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달 10월은 유난히 축제가 많다. 유리에 비치듯 청명한 날씨도 한 몫 하지만 상달이라 이름붙인 옛사람들의 시월 풍속과 ‘차례’의 본뜻인 ‘비우고 채우다.’를 살펴보면 왜 10월이 축제의 계절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개천절도 10월에 있고 마을의 동제와 집안의 가신제도 10월에 있다. 이론과 모델 만들기를 직업으로 하는 연구자와 기획자들은 축제를 목적, 주제, 대상, 규모 등으로 해석하고 분류한다. 하지만 축제가 제대로 되려면 어떻게 분류를 하더라도 주민들 참여 없이는 속을 채울 수 없고 지속되기 어렵다. 관객의 역할만으로 주민들의 욕구를 채우기 어려워졌다. 삶에서 아름다움의 절대성을 칭송한 작곡가 존 케이지의 “아름다움을 포기한다면 우리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을까?” 질문에 답하듯 문화예술을 향한 주체적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변화에 무딘 행정도 지역콘텐츠개발과 생활문화예술 양성을 목적으로 지역축제 지원에 분주하다.
덩달아 10월에 ‘지역의 발명’과 ‘예술로 지역활력’ 활동으로 문화현장을 찾아다니다 서울문화재단이 지원하는 ‘N개의 서울 _취향의 숲 : 봉천’을 관찰할 기회가 있어서 그 느낌을 한번쯤 지역축제가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눈다.

취향이 뾰족하게 날카롭다면 숲은 모난 데 없이 포근한 느낌이다. 서울문화재단 ‘N개의 서울’에 함께하는 관악문화재단의 ‘취향의 숲’은 시인들이 자주 쓰는 모순어법으로 이름 자체만으로도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취향’과 ‘숲’이 만나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질 것 같아 저절로 미소 짓게 되고 호기심이 생긴다. 차이 없는 반복에 익숙해진 권태로운 도시인의 일상에 탈출구를 제공하고 생기를 불어넣을 것만 같다. ‘취향의 숲’ 이름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의 잠재성이 빛을 발한다. 아마 ‘취향의 숲’은 누구보다 먼저 관악을 둘러싼 무료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감각적인 욕망의 창작물이었을 것이다. 직관적인 아이디어지만 이렇게 지역브랜드는 탄생한다. 성공을 위한 브랜드 설명서에는 ‘좋은 아이디어는 그대로가 좋은 콘텐츠가 되고, 콘셉트가 될 수 있고, 무엇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를 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취향의 숲’은 관악문화브랜드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래서 ‘취향의 숲’이 궁금하다. 기획자에게 ‘취향의 숲’ 이야기 즉 브랜드 서사를 더 듣고 싶어진다. 이때 기대했던 생각과 달리 늘 들었던 행정의 형식에 맞춘 [‘취향의 숲’은 봉천동의 작은 문화가게들을 연결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에게 문화향유권을 제공하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순간 기운이 빠지고 한껏 올라간 기분이 추락한다. ‘취향의 숲’이 갑자기 흑백사진이 되고 판에 박힌 듯 그렇고 그런 비슷한 사업이 되고 만다. 이름에 값하듯 ‘취향의 숲’이 매력적인 지역문화브랜드가 되려면 몇 가지해야 할 일이 있다. 첫 째는 사람들의 마음이 설렐 수 있는 브랜드서사(스토리)가 필요하다. 서사(스토리)는 사실의 ‘흰 그늘’(그늘이지만 때가 되면 환히 빛날)이고 사실의 재구성이며 사실의 의미를 흥미롭게 알려주는 과정이다.
행동과학자 제니퍼 아커 박사는 ‘설명을 들은 것보다 스토리를 통해 깨우친 게 22배나 더 잘 기억되고 사람들은 서사에 빠져들 때 서사의 주인공이 하는 경험을 직접 할 때와 같은 뇌의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서사(스토리)의 힘을 강조한다. 아직 ‘취향의 숲’ 서사(스토리가)가 준비 안됐다면 ‘취향의 숲’ 브랜드서사(스토리)를 구성하면 좋겠다. ➀브랜드서사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욕구를 발견하고 ‘그러나’(문제와 기회)와 ‘그래서’(해결) 접속사를 사용해 극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➁브랜드 비전을 담아 10년 뒤 20년 뒤 ‘취향의 숲’으로 봉천동은 관악은 어떻게 변할지 비현실적인 다른 상상을 해보는 방법이 있다. 또 ➀➁의 내용을 ➂대상, 목적, 역할 세부분으로 정리해서 연결할 수 있다. ➃구성원 각자가 생각하는 핵심단어를 10개 정도 뽑아 뽑힌 단어로 서사(스토리)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왕이면 미리 준비해 올해 ‘취향의 숲’ 평가 자리에서 소개하고, 다음 해 ‘취향의 숲’을 준비하면 좋겠다. 서사(스토리)의 힘으로 수고한 사람들이 다시 내년을 희망할 수 있다. 둘째는 예술이 그렇듯 ‘취향의 숲’은 ‘활동하는 무(無)’가 돼야 한다. 비어있어서 새로운 일들이 생성되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하는 의미다. 열려있어야 하고, 누구도 활동할 수 있게 적절한 환경을 느슨하지만 끊임없이 제공해야한다. 기획자들이 세운 잘 정리된 프로그램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자아에 대한 욕망을 가진 주민들이 충분한 기쁨과 활동 동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소상공인이나 주민 구분 없이 지역과 관계된 사람 누구나 자기 취향과 상황에 맞게 참여자로 때로는 프로그램 운영자로 참여할 수 있는 양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을 바꾼 플랫폼의 비밀이다.

올 해는 ‘취향의 숲’에 10명의 호스트와 주민들이 참여했지만 작은 경험들이 비정형적으로 생성되면 언제 어디서든 ‘취향의 숲’에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다 보면 비온 뒤 훌쩍 자란 숲처럼 ‘취향의 숲’이 무성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일이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시간에 따르는 사람들의 정성이 필요하다. 보통 마을일은 5년의 시간이 걸리니 이쯤 생각하면 좋겠다. 이 시간동안 ‘취향의 숲’을 가꾸는 정원사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 행정이고 문화재단이다. ‘취향의 숲’을 이룰 커뮤니티들이 지역 안에 한 100개쯤 들어설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이 정도면 서로기대고 얽혀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취향의 끝을 보듯 날카롭게 벼려 봐도 좋겠다. 보는 이의 눈에 이래도 될까 싶은 코끝을 찌르는 취향을 찾아서 말이다.
이 정도면 많은 사람들이 관악 ‘취향의 숲’으로 나들이 오지 않을까? ‘취향의 숲’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필 수 있다. 점점 숨쉬기 어려운 서울에서 문화로 잿빛 도시를 무성하게 물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관악에서 보여줄 수 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문화의 숲’ 생태계는 역할이 고정되지 않은 예술가와 기획자, 주민관계의 관계로 짜여 진다. 이들을 숨 쉬게 하는 것은 물질과 정신이다. 이를 토대로 꿈과 욕망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