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키움 특집] ② 논평- 기후리바이어던이 묻고 그린리바이어던이 답하다

12.3 계엄사태를 통해 잘못된 정치의 위험성을 관찰할 수 있듯이,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새로운 정치적 위험과 소수자에 대한 핍박을 불러 올 수 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탈성장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난 2025년 1월 17일(금) 생태적지혜연구소 주최로 진행된 〈[제18회 콜로키움] 리바이어던 – 기술과 환경, 정치의 교차점에서〉의 발표문과 논평문을 《생태적지혜》에 차례로 싣는다. 이 행사는 『기후 리바이어던』과 『그린 리바이어던』 두 책을 가지고 기후 위기 상황에서 세계의 정치 미래를 조망하면서, 국민국가, 인공지능, 기술과 환경의 미래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글은 첫 번째 책 『기후 리바이어던』을 다룬 글 「[콜로키움 특집] ① 위기의 시대,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 – 『기후 리바이어던』과 기후정치」에 대한 논평문이다.

1. 오늘날 계엄사태에서 미래의 위험을 예측한다.

“이 책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8년에 쓰였고,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에서 기후 배헤못에 대한 전망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2-1)에 공감한다.

특히 최근의 계엄, 탄핵사태를 통해 우리는 21세기에도 ‘계엄’이란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했다. 사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근거 없는 사기 쿠데타였다. 다행히 발 빠른 시민들의 민첩한 대응으로 국회 탄핵을 빠르게 이끌어 내면서 실제 진행은 안 되었지만, 계속 쏟아지는 여러 증언들과 증거는, 계엄이 실제 진행되었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끔찍하게 변했을지 상상만 해도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재해는 새로운 정치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 사진출처: Angelo_Giordano

어쩌면, 문제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을 경우 큰 기후재난을 맞게 되면, 정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이를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하고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2005년 1,800여 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80만 재해 난민을 만들었으며, 약 118조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남긴 미국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사태 당시, 구호활동이 늦어지면서 갖가지 범죄가 들끓어 도시 전체가 무법천지로 변하자 경찰과 방위군은 약탈을 막기 위해 사실상의 계엄령을 선포하는 일이 있었다. 법적으로 정당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의 자유는 매우 축소되고, 코로나 사태 시 유럽에서 보았던 것처럼 국경봉쇄, 이동 제한 등의 일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재난이 발생하면 당국은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최대한 많은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기에 비상사태 선언과 계엄, 또는 계엄에 준하는 선포는 중요할 수 있다. 카트리나 당시 뉴올리언스 시장은 대피명령을 내릴 법적 권한이 있는지 논의하느라 몇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고, 관료주의에 빠진 주 정부는 그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달라”고 할 뿐 사실상 수수방관했다고 한다.1 물론 이래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이러한 사태가 잦아진다면 결국 기후 베헤못으로 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뉴올리언스 재해 당시 가장 피해가 큰 도심 빈민가는 가구 당 연평균 소득이 미국 전체 평균의 약 1/6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네 집 중 세 집이 빈곤선 이하이고, 세 집 중 한 집은 이동할 차량이 없으며, 이들 대부분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다.2 심지어 “부시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전쟁을 일으켜 빈곤층 복지예산을 큰 폭으로 감축하고, 뉴올리언스 지역의 홍수기금을 44%나 감축했다. 또한 남부지역 주방위군을 상당수 이라크로 파병하여 재해 예방과 복구에 구멍이 뚫리도록 방치했다.”3 이런 식으로 흑인과 소수자, 가난한 지역을 차별하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결국 폭동이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또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몰아갈 수 있으며, 또다시 계엄이나 계엄에 준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점점 극우화 되어가고 있는 유럽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심각해지는 불평등, 기후위기, 난민 등의 문제는 계속 극우화를 심화시킬 것이며 ‘에코파시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위키백과는 “에코파시즘과 생태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강조로, 에코파시스트는 환경 파괴의 원인을 타 민족에 두어 민족우월을 강조하고 다른 민족의 제거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즉 흑인이나 불법이민자, 히스패닉들이 환경을 파괴했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인권을 짓밟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자면 더욱 더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 공고해야 할 것임에도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여러 불안한 요소들이 커지면서 민주주의는 도리어 약화되고 있다. 현대민주주의로 불리는 대의제민주주의의 한계가 점점 명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2. 기후 리바이어던과 기후 X가 상호 보완될 때

기후 리바이어던과 기후 X는 대립적인 축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두 시나리오가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될 때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 (2-1)

“기후 X는 기후정의와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다양한 개인과 공동체의 욕구를 대변하며, 아래로부터의 탈중앙화된 기후 행동을 지향한다. 반면, 기후 리바이어던은 이러한 움직임을 제도화하고 정책화하여 실행력 있는 체제로 조직화할 수 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에릭 올린 라이트의 ‘자본주의 잠식하기’ 전략의 관점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트는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적-평등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가지 변혁 전략을 제시하는데, 과거 혁명적 공산주의 같은 ‘단절 변혁’, 제도 내에서의 변화를 추구한 ‘공생적 변혁’, 체제 바깥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는 ‘틈새 변혁’이 그것이다.

발제자의 맥락에서 기후 리바이어던은 아마도 ‘공생적 변혁’이 될 것이고, 기후 X는 ‘단절 변혁’과 ‘틈새 변혁’에 가까울 것이다. 라이트는 이 세 가지 전략이 모두 필요하고, 그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자본주의가 점점 잠식되면서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기후 리바이어던과 기후 X는 현실에서 보면 여전히 긴장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한국 환경운동의 맥락에서 시민사회의 힘이 약하다보니 정부가 만든 거버넌스에 참여하게 된 주요 활동가들이 의도치 않게 정부의 판에 구색을 맞추는 모양새가 되어 버리는 현상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실제로 작동할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리카르도 마스티니아, 요르고스 칼리스, 제이슨 히켈의 『성장 없는 그린뉴딜?』은 이 두 가지의 조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4

“그린 뉴딜 옹호자들은 에너지 시스템의 대규모 정비를 조율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을 제안”하면서 일부는 “경제 성장이 이러한 전환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며, 그린 뉴딜이 성장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탈성장 지지자들은 성장으로 인해 배출 감소를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하며, 신속한 에너지 전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에너지 사용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저자들은 “그린 뉴딜과 탈성장 지향의 접근 방식을 “성장 없는 그린 뉴딜”로 종합할 여지가 있다고 결론 내린다.”

3. 새로운 적응의 담론을 만들어내기

탈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의 전환. 사진 출처: MariaGodfrida

기존의 ‘적응(Adaptation)’ 개념이 위기에 몰린 자본주의가 지구공학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과 녹색 자본주의로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문제를 제기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서 적응이 정치적ㆍ사회적 전환을 동반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에도 공감한다.(4)

그러면서 IPCC 제2실무그룹의 연구를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제안하는데, 제2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 취약성과 적응을 다루며, 특히 ‘섹션3-지속가능발전경로’에서 적응과 완화 통합(분야와 지역별 주요 리스크,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옵션,기후탄력적 발전 경로)을 다룬다.

마침 지난 IPCC 6차보고서 제2실무그룹 보고서에 ‘탈성장’ 관련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탈성장이 WG II 보고서의 본문에 15회, 참고문헌에 12회, 총 27회 등장”한다고 민정희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와 탈성장’ 세미나에서 설명했다. 물론 아직 이 내용이 정책결정자들을 위한 요약본까지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이제 그런 흐름들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커진다면 기후 리바이어던의 ‘적응’에 대한 ‘전유’를 막아내면서 새로운 ‘적응’의 담론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래는 보고서에 실린 주요 문장들이다.

“탈성장 지지자들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규모와 비율로 탈동조화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WG II, 1장 Point of Departure and Key Concepts, p.68)

“예방 원칙에 기반한 논거를 사용하여, 탈성장은 GDP와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의도적인 감소를 목표로 하며~”(WG II, 1장 Point of Departure and Key Concepts, p.67~68)

“기후 탄력적인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대의 관행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른 변화의 경로에서 다양성과 이질성, 행복과 평등에 초점을 둠으로써 물질적인 진보를 발전이라고 보는 선형적인 발전 담론에서 벗어나는 발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WG II,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21)

"행복의 다양한 패러다임”(예. 생명존중, 생태적 스와라지(swaraj), 우분투 (Ubuntu))은 모두 “서구의 기계론적 시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자연과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과 균형을 이루는 대안적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WG II,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21)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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