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함께 휴대폰 전쟁이 시작됐다?!

휴대폰에 종속된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하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과연 그 거리 유지는 가능할까. 엄마는 오늘도 고민이다.

“엄마 5분만 더 하면(보면) 안 돼요?”
“엄마, 지금 보내는 거 승인해 주세요.”
“다른 아이들은 아무 때나 하는데, 왜 나는 못 하게 해요?”
“아, 조금만요. 조금만.”
“머리 좀 식히게 이거 하면서(보면서) 조금만 쉴게요.”

거의 매일,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서 듣는 말이 아닐까 싶은 이 대화 속 주제는 무엇일까? 읽자마자 단박에 느낌이 왔을 것 같다. 게임, 동영상. 그리고 휴대폰.

겨울 방학을 맞아 설레하는 아이들과 달리 부모의 얼굴엔 짙은 그늘이 진다. 이번 방학에도 온종일 아이와 휴대폰을 두고 다투겠구나! 미리부터 걱정한다. 방학을 맞아 재빨리 방과 후며 학원을 조율해두었지만, 이 효과도 얼마 못 갈 것을 잘 알고 있다.

요즘은 휴대폰 없는 세상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휴대폰 의존도가 높아졌다. 모르는 길을 찾을 때도, 맛집을 찾을 때도,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도 하고 책이나 만화책을 읽기도 한다. TV나 영화를 보며 우리의 여가 생활을 책임지는 중요한 존재다.

아이들의 일상은 24시간 휴대폰에 매여 있다. 
사진출처 : Andrea Piacquadio
아이들의 일상은 24시간 휴대폰에 매여 있다.
사진출처 : Andrea Piacquadio

심심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고 시간을 확인한다. 뉴스를 보고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며 시간을 죽인다. 성인인 나도 그러는데 요즘 10대 아이들은 어떨까?

중학교 1학년 사춘기를 맞은 우리 집 큰아이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아침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기상한 큰아이. 일어나는 즉시, 어젯밤 잠든 사이 친구들이 오간 톡을 확인부터 한다. 그리고서 학교 시간표를 확인하고, 오늘 있을 수행평가도 확인하고 준비물과 형성평가 진도도 살펴본다.

아침을 먹는 동안엔 식탁 위에 둔 휴대폰과 태블릿을 곁눈질하고, 양치질하는 중간중간에도 손은 칫솔질해도 두 눈은 휴대폰을 향해 있다. 준비를 다 끝마쳤으면 집 현관문을 나선 순간부터 학교 정문까지 고개를 떨구고 시선은 휴대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학교에 가면 좀 나을까? 쉬는 시간에도, 우리 아이들은 눈앞에 친구들을 두고도 톡으로 대화를 하고 농담 따먹기를 한다.

친구들과 대화하며 집으로 하교하는 길 갈림길에서 서로 갈라지면 그때부터 자신만의 휴대폰 시간이다. 아주 잠깐의 쉬는 틈에 아이들은 쇼츠나 틱톡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몇십 분짜리 동영상에 시간을 할애하기엔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짤 혹은 짧은 영상이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핫하다.

학원 숙제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방에 들어가 있을 때도 엄마의 눈을 속이며 중간중간 휴대폰 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지극정성이다. 자기 직전까지 우리 아이들은 휴대폰 속에 갇혀서 살고 있다. 중간중간 의심과 비난 섞인 부모의 잔소리가 추임새처럼 빠지지 않는다.

“휴대폰 보지 말고 책을 봐야지” 라는 말은 아이들에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이다. 무엇보다 책은 몰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휴대폰 속 영상과 게임들은 손가락 터치를 하는 순간부터 집중과 몰입의 삼매경에 빠진다. 당연히 그들의 오락거리는 친구들과의 대화나 책이 아니라 휴대폰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들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하며 아이들을 위로한다. 또한,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에겐 게임을 대신 플레이 함으로써,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여건상 키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강아지들의 재롱으로 힐링 영상을… 영상의 소재는 무구하게 다양하다. 영상뿐이겠는가. 드라마며 게임이며 이 모든 게 다 들어 있는 휴대폰은 우리에겐 손안에 든 엔터테인먼트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중독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건 비단 아이들만의 상황은 아니다.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다. 외식을 하다보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보다 휴대폰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휴대폰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떠올리며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휴대폰만 많이 보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때문에 생기는 아래와 같은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디지털 격리 증후군, 팝콘브레인, 수면장애, 시력 저하, 안구건조증, 거북목 증후군, 손목터널 증후군(수근관 증후군), 감정 교감 저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2016. 3. 6 하이닥

실제로 이 7가지 몇 가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보니 쉬이 넘길 수는 없었다. PC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잔뜩 몸을 구부리고 생활한 대가로 등은 굽었고 눈은 항상 충혈된 미래 인간의 모습을 그린 기사를 보면 결코 웃을 수만은 없다. 이게 언제고 우리들의 모습이 돌 수 있으므로.

성인인 나야 내 의지에 의해 휴대폰을 과하게 썼으니 이런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부모된 입장에서는 더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우리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강력하게 제지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과 부딪히고 싶지 않아서이다. 큰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휴대폰을 갖게 되었다.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 때 휴대폰이 없는 아이는 한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고 우리 아이가 그 아이였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하며 게임 약속을 잡고 학원 가기 싫다는 소소한 짜증을 나누는 사교장으로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매일 게임하고 동영상보고 카톡까지 하느라 공부를 안 한다고 해서 대뜸 ‘너 휴대폰 다시는 쓰지 마!’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그래서 통제할 수 있는 앱을 깔아서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아이들은 귀신같이 빠져나갈 구멍을 결국 찾아내기도 했다. 그러니 이걸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도.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선택한 게 함께 공존이었다. 이미 우리들에게 생활의 일부가 된 휴대폰을 완전히 배척하고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니 적당히 하는 삶을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 가족은 주말에만 게임 하기, 평일에 하고 싶을 때는 아빠와 PC 게임 하기, 밥 먹을 때는 휴대폰 보지 않기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휴대폰에 매여 있다. 잠시의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하고, 아주 잠깐의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부모 몰래 한 것을 숨기려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불쑥 화가 치밀어 올라 언성을 높여 아이를 혼내고 화를 내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휴대폰만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왜 거리를 둬야 하는지에 대해, 잔소리로 들리겠지만 계속 주지시킨다.

휴대폰 속 동영상을 보다가 컵을 엎지르고, 시험공부 중간중간 휴대폰을 보다가 다 잊어먹고 재시를 본 경험, 길 가다 넘어져 무릎이 크게 다쳤던 일 등. 알게 모르게 쾌락이 주는 위험성을 머리에 각인시키려 노력 중이다. 아직은 가시적 효과가 보이지는 않지만.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과 함께 전시회를 가고, 산책하고, 야외 운동을 하고, 함께 여행을 갈 계획이다. 
사진출처 : Jessica Rockowitz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과 함께 전시회를 가고, 산책하고, 야외 운동을 하고, 함께 여행을 갈 계획이다.
사진출처 : Jessica Rockowitz

또 가족들이 함께 게임을 하고,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주말 밤에는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시보기 하며 킬킬대며 웃기도 한다. 그때만큼은 온 가족이 아주 잠깐은 휴대폰에서 멀어진다.

아이가 좀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보드게임 시간을 만들기도 하고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머리통이 커지면서는 모두 다 유치하고 귀찮고 재미없는 일이 될 뿐이다.

그러니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특히 이번 방학에는 매일 집과 학원을 오가며 틈틈이 휴대폰을 보는 것보다 전시회를 가고, 산책하고, 야외 운동을 하고, 함께 여행을 갈 계획이다. 휴대폰 없이도 어색하지 않고 스스로 휴대폰에 매여 있는 조절할 수 있게 연습을 시키려 한다.

여전히 나는 휴대폰을 보며 히죽대는 아이의 모습이 꼴 보기 싫다. 한편으론 그게 나의 모습 같아서 부끄럽다. 그래서 어른인 나도 열심히 시도 중이다. 건널목에서 휴대폰 보지 않기, 휴대폰 말고 멍때리기. 하루에 몇 시간만큼은 휴대폰과 멀찌감치 거리를 두며 종속되지 않게 노력하는 중이다. 이 훈련은 아마도 평생 계속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적당한 심심함, 적당한 재미, 적당한 유희의 대상으로 우리 아이들이 휴대폰과 적당히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또한 휴대폰에 뒀던 시선을 다른 곳에 둘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봄날

8년 차 식생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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