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만남] ① 맛난 만남

신승철 선생님과의 만남은 ‘탄소자본주의’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2018년 책을 통한 만남이 식생활교육활동가 과정과 후원의 밤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2020년 ‘채식만남(가제)’의 글을 함께 써 보기로 하였다. 2023년 선생님이 소천한 후에도 그 만남은 지속되고 있다.

채식지향 청소년들과의 만남도 맛난 만남이었다. 사진 출처 : HONG SON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약 1년 전 쯤 『탄소 자본주의』 (신승철 저, 한살림, 2018년)라는 책을 통해 신승철 선생님을 만났다. 기후변화시대 탄소순환사회를 위한 마음의 생태학을 다룬 책으로, 착취와 차별, 분리라는 탄소파시즘을 넘어서 순환, 재생, 되살림에 의한 지속가능한 탄소순환사회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는, 욕망은 단지 욕심이 아니라 정동, 사랑, 돌봄을 통해 공동체를 구성하고 이웃, 자연과 공생하며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원천이자 에너지라고 정의하였다.

이 책을 접한 후, 나는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당시 활동하고 있었던 밥상살림식생활센터에서 식생활교육활동가 과정과 〈후원의 밤〉 행사에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선생님은 약간 수줍은 미소와 상대의 에너지를 이끄는 말걸기로 행사에 참여한 우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자고 외치고 있었다. 그 만남 이후에 선생님의 제안으로 ‘채식만남’(가제)이라는 제목으로, 채식지향을 시도하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을 쓰기로 하였다. 공동저자가 되어보자는 제안에 용기를 내어 그렇게 해보겠노라고 답은 했지만, 마땅한 글재주도 없고,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도 서툰 나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가 어떤 글을 써서 보내도 긍정적인 피드백과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렇게 청소년 채식과 관련된 사람들, 예를 들어 채식지향 당사자이면서 학교에서 채식식단을 제공하고 계신 영양사 선생님과 이를 지원하는 교육청 관계자, 학생, 시민활동가 등을 인터뷰하면서 글을 정리하였고, 수정, 보완과 몇 차례 출판사의 변동이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약 3년의 시간이 흘렀고, 채식지향의 인구도 증가하였으며 채식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대중의 채식에 대한 관심의 내용도 조금씩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판사와 내용 구성을 수정, 보완하면서 출판이야기가 오가던 중 예상하지 못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별세였다.

만남은 맛남이다. 그 만남들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사진 출처 : Pixabay

그 사이 나는 채식지향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과 모임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고, 짧은 기간이지만 서로 레시피도 공유하고 응원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만들었다. 인터뷰하면서 만난 활동가들과 학생들에게서 먹거리, 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배우고 알아가는 시간들이 즐거웠고, 표현이 서툴지만 재미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과 함께 글을 정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혼자서 책을 완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연말 쯤 생태적지혜연구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채식만남’ 원고를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만남은 지금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곤 하는 글이 생각난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정 민 저, 푸른역사, 2004년) 중에 나오는 “맛난 만남”이라는 시이다.

만남은 맛남이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만남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만남 앞에서도 길 가던 사람과 소매를 스치듯

그냥 지나쳐버리고는 자꾸 딴 데만 기웃거린다.

물론 모든 만남이 맛난 것은 아니다. 만남이

맛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외손바닥으로는

소리를 짝짝 낼 수가 없다.

살면서 나를 바꾸고 변화시킨 만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를 만난 사람들에게는 어떤 만남으로 남아 있는지 헤아려 본다. 신승철 선생님과의 만남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맛난 만남으로 그의 책과 글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나무늘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먹는방법, 먹는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확장되었고, 먹을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제는 발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이 느려 주위로부터 나무늘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살림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모心으로」(母心, 侍心, 初心, 合心)의 마음으로, 지식(지속가능한 식생활)을 키우자!라는 텃밭모임과 소모소모(반찬돌봄)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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