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즐거움이 빠진 수리경제학을 넘어서 – 『엔트로피와 경제』를 읽고

물리학의 혁명 중 하나인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법칙은 그 특성상 경제적이며, 경제 이론의 심각한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총체적인 수치화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 계량경제학에 대하여 그 불가능성과 거짓된 수치화의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방법 도구이다

뢰겐이 쓴 『엔트로피와 경제』(한울아카데미, 2017)는 참으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쌓아온 지식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으로부터 철학과 자연과학을 비교하며 물리학과 열역학까지 도달하는데 거의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귀납적인 방법으로 열역학에서 나오는 엔트로피의 개념까지 도달합니다. 평소 물리학과 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차분히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지식의 피라미드를 함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경제학 책으로 알고 읽으시는 분들에게는 다른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니콜라스 게오르게스쿠 뢰겐 저, 『엔트로피와 경제』(한울아카데미, 2017)
니콜라스 게오르게스쿠 뢰겐 저, 『엔트로피와 경제』(한울아카데미, 2017)

우선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엔트로피에 대하여 잠깐 저자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하여야겠습니다.

엔트로피 법칙이란 열은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흐르며, 그 역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열역학 제2법칙을 일반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증기기관차의 엔진을 생각해 보시죠. 기차가 한 역에서 다른 역을 이동하면서 석탄이 재로 변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는 물질과 에너지의 보존 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석탄의 화학적 에너지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조금씩 일어나는데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분산됨으로써 불가용 에너지가 됩니다. 이때 분산되어 버린 불가용 에너지를 높은 엔트로피, 그 반대는 낮은 엔트로피라고 부릅니다. 달리 말하면, 가용에너지인 낮은 에너지 (예를 들어 석유)는 질서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불가용 에너지인 높은 에너지 (석유를 연소시킨 가스)는 혼돈의 무질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뢰겐 교수와는 달리 저는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연역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써야겠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에세이 입니다. 다소 어려운 전공 서적 같은 이 책을 에세이라 칭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제가 느낀 바로는 에세이로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민중들을 위한 이상주의적인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는 아주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학문적 법칙이나 수식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비록 저자가 이 책의 반 이상을 엔트로피법칙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할애하였고 나머지 반은 민중을 위한 경제학이 필요하다는 보통(?)의 주장을 위하여 경제학 전반에 대하여 계량과 수식에 입각하여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 책은 에세인 건 확실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뢰겐 교수는 참으로 지극히 솔직하고 상식적인 학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의 경우 자신의 전문영역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올린 지식 더미 속에 빠져 상식적인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인 뢰겐 교수는 그동안 경제학이나 합리적인 영역에서의 단호함에 지친 전공인들이나 다른 전문가나 일반인들이 평소에 의문시했던 사항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비판합니다. 줄기차게 주장하는 의문점 몇 개는 이런 것들이지요. 경제학에서 과연 지극히 단순화한 몇 개의 과학적인(?) 공식으로 우리 경제를 설명할 수 있을까? 도출 방식이 비록 수리적인 방식을 택하지만 현실 경제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경제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자연법칙과 물리학의 과학적 성과들을 따른다고 해서 과연 실제 경제 과정이 그 설명대로 진행하는가? 등의 의문점들 말입니다.

“이 책의 주요 목적 중 하나를,

즉 전반적으로 경제과정이

역학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내기를 바라면서…”

한번 희석된 잉크는 다시 모을 수 없다. 경제활동을 통하여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면 파멸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찰을 통해 1971년에 출간에 본 저서에는 전기차의 등장이 언급되고 있다. by Engin_Akyurt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5993098/
한번 희석된 잉크는 다시 모을 수 없다. 경제활동을 통하여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면 파멸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찰을 통해 1971년에 출간에 본 저서에는 전기차의 등장이 언급되고 있다.
사진 출처 : Engin_Akyurt

주류 경제학의 비현실성과 현실 민중들을 위한 경제학의 필요성을 제시하기 위하여 뢰겐 교수는 인간 지식체계의 큰 줄기의 역사부터 시작합니다. 지식체계의 진화론적 분석을 통하여 물리학과 과학철학에 도착하고 20세기 뜨거운 감자였던 열역학에 대한 설명을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뢰겐 교수는 물리학자인 듯합니다. 아마 석사논문은 열역학에 대하여 썼을 것이며, 박사 논문은 엔트로피 법칙에 대하여 썼다고 해도 충분히 믿을 만합니다. 실제로 뢰겐 교수는 열역학 제4법칙 “물질의 완전한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엄청난 비판을 받았지만요. 저자는 이렇게 꼼꼼하게 방대한 지식체계를 설명하며 엔트로피 법칙까지 좁혀 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그 방대한 설명 속에서 자신의 경제적인 주장들을 위한 근거들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계량 형태에 대한 비판이나, 과정의 중요성, 확률, 변증법 철학 등등 이러한 중요한 개념들은 인간역사에서 이루어 온 과학철학과 물리학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얻어진 정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반을 넘어 올 때 비로소 경제적인 용어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경제학에 자주 보이는 수식들이 등장합니다. 앞부분에 대하여 제가 과학이론 분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저는 전반부의 물리학과 과학철학, 열역학 등을 단지 ‘문과’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9장에 들어서면서야 비로소 등장하는 생산경제학은 그 동안 얻은 엔트로피 아이디어를 경제에 참고하는 근거로 삼습니다. 거만한 주류경제학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자신은 지식 체계이며 이론으로써 한 분야임’을 주장하는 주 이유가 자신들의 이론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차용한 것이라는데, 저자는 직접적으로 차용 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근거와 아이디어로서의 엔트로피 개념을 이용할 뿐입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엔트로피 경제학이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엔트로피법칙과 경제 과정입니다. 현재 유행인 융합 학문과 같이 서로 다른 분야에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학문적 상승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비록 그 아이디어가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경제 과정의 진정한 생산물은 삶의 즐거움이다”

10장부터는 경제학에서 엔트로피의 개념인 낮은 엔트로피에서 높은 엔트로피로의 지속적인 변환, 비가역적인 폐기물, 유량, 자금, 지속시간 등등의 개념들을 적극 수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주류 경제학, 특히 계량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유지합니다. 10장 2. 가치에 관한 일반식’ 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개념에 곁들여 경제학의 일반적인 생산 경제식에 삶의 즐거움, 노동의 고달픔까지 포함하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파악하여야 한다면서 공식을 쌓아 나갑니다.

삶의 즐거움은 소비의 즐거움 + 여가의 즐거움 – 일의 고달픔

멋집니다.

노동의 고통을 고려한 전체 인구의 하루 삶의 즐거움 E,

가격과 소득 범주로 표현하면,

소득=사용료+임대료+이자+여가소득

소득=순생산+여가소득-임금

리카도의 순소득 개념과 비교하면서 여가 가치 개념이 없음을 비판합니다. 멋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자가 이 공식들을 시작하면서 제시한 삶의 즐거움의 개념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효용 개념인데, 이 효용의 경제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하여 효용이론가들이 끊임없이 노력하였지만 해답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위 공식들의 진행을 ‘상징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삶의 즐거움의 공식들은 모두 상징적으로 되고 이 글은 에세이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에세이와 논문의 가치 차이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10장 엔트로피, 가치, 발전에서는 당시 피폐화 되던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농업이 기반이 되어 있지 않은 경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부분을 예언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하나의 백미는 낮은 엔트로피의 에너지를 사용함에 있어 천연자원으로 대표되는 광업과 농업과의 비대칭성 – 광업의 한정된 천연자원과 거의 무한인 농업의 기반인 햇빛의 비대칭성을 설명하면서, 기술진보에 따른 햇빛에서 지구 광물자원으로의 이동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과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몇 가지 경향을 예견 합니다.

  1.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전기 자동차 등장
  2. 전세계 인구를 위한 세계 농업 재편을 위한 정치적 조직

현재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광물자원의 과다 사용 및 친환경 에너지인 햇빛 에너지 사용을 정확히 예측하였고 이를 위한 정치적 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입니다.

‘화학 영역에서 조차 화학 이론이 작동하지 않는다’ 수리경제학 모델과 같은 과학주의 경제이론의 주장보다 차라리 인민주의의 꿈이 더욱 현실적이다. 그림은 공급과 가격 상한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by MIT OpenCourseWare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mitopencourseware/3592573685
‘화학 영역에서 조차 화학 이론이 작동하지 않는다’ 수리경제학 모델과 같은 과학주의 경제이론의 주장보다 차라리 인민주의의 꿈이 더욱 현실적이다. 그림은 공급과 가격 상한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이미지 출처 : MIT OpenCourseWare

11장 경제과학에서는 1장 지식 체계로 다시 돌아가는 듯합니다. 경제는 과학이 아니며 수리를 이용한 계량경제학이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이루어진 과학의 탈을 쓴 경제를 비판합니다. 경제는 이론적 지식 체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이론은 이해 가능성, 압축 가능성이 있어 추론이 가능하여야 하는데, 경제 과정에 대한 명제들은 환경에 따라 결정되며, 기본적인 만족에 대한 측정도 불가하고 어느 국한된 모델이나 제조에서만 작동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화학 이론의 예를 드는데, 화학 이론 또한 이론이 아니며 그 이유는 화학은 계속되는 결합과 분리로 화합물에는 그 구성 원소 어떤 것에도 없는 성질이 존재하여 화학 영역에서 조차 화학 이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학 이론은 형태론적 분석을 위한 절차상 규범일 뿐이며 경제 이론 또한 마찬가지라고 비판합니다.

더 나아가 현재까지도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계량 형태의 모형 경제학을 비판합니다. 왈라스의 균형 이론을 예로 들며 변수를 상수로 취급하는 비 수학적 경제학으로 내생적 질적 변화를 무시한다고 비판하면서 다시한번 물리학의 교리를 경제학에 접목한다고 비판합니다. 이는 1장부터 쌓아 올린 결과이죠. 비록 저자는 오류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고 설명이 용이하다는 수리 경제나 계량 경제학의 장점은 일부 수용합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몰입된 계량 경제위주의 분위기는 경계하는 것이지요.

나의 논점은 총체적인 수치화는 불가능하며,

수치화 없이도 타당한 지식이 존재하며,

진실인 양하는 거짓된 수치화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학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섬세하고 따뜻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문화에 대한 변수들이 고려되어야 하고 합리적 사회에 대한 경계와 인간 역사의 문화공동체를 언급하며 급격한 상식으로 내려옵니다. 아니 올라갑니다. 넓은 대지 위로. 그 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아주 작아지는 순간입니다.

이는 나로드니키즘의 구호

“인민에게로”와 같은 이상주의적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무비판적인 과학주의가 약속하는

새 세상을 꿈꾸는 이상주의보다

이런 이상주의가 더 바람직하다.

신동석

음악에 관심이 있다 본격적으로 음악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다. 재즈를 전공하고 있지만 모든 음악에도 관심이 있다. 환경과 관련된 일반적인 관심이 있지만 일반 이상의 관심을 가지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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