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농부 이야기] ③다마금(多摩錦)을 위한 변론

다마금이라는 토종벼가 있습니다. 다마금에 관한 연원을 살피고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토종벼 농사는 어떻게 짓는지 살펴봅니다.

올해도 다마금을 심고 거두었습니다. 다마금을 심은 지 10년이 넘어갑니다. 다마금은 운주마을 이영동 선생님에게 얻은 종자입니다. 이영동 선생님은 지역의 토박이로 매년 130여종의 토종 종자를 심고 거두고 갈무리하고 꼼꼼히 기록하는 분입니다. 그 기간이 40여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애써 보관하고 관리한 종자를 면민의 날 같은 지역 행사나 봄, 가을 파종 시기에 맞춰 지역 장터에서 나눔 행사를 열어 찾아오는 분들에게 씨앗을 알리고 보급하는 일을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코로나의 여파와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 지금은 그런 행사가 없어졌지만 인근지역에서 토종농사 짓는 분들 중에 선생님의 종자를 갖지 않은 분은 거의 없습니다. 덕분에 저도 여러 귀한 종자를 만날 행운을 가질 수 있었고 다마금은 그 중의 하나입니다.

다마금은 재래종 벼이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도입종으로 일본식 발음은 타마니시키(たまにしき)입니다. 사진 제공 : 쪼

다마금은 재래종 벼이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도입종으로 일본식 발음은 타마니시키(たまにしき)입니다. 이름을 토대로 유추하자면 아마도 타마[多摩] 지역에서 유래한 비단[錦]같은 형상의 벼가 아닌가 싶습니다. 혹은 같은 발음을 가진 구슬 옥(玉)자를 쓰기도 하니 구슬처럼 맑고 비단처럼 고와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의 연원이 어떠하든 다마금을 심어보면 왜 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벼는 삼복더위를 지나 8월 중순을 넘어서면 이삭이 자라기 시작하는데 다마금은 이삭이 자라면서 거의 동시에 수염이라고도 불리우는 하얀 까락을 내밉니다. 벼가 가장 아름다울 때입니다. 바람이 잔잔히 부는 날, 새하얀 빛깔의 까락을 지닌 다마금이 바람을 따라 이러 저리 나부끼는 모습은 본 적도 없는 비단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람이 잔잔히 부는 날, 새하얀 빛깔의 까락을 지닌 다마금이 바람을 따라 이러 저리 나부끼는 모습은 본 적도 없는 비단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 제공 : 쪼

간혹 그 시기에 다마금이 심겨진 논에 가는 건 주의를 요합니다. 벼들의 현란한 춤사위에 취해 논에 갔던 이유를 잊기도 하니 말입니다.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벼는 하루 종일 보아도 물리지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다마금의 까락은 익어가면서 은은한 붉은 빛으로 바뀌는데 그 붉은 빛이 수확 시기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다마금은 1909년경(?) 한반도에 도입되었고 전성기는 1930년대였습니다.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 1960년을 기점으로 종적을 감추게 됩니다. 다행히 이영동 선생님 같은 몇몇 분들의 노력으로 종자는 살아남았고 이러 저런 우여곡절 끝에 저희도 만나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멧돼지가 내려오는 산자락 논에 심는 벼,

수확은 적지만 제사상에 올렸던 밥맛 좋은 쌀,

비료가 아니라 땅심으로 키우는 벼

다마금을 기억하는 아재들 몇몇 분들이 되살려낸 다마금에 얽힌 이야기 조각들입니다. 지금에야 정부 보급종들에 비해 수확에 한참 못 미치고 까락 때문에 기계작업이 번거로워 농부들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한때 한반도에 살았던 백성(百姓)들의 사랑을 받았던 쌀이었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혹자는 일본에서 유래한 이 벼를 토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설왕설래를 벌이기도 하지만 미질이 좋은 쌀을 심고 싶은 바람은 국적을 떠나 농부에게는 다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더욱이 이 땅에 들어온 지 100년이 넘어 이제는 토착화된 작물의 연원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다마금은 어느덧 토종이 되었습니다.

논에 비료 뿐 아니라 퇴비나 녹비 같은 일체의 거름을 넣지 말 것, 제초제를 쓰지 말 것,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을 쓰지 말 것, 큰 기계를 사용하지 말 것 등등… 다마금을 심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사진 제공 : 쪼

다마금을 재배하는 것은 여타 토종벼와 같이 뺄셈의 경제를 추구합니다. 논에 비료 뿐 아니라 퇴비나 녹비 같은 일체의 거름을 넣지 말 것, 제초제를 쓰지 말 것,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을 쓰지 말 것, 큰 기계를 사용하지 말 것 등등… 다마금을 심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뺄셈의 경제를 어기고 거름이라도 주게 되면 벼는 쉽게 쓰러지고 수확량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다마금으로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다마금을 재배하는 이유는 더 큰 것, 더 많은 것, 더 빠른 것을 추구하는 작금의 사회 분위기에서 작고 소박하고 느린 뺄셈의 경제가 주는 미덕을 발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바람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마금을 심고 싶은 단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특유의 풍미 때문입니다. 맛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말로는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풍미가 좋아 매년 작은 논에 다마금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이 풍미를 함께 나눌 분 어디 안 계신가요?

전남 장흥에서 농사짓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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