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전부가 아닌 도시 -『찾아봐요! 복작복작 서울에 사는 동물들』을 쓰는 과정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하지만 어떤 동물을 좋아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인 듯하다. 우리 사회가 주목하는 비인간동물은 주로 ‘반려동물’에 맞춰져 있다. 나 역시도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고, 그들의 습성과 권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동물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얼마 전 서울에 사는 야생동물들에 대한 책을 냈다. 동물 전문가도 아닌 내가 어떻게 야생 동물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 글을 통해 나눠보려 한다.

나는 독립출판을 하는 창작자다. 지금까지 총 8권의 책을 냈다. 그중 하나인 『가지가지도감 02 : DMZ 비무장지대』는 DMZ에 사는 동물 19종을 다뤘다. 그런 기획을 하게 된 건 동물에 대한 관심보다는 DMZ라는 공간에 대한 흥미로움 때문이었다. 가지가지도감 시리즈는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공간들을 다루는데, DMZ는 그 주제에 딱 들어맞았다. 

김진아, 오린지, 이연우, 백조은 만듦, 『가지가지도감 02 : DMZ 비무장지대』 (40,000km, 2018)
김진아, 오린지, 이연우, 백조은 만듦, 『가지가지도감 02 : DMZ 비무장지대』 (40,000km, 2018)

첫 책(가지가지도감 01)은 식물에 관한 것이었으니, 두 번째 책은 동물을 다루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리서치를 시작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다 해도, 나는 당시 페스코 베지테리언1)이긴 했다.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가축의 권리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인간동물에 대한 내 관심과 시선은 거기까지였다. 그런 와중 DMZ 동물에 대한 책을 제작하는 것은 야생동물까지 생각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특히 자극으로 다가왔던 건, 비무장지대에 사는 동물 대부분이 멸종위기를 겪고 있거나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 극단적 양상을 알고 나니 더욱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저어새, 점박이물범, 하늘다람쥐와 같은 매력 있는 야생동물들이 우리나라에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전쟁과 도시 성장에만 집중되었던 근대 역사로 인해 사라진 아름다운 존재들을 알게 되니 슬퍼지기도 했다. 그 뒤로 내게 ‘동물권’은 더 이상 가축과 반려동물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완전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고, 생명 다양성과 탈성장의 중요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올해, 나는 백조은 작가와 함께 『찾아봐요! 복작복작 서울에 사는 동물들 : 사람만이 전부가 아닌 도시 동물도감(이하 서사동)』을 출간했다. 서울에 사는 야생 동물 35종을 다채로운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이다. 부록으로 ‘이제는 보기 힘든 서울의 동물들’과 ‘한강 물속에는 누가 살아요?’ 그리고 ‘야생 동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담았다. 책의 ‘시작하는 말’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여러분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우리가 만나는 동물들을 왜 늘 갇혀 있거나 아파 보일까?
우리는 왜 물에 사는 생물을 ‘물에 사는 고기’라고 부를까?
여름이면 들려야 할 개구리 소리는 왜 들리지 않을까?
사람을 위한 공간이 많아지면, 동물을 위한 공간은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호랑이, 여우, 따오기가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멧돼지와 비둘기는 왜 유해 야생 동물로 불리는 걸까?

제목과 질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사동>은 단순히 동물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라는 공간을 생명 다양성과 생태의 관점으로 보고, 인간동물만이 아닌 다양한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때임을 이야기한다.

백조은, 이연우 저 『찾아봐요! 복작복작 서울에 사는 동물들 : 사람만이 전부가 아닌 도시 동물 도감』 (위즈덤하우스, 2022)
백조은, 이연우 저 『찾아봐요! 복작복작 서울에 사는 동물들 : 사람만이 전부가 아닌 도시 동물 도감』 (위즈덤하우스, 2022)

책을 출간하고 몇 번 독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내가 만난 분들은 거의 어른이었다. 대부분 “서울에 이렇게 많은 동물이 사는 줄 몰랐어요.”라던가, “서울에 사는 동물을 생각하니 비둘기나 고양이밖에 떠오르지 않던데 이렇게 많군요!?” 같은 반응을 했다. 흥미롭게 봐주시니 다행이라 생각했고 감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 중심적’으로 살아왔다는 것의 방증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과거의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 역시 『서사동』을 쓰면서 비로소 알고 느끼게 된 것들이 많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았다.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동물들이 슬그머니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야생 조류는 비둘기가 아닌 직박구리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직박구리가 삣삐삐이~ 하며 꽃에 고개를 박고 정신없이 꿀을 따먹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시골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시궁쥐도, 그들에 대해 알고 난 후엔 길을 걸으면서 가끔 마주치게 되었다. 또 한강 섬 나무 위에 떼 지어 몰려 있어, 약간 무섭기도 했던 검은 새들의 정체가 민물가마우지라는 것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모여 있는지 까닭을 알고 나니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작고 빠른 새는 모두 참새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 박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새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야생동물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뒤로, 세상은 확실히 넓어졌다. 내 일상도 이전보다 훨씬 풍요롭다. 무엇보다 길을 걷는 것이 즐거워지고 심심할 틈이 없다. 그동안 몰라서 보이지 않았고, 보이지 않으니 더욱 관심 밖이 되었다는 것도 알겠다.

이전에 그들의 존재를 시야 밖으로 밀어냈다면 그건 인간중심으로 구성된 세상에서 그들을 의식하는 것이 어딘가 불편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지구는 명백히 인간이 지배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인간은 신이 아닌 동물이고 생태계의 일원이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그만큼 다른 동물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존중하려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배제하는 사고가 아닌 공존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이 책을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제작한 것은 출판사의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어릴 때부터 생태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요즘 도시 아이들은 흙을 만져 볼 기회가 거의 없다. 포장 된 물건에 익숙하여, 움직이는 작은 곤충이나 동물이 다가오면 무서워하는 배타적 성향을 띠곤 한다. 접하지 못했으니 당연하다. 그러한 성장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익숙한 콘텐츠로라도 아이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책을 만든 이유다. 그래서 『서사동』에는 메시지가 많다. 동물들이 가진 능력, 신기한 팩트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시에서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하는 노력을 조명한다.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이라는 개념에 관해서도 알려주었다. 이런 생각과 마음이 전달되어 책을 읽은 이들의 마음에 작은 관심과 질문 하나라도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동물 박사도, 연구자도 아니지만, 관심을 가진 것만으로 책을 펴 낼 수 있었다. 관심은 그만큼 중요하다.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나는 『서사동』이 도시와 지구 생태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양제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와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길, 다양한 생명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1. 페스코 베지테리언 : 육류는 먹지 않지만 생선,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 유형

이연우

생물과 무생물을 모두 좋아한다. 직업은 시각예술작가이자 출판/콘텐츠/문화기획자, 한마디로 프리랜서다. 독립출판물 가지가지도감과 장롱다방:대화집, 방산어사전 등을 엮었으며, 〈Portrait in Plastic〉과 〈정서적고향〉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동물권과 환경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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