야 할지 몇 가지 장르를 전전하며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컨셉이 잡히고 나자 펑크(funk)로 가는 게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펑키한 느낌을 잘 내려면 역시 일렉기타의 리듬감 있는 16비트 연주가 들어가야 하기에, 왼쪽으로는 클런치한 톤의 일렉기타가, 오른쪽으로는 클린 톤의 일렉기타 연주가 들리도록 배치했어요.

곡은 단순한 편이고 크게 3파트로 구성이 되어있어요. verse 파트에서는 많은 가사들의 리듬을 잘개 쪼개서 최대한 긴장감을 내보려 했어요. 물론 제가 랩퍼가 아니기 때문에 역시 쉽지는 않더군요. chorus 파트에서는 그린워싱과, 그린워싱을 지우자라는 내용을 심플하게 묘사했고요. intro, interlude, outro 파트는 내레이션에 어울리는 연주샘플을 가져야 배치해봤어요. 짧고 단순한 곡이라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들어보시면 누구나 다 아실 수 있으시겠지만.

● 노래 듣기

가사에 생소하고 낯선 단어들이 좀 있을 수 있는데요, 제가 드리는 퀴즈라고 생각하시고, 한번씩 검색해서 찾아보시는 것도 노래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이번 곡은 주제는 불편하지만, 노래만큼은 편하게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1. 녹색연합이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NGMS)에 공개한 2011~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 “[그린워싱 탐정] 삼성전자보다 탄소배출 많은데 ‘친환경 발전소’라고요?” 한국일보 2022-01-05

  3. 장혜영 의원실・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4. 기후솔루션 유튜브 “천연가스=온실가스라고?” 유튜브 Solutions for Our Climate(기후솔루션) facebook 페이지

  5. 이일희송 님 페이스북 타임라인(2021년 12월 30일) 참고 및 인용.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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