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가짜 노동』을 소개하며,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모두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유로 ‘가짜 노동’을 들었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앞으로는 가짜 노동에서 ‘진짜 노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내다보았으며, 진짜 노동에는 가사 노동, 돌봄 등이 있다고 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진짜 노동에 관한 것으로 저자들은 우리의 가정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 재생산 노동과 탈노동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지적한다.

저자들은 먼저 가능한 한 가사 노동을 줄이기 위하여 인류는 가정 내에 과학 기술을 꾸준히 도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가사 노동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였는지를 사회·역사적 측면에서 검토한다. 과거의 가족은 대가족 형태였으며 가사 노동은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어 이루어졌었다. 예를 들면 어린이도 가사 노동에 일부 참여하였었고,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았기에 노인들은 죽기 전까지도 가사 노동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가족에서 핵가족 중심으로 가족이 재편성되면서 가사 노동은 가정주부라는 한 여성 개인에게 집중되었고, 이에 따라 가정주부가 수행해야 하는 가사 노동은 과거에 비해 증가하게 되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에는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인하여 이제는 가정주부가 가정 내에서 고령자의 돌봄까지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노동이라기보다는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여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우리가 그리는 사회의 목표는 자유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물음을 의미 있게 던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물음이 성립되려면 우선 시간이 우리의 소유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탈노동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탈노동을 위해 돌봄과 같은 힘든 가사 노동을 단순히 이민자 여성에게 떠맡기는 것 같은 ‘노동 이동’은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대인들은 여전히 과학기술을 이용하면 가정 내의 노동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가 실현하고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보면 가정 내 노동을 절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편의’만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홈의 잠재적 이득을 누리자면 그것에 맞게 주변을 정리해 두어야 하는 등 새로운 일거리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우리가 탈노동을 바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 일은 줄이지만, 사회 재생산을 위한 가사 노동을 줄여 줄 수 있는 충분한 과학기술을 우리는 아직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돌봄을 포함한 가사 노동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동이므로, 이러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언급하는 사회적 조건이란, 가정 내에서 요구되는 기준의 완화로 가사 노동을 줄이는 한편, 주부에게만 강요되는 노동을 분산하는 젠더 평등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저자들이 주장하는 탈노동은 필수 사회 재생산 노동이 공정하게 분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 내에서의 위생, 청소, 요리 등에 대한 기준 강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광고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가정 내에서 가사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업적 자본주의가 주장하는 사회적인 기준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따르고자 하는 새로운 규범을 결정하고 법을 제정하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여러 그룹에서 행한 탈노동 사례 등을 소개한다. 이러한 대부분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이 났지만, 그 실패를 참고하고 현재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 혹은 새로운 개념들을 도입한다면 향후 실현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또한 저자들이 말하는 탈노동의 하나로 가정 내에서의 기준 완화를 들었는데, 이러한 기준 완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유의 욕망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탈노동은 생태 지향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