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구멍 난 것들을 위한 시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바다의 마음으로’ 전시 보고

추어탕 먹다가 구멍 이야기를 했어

빨대 구멍이 몇 개냐는 아이의 질문에

어른들이 심각해졌어

움푹하면 구멍일까 뚫려야 구멍일까

작아야 구멍일까 크면 구멍 아닐까

콧구멍 속 코딱지 후비듯 점점 꼬여갔어

미꾸라지처럼 마구마구 꼬였어

가슴에 구멍이 나야 사랑이라고 쓴 적 있어

클라인씨의 병처럼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인 구멍은 뭐야

정말 구멍 안은 안일까

내 땀구멍은 백만 개

땀구멍의 구멍은 피부 안일까 밖일까 숭숭

나도 구멍투성이야

입을 벌리면 순식간에 관통해 허공이

허무해

우주도 구멍이야 허무해

아침엔 양말을 고르며 구멍을 걱정했고

오전엔 땀이 바다같이 넘쳤어

해변을 걷다가 구멍 난 돌과 소라와 고둥에 반했어

손가락을 다치고도

에스페로 리는 핸드팬을 열심히 두드렸어

널널이 구멍 났어

파도와 바람이 통과했어

갈고 닦다. 사진: 심규한
폐선. 사진: 심규한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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