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만남] ③ 맛있는 기후행동, 생태미각학교 이야기

기후위기와 공동체의 위기를 체감하는 농촌에서, 생태적 식생활을 배우는 ‘생태미각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기후미식’은 채식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생태 감수성을 담은 삶의 태도를 지향한다. 전라북도는 이를 제도화해 채식환경 조성 조례를 마련하고, 교육·정책 전반에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밥상이 곧 기후위기 대응과 더 나은 사회로의 걸음이 될 것을 기대한다.

“내가 매일 먹는 이 한 끼, 기후위기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의철 저, 『기후미식 –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 (위즈덤하우스, 2022)

기후위기, 농업의 위기, 그리고 공동체의 위기. 이 세 가지를 일상 속에서 체감하며 살아가는 농촌에서, 우리는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물음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생태미각학교’이다. 지역 안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 공동체를 꿈꾸며 기획된 식농 교육 활동이다. 농민, 교사, 활동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음식과 생태, 교육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중 하나였던 ‘채식지향인의 밥상’ 강좌에서는 『기후미식』의 저자 이의철 선생님을 모시고, 기후위기 시대의 식생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강의 후에 함께한 식사는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살아있는 기후교육의 시간이었다.

알콩청국장, 채식김치, 부추간장 소스 얹은 두부, 메론장아찌, 연잎밥…

모두 지역에서 자란 재료들로, 정성스럽게 준비된 한 상이었다. 소박하지만 깊고 단정한 맛에 참석자 모두가 감탄했고, 그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기후를 생각한 밥상도 이렇게 따뜻하고 맛있을 수 있구나.”

이의철 선생님이 전하는 ‘기후미식’은 단순히 채식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먹는 행위 하나에도 지속가능성을 담아내려는 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생태계를 배려하며 살아가려는 실천의 이름이다. 그날 우리가 나눈 식사도 기후미식의 실천이었고, 그 안에서 ‘음식 한 끼가 사회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

『기후미식』을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바로 전라북도에서 ‘채식환경 조성 조례’를 제정했다는 이야기인데, 직접 그 조례를 발의한 도의원을 찾아가 얘기를 들어봤다. 김제와 익산 왕궁면의 대형 돈사들이 지역에 끼치는 환경적 영향은 상상 이상이었고, 수십억 원이 악취 저감에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먹거리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역 전체의 삶의 질과 연결된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전라북도는 2021년 『녹색생활 실천을 위한 채식환경 조성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2024년부터 2028년까지의 실행 계획도 마련해 본격적인 실천에 나서고 있다. 이 조례는 ‘채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주 1회 ‘저탄소 채식의 날’ 운영, ‘채식 식단 개발팀’ 운영으로 급식 메뉴 개선, 지역 식당에 ‘저탄소 실천 음식점’ 인증, 지자체 식당은 매월 마지막 목요일 ‘채식의 날’ 지정하여 운영, 채식 관련 축제, 체험 행사, 정책 평가를 위한 민·관 거버넌스까지!

이 모든 변화는 사실, 2020년 ‘공공급식에서의 채식 선택권 보장’을 요구하며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기각되었지만, 그 목소리는 전국 곳곳의 제도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인권과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사회 시스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이다.

헌법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채식 선택권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 존중’이 아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행동이고, 생태를 지키기 위한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책임이다.

채식을 중심에 둔 따뜻한 식탁. 사진 출처: Diana Oborska

학교 급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아이들이 함께 앉아 ‘먹을거리로 배우는 시간’, 그리고 ‘다양성과 배려를 배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도시락을 못 챙겨 운동장을 서성이고, 누군가는 알레르기나 채식 이유로 밥상에서 소외된다. 이제는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식탁이 필요하다. 서로를 배려하는 식탁에서 자란 아이들이 결국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게 될 테니까.

‘맛의 고장, 멋의 고장’이라 자부하는 전라북도. 이제는 그 자랑스러운 수식어에 ‘배려의 밥상, 평화의 밥상’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길 기대해본다. 채식을 중심에 둔 따뜻한 식탁 위에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더 평화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지속가능한 사회는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매일의 식탁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기후미식은 바로 그 첫걸음이다.

나무늘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먹는방법, 먹는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확장되었고, 먹을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제는 발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이 느려 주위로부터 나무늘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살림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모心으로」(母心, 侍心, 初心, 合心)의 마음으로, 지식(지속가능한 식생활)을 키우자!라는 텃밭모임과 소모소모(반찬돌봄)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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