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㉙ 모두가 즐기는 비조마을 배움터 한마당

마을과 마을, 마을과 학교가 이어진 비조마을 배움터 한마당입니다.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이라기보다 일상을 예술로 살아가는 활동이자 놀이

요기 앞치마 입고 있는 어린이들은 두동초등학교 학생들인데요. 오늘 음료나눔을 해요. 아이들이 코코아랑 복숭아티를 만들어요. 지난 여름 마을에 있는 북카페 ‘바이허니’에서 음료 만드는 걸 배웠는데 마을어른한테 배워서 마을에서 나눠요.

이 조청은요, 마을아지매가 밤새 가마솥에 끓여서 만든 건데 오늘은 특별히 생강조청이에요. 생강맛이 살살 나는 게 도장떡이랑 너무 잘 어울리죠?

이 손두부는요, 마을회관 옆에옆에 집에 사시는 아지매가 콩을 갈아서 만든 건데 따끈따끈해야 맛있다고 아침부터 준비하셔서 조금 전에 가져오신 거예요.

비조마을배움터한마당 현수막.
비조마을배움터한마당 현수막.

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비조마을 배움터 한마당’입니다. 비조마을회관과 밤만디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울주군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 7년차 행사입니다. 사업이라기보다는 일상을 예술로 살아가는 활동이자 놀이입니다.

코로나19를 맞으며 모이기 힘든 시기를 지나 이제는 모일 수 있어 마을주민이 가진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원래 작은 게 일이 많다

비조마을 배움터 한마당이 열리기 3일 전 이장님댁에 갔습니다. 스킨답서스 화분나눔을 해주신대서 이장님 사모님과 준비를 같이 합니다.

60개나 되는 작은 화분을 하나하나 씻어 흙을 채우고 스킨답서스 줄기를 잘라 화분에 꼭꼭 심습니다.

스킨답서스 화분 삽목(2022.10.12.)
스킨답서스 화분 삽목(2022.10.12.)

이 화분들 어차피 흙묻을 건데 안 씻어도 되잖아요?
이왕 주는 거 깨끗한 게 안 낫나.
이게 작은데 은근 일이 많아요.
원래 그렇다. 작은 게 일이 많다. 그래도 같이 하니까 재미있네. 수국하면 이쁜데. 내년에는 수국 꼭 하자. 그땐 여럿이서 일도 하고 밥도 먹고 놀며 하자. 그기 공동체지 뭐 별 거 있나!

앉았다 일어났다 화분을 씻으며 귀찮고 다리도 아파서 한마디 했더니, 역시 일 많이 해본 아지매는 적당히 하고 꾀부리려는 새댁을 달래가며 힘든 기색없이 이끌어주십니다.

스킨답서스는 흙 없이 유리병에 물 부어 꽂아두면 너무 예쁘고 실내에서 잘 자라고 습도 조절도 해주는 기특한 식물이라 많이 나눠주고 싶으시답니다. 화분을 나눠주면 흙이 떨어져 들고가기 힘드니 문구사에 가면 비닐백이 있으니 화분 가져가서 마사이즈 보고 맞는 걸로 사두라고 하십니다. 입구가 벌어지면 안 이쁘니 묶을 수 있는 삼베끈도 같이 사라고 내추럴한 색이라야 화분의 녹색이랑 어울린다며 자세하게 주문하십니다.

아침 일찍부터 또는 밤새도록

마을아지매들이 준비한 손두부와 생강조청은 어떻게 생각하면 별다를 것이 없는데 직접 만들어서 너무나도 특별한 맛이었답니다. 옛날 맛 그대로 소박해서 고급지다며 인기였습니다. 비법은 밤새도록 가마솥에 불조절 해가며 끓인 조청이라는 점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아침일찍부터 준비해서 김이 풀풀 나는 따끈따끈한 손두부를 작년 김장김치와 같이 아지매들의 손맛과 정성을 먹었다는 거죠. 바리스타 마을아지매가 내려주는 핸드드립커피까지 있는 비조마을의 맛은 만화리 통신 다른 이야기에서 더 자세하게 할게요.

마을에서 배우는 아이들

음료나눔을 한 두친(두동친구들=두동초사회적협동조합 학생조합원) 어린이들은 오는 사람마다 가서 준비한 메뉴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두친이 하는 일은 ‘번개매점 운영’, ‘두동굿즈만들기’가 있는데 ‘두동발전’도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들입니다.

10시부터 행사 시작이라 미리 와서 준비를 합니다. 코코아팀과 복숭아티팀으로 나누고 나머지 한명은 도우미라서 설거지와 필요한 물품준비를 합니다.

얘들아, 너희들 음료 만드는 거 배우고 시간이 좀 지났는데 잊어버렸을 수 있잖아. 지금 한 잔씩 만들어서 맛보자.
우리가 먹어도 돼요?
그럼! 오늘은 파는 게 목적이 아니고 나누는 게 목적이니까 우리도 먹자.
와! 신난다.

(좌)두친과 비조마을 할머니의 만남 / (우)책방카페 ‘바이허니’ 주인장 두분
(좌)두친과 비조마을 할머니의 만남 / (우)책방카페 ‘바이허니’ 주인장 두분

아이들이 배운 솜씨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마을어른들의 도움이 있었답니다. 책방카페 ‘바이허니’에서 필요한 모든 재료-코코아분말, 복숭아티 분말, 우유, 굵은 빨대, 얼음이 가득 담긴 큰 통, 도돌이컵(다회용컵)를 준비해주셔서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었고 옻밭마을에 사시는 다도・예절 선생님께는 커다란 보온병을 빌렸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만든 음료를 마신 어른들은 맛있다며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셨지요. 마을회관 1층 경로당에 계신 할머니들께 음식을 갖다 드리며 인사도 했는데, 본동할머니는 두동초등학교 졸업생이라 60살이 넘게 차이나는 까마득한 선배와 후배의 만남이었습니다.

마을회관은 갤러리

비조마을공동체 ‘만화공감’ 대표님은 오래 전부터 두동주민자치센터 서예반에 다니며 붓글씨를 쓰십니다. 가훈을 써서 나눔을 하면 집에 걸어두고 뜻을 새길 수 있으니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그 자리에서 주문받아서 쓰자.
가훈이 있는 집도 있고 없는 집도 있는데 금방 생각하기는 어려우니 예시를 몇 개 써두자.
종이 그대로 가져가면 아무래도 함부로 할 수 있으니 액자에 담아서 주자.
액자를 많이 사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니 족자에 쓰자.
족자도 예산에 한정이 있으니 20개를 쓰자.
서예반 회원 여러 명에게 부탁을 해서 쓰자.
족자에 쓰기가 어려우니 서예반 선생님께 부탁을 하자.

글자 몇 자 쓰는 게 뭐가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서예는 쓰면 쓸수록 어려워지고 좋은 글씨를 보는 눈이 생겨 함부로 나누지 않게 되고 글씨와 글씨를 돋보이게 하는 액자나 족자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합니다. 한글과 한문으로 좋은 글귀를 뽑고 날려쓴 한문글씨와 그림같은 한문글씨를 써서 작품을 주신 서예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서예체험(지도: 만화공감 대표 김영항 님)
서예체험(지도: 만화공감 대표 김영항 님)

가훈족자를 걸어두자 마을회관은 갤러리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붓글씨를 써보며 체험할 수 있어서, 몇십 년 만에 붓을 들어보았다며 즐거워하신 분도 있었고 아이들도 붓을 잡는 법부터 배워서 좋아하는 글귀를 아!주! 진지하게 썼습니다. ‘방탄소년단 황금막내 전정국’이라든가 ‘혁명을 노래하다. We are Revolution Heart’ 이런 거요.

아름다운 자리

햇살 좋은 가을, 타작을 앞둔 논은 노랗게 물들었고 단풍이 들기 시작한 그림 같은 산을 동쪽, 서쪽으로 난 창문으로 볼 수 있는 비조마을회관에 집마당과 온동네 길을 헤매며 예쁜 꽃을 꺾어 꽃다발을 들고 온 이웃동네 새댁과, 막걸리 한 짝 사달라는 부탁에 두말 않고(그러니까 한 말은 했다는 말. ^^ ‘아니! 내가 우리 마을 행사보다 비조에 더 자주 가’라고) 막걸리+소주를 섞어 사오는 센스쟁이 ‘어쩌다 이웃’이 아름다운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꽃과 술이 있으니 루미의 시가 생각납니다.


온동네 꽃으로 만든 꽃다발.
by 박정민(이전리 주민)
온동네 꽃으로 만든 꽃다발.
by 박정민(이전리 주민)

오라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 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비조마을주민과 두동면 이웃마을분들, 두친(두동친구들=두동초사회적협동조합 학생조합원), 울주군 온산면 마을공동체 ‘희망라이프’, 울주군청 일자리정책과 마을공동체 담당 서주무관, 마을공동체 담당 중간지원조직 ‘웨일웨이브협동조합’과 함께 모두가 즐긴 시간이었습니다.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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