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 『호모 쿠란스, 돌보는 인간이 온다』

이 책 『호모 쿠란스, 돌보는 인간이 온다: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은 생활 현장에서의 돌봄의 긴급성과 시의성을 간과하지 않되, 현실적이고 단편적이며 사적인 영역의 돌봄 과제에 매몰되지 않고, 돌봄 사회의 도래를 가능케 하는 전환의 기본 철학과 원리로서 자리매김 시킬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돌봄 논의를 공공정책, 사회 서비스, 시장화의 과제로 제한하거나 편향시키는 기능주의적 접근의 분절성과 사사화(私事化), 자본화(資本化)를 넘어서 돌봄의 본질적인 의미를 재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호모 쿠란스, 돌보는 인간이 온다 –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


저자(글) : 박길수,주요섭,유정길,우석영,신현경,윤호창,이무열,임채도,정규호,이나미,
기획 : 생명학연구회

돌봄이 위기다, 위기가 몰려온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어디를 가든, 누구든 ‘돌봄’이 논의되고, 최대최고의 관심 사안으로 취급되고 있다. 대통령에서부터 중앙정부,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사회적기업이나 시민운동의 차원에서도 그러하며, 가정이나 개인에게도 돌봄이 심각한 문제이자 과제로서 제기되고 있다.
돌봄은 인간이 출현한 이래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던, 인간의, 특히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므로, 최근 돌봄의 부각 현상은 특기할 만하다. 인간 이외의 동식물도 나름의 돌봄 체계 속에서 생존과 번식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돌봄은 생명의 보편적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원리 혹은 사물이 요즘처럼 크게 혹은 강하게 인식된다는 것은 그 지점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이다. 이른바 ‘돌봄 위기’다.
짐작하다시피, 최근의 돌봄 위기의 근인(近因)은 저출생-초고령화,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 또한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온 문제이지만, 그동안은,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 더 우선적인 과제라고 여겨지는 사회국가적 차원의 민주화, 산업화와 같은 이슈에 묻히거나, 주부(여성)의 돌봄 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은폐되어 사회적 조망을 벗어나 있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맞벌이의 증대와 같은 사회 구조적 변경, 필요 돌봄의 외주화(시장화)와 공공화 흐름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돌봄’은 사적인 언어에서 공공의 언어로 자리매김 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다. 인간 존재(생존, 생동, 생활)와 생명의 본질로서의 돌봄 원리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돌봄은 한번 부상하자마자, 온갖 사회적 이슈를 빨아들이는 보편적 언어로 성장해 나갔다.
예컨대, 오랫동안 우리 국가 사회의 중요한 과업의 범주로, 어떤 면에서는 공공적 차원의 궁극적인 정책 목표로 간주되었던 ‘복지사회,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것도 오늘날은 ‘돌봄 사회, 돌봄 국가 건설’이라는 말로 대체되어 소통되고 있다.

문제로서의 돌봄 위기와 기회로서의 돌봄 시대

다시, 한걸음 물러서서 돌이켜보면, 최근 돌봄 위기의 도래는 인류세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돌봄 논의에는 인류세로 명명되는 시대 환경이 우주 배경복사처럼 자리하고 있다. 인류세(人類世)란, 인간의 활동이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재앙, 생물대멸종을 불러온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인류세의 원인(遠因)이자 근인(根因)은 인간중심주의, 성장주의, 물질주의 근대문명이라고 얘기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이른바 압축적 근대화로 말미암은 폐해가 역시 압축적으로 현현되었고, 그것의 21세기 한국사회적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돌봄 위기 상황이다.
그런 배경 속에서 오늘 우리 사회의 돌봄 위기는 매우 직접적이고 실존적인 파열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돌봄 위기가 사회화하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동력은 현실적인 돌봄 노동의 편중화, 독박화가 불러일으키는 온갖 고난, 그리고 돌봄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일치, 지역 소멸과 초고령화 사회 도래에 따른 지역사회에서의 돌봄 과제, 노후 돌봄 요구의 증대와 가족문화 해체 사이의 시간 지체 현상에 따른 심리적 공황상태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다른 방면으로 생각해 보면, 오늘 우리가 돌봄 위기를 다양하고 다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물적 토대가, 가정 내 또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치부되는 돌봄을 공적인 차원에서 논의할 만큼 성숙되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또 하나의 도전은 돌봄의 시장화와 공공화를 통해, 돌봄의 탈(脫)인간화, 자본에의 예속화 경향의 심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본 경로인 돌봄이 인간관계를 떠나서 자본과 국가에 포섭되는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돌봄이 인간 존재 성립과 생존의 필수요소인 만큼, 돌봄의 위기 혹은 돌봄의 변화는 곧 인간 정체성의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인간 존재의 변화가 돌봄 위기로 나타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현재의 돌봄 화두의 급부상, 즉 돌봄 위기의 문제는 복합적인 인간사회의 위기를 반영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돌봄의 재발견과 재발명,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

이 책 『호모 쿠란스, 돌보는 인간이 온다: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은 생활 현장에서의 돌봄의 긴급성과 시의성을 간과하지 않되, 현실적이고 단편적이며 사적인 영역의 돌봄 과제에 매몰되지 않고, 돌봄 사회의 도래를 가능케 하는 전환의 기본 철학과 원리로서 자리매김 시킬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돌봄 논의를 공공정책, 사회 서비스, 시장화의 과제로 제한하거나 편향시키는 기능주의적 접근의 분절성과 사사화(私事化), 자본화(資本化)를 넘어서 돌봄의 본질적인 의미를 재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돌봄을 결핍을 보충하고 취약함을 보조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토대 위에 놓인다면 후자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존재 방식이라고 보는 관점의 토대 위에 놓여 있다. 그것은 달리 말해 돌봄에 대하여 생명학적 방법론 즉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으로 대상에 접근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돌봄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돌봄이 충만한 사회, 돌봄이 생동하는 사회, 돌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구축한다는 실천적, 운동적 관점과 태도를 중시한다. 이는 돌봄을 전환 사회의 동력, 사회 전환의 철학으로 자리매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부는 〈돌보는 인간이 온다〉라는 주제 아래 5편의 글을 배치하였다. 1장 「모시는 사람, 호모 쿠란스: 돌봄 시대의 신인간학」(박길수)에서는 인간은 물론 만물이 상호 의존적이며, 돌봄은 서로를 살리는 거룩한 행위이고, 그런 점에서 인간은 호모 쿠란스(돌보는 인간)라고 말한다. 2장 「김지하의 ‘명(冥)의 생명사상’과 죽음 돌봄」(주요섭)은 죽음을 생명의 한 과정으로 보고 이를 돌보는 것이 인간의 인간됨의 중요한 요소임을 말한다. 3장 「연결된 사회에서 돌봄의 마음과 실천」(유정길)은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 연결된 존재로서의 자아를 깨닫고 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돌봄 사회라고 말한다. 4장 「인류세의 돌봄: 알면 수선한다」(우석영)는 인류세에 즈음하여 옷이라는 사물을 매개로 하여 ‘사물에 대한 돌봄’과 ‘사물로부터의 돌봄’을 말하며, 인간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적 접근을 말한다. 5장 「시각적 자기돌봄: 이제는 비주얼 리터러시」(신현경)는 세상을 직관적이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우뇌적 사고를 회복함으로써 자기돌봄, 타자돌봄, 세계(자연)돌봄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2부에는 〈돌보는 사회를 꿈꾼다〉라는 주제 아래 5편의 글을 배치하였다. 6장 「마을 돌봄을 위한 유쾌한 상상」(윤호창)은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을 돌봄’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7장 「4km돌봄: 내일도 누군가와 또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 있기를」(이무열)은 ‘4km’를 사람과 자연(사회)이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돌봄의 절대단위로 설정하고 돌봄의 특성을 순환성, 중복성, 교차성, 역동성, 증여성으로 제시하며 지역공동체에서의 돌봄의 중요성을 말한다. 8장 「좋은 돌봄과 한살림」(임채도)은 돌봄의 시장화와 상품화에 대응하여 생명성, 관계성, 순환성을 기반으로 한 ‘좋은 돌봄’의 방향과 방법을 돌봄의 공공화, 통합적 돌봄 모델 구축으로 제시하며, 한살림의 돌봄 활동 사례를 말한다. 9장 「돌봄 경제: 돌봄의 돌봄에 의한 돌봄을 위한」(정규호)은 돌봄 경제의 의미와 전환적 역할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돌봄 중심 경제로의 전환으로써 인간과 사회, 자연이 지속가능하게 공존할 것을 말한다. 10장 「돌봄 정치가 온 길, 나아갈 길」(이나미)은 돌봄이 윤리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개념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주목하고, 동서양의 돌봄 정치 역사를 돌아보며 돌봄 정치의 대안적 특징, 젠더 정치와의 관련성, 기후 위기 시대의 돌봄 가치 등을 말한다.
부록으로는 돌봄에 대한 전환적 인식과, 돌봄을 통한 전환 사회의 전망을 말하는 저자들의 문제의식을 통해 서로가 주목한 주제들이 어떻게 상호 교차하고 교류하는지를 ‘집담회’를 통해서 논의한다. 돌봄은 자기 돌봄에서부터 인간 사회를 넘어 비인간 자연, 나아가 사물과 우주에까지 확장되는 개념이라는 확장성과, 그로부터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와 사회 생태적 문명적 위기의 전환과 생명학 관점에서의 돌봄 논의를 정리하였다.

소식 나눈 조합원 : 이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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