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의 기적은 재현될 수 있을까?

신약성경이 전하는 예수가 행한 최고의 기적 이야기,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 넘는 무리가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이른바 오병이어의 기적은 우리의 현실에서 재현될 수 있을까?

예수의 시험 이야기

시험하는 자가 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하였다.” (마태복음 4:3~4)

오병이어 이야기

35. 날이 이미 저물었으므로, 제자들이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36. 이 사람들을 헤쳐, 제각기 먹을 것을 사 먹게 근방에 있는 농가나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3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빵이 얼마나 있느냐? 가서, 알아보아라.” 그들이 알아보고 말하였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39.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명하여, 모두들 떼를 지어 푸른 풀밭에 앉게 하셨다. 40. 그들은 백 명씩 또는 쉰 명씩 떼를 지어 앉았다. 41.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고 축복하신 다음에,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셨다. 그리고 그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다. 42.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43. 빵 부스러기와 물고기 남은 것을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44. 빵을 먹은 사람은 남자 어른만도 오천 명이었다.

마가복음 14:38~44

첫 번째 이야기, 예수의 시험 이야기는 예수가 이스라엘의 영적 스승으로 나서기 전, 사막으로 나아가 40일간 단식하며 준비의 시간을 가질 때 일어난 일로 전해진다. 성경에 따르면 단식을 마친 예수에게 악마가 나타나 세 가지 시험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 글에서 소개한 예수의 시험 이야기는 예수가 맞이했던 세 가지 시험 중 첫 번째 시험인데 그 내용은 이랬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돌로 빵을 만들어 보라.” 돌로 빵을 만드는 것은, 경제 문제의 해결을 뜻한다. 또한 돌로 빵을 만드는 것은 기적에 속한다.

그러므로 돌로 빵을 만들어 보라는 요구는 경제 문제를 기적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라는 요구다. 이 요구 속에는 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곧 경제적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는 기적적인 방법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현대인들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적이 필요하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by Razvan Chisu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Ua-agENjmI4
현대인들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적이 필요하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출처 : Razvan Chisu

예수가 직면했던 첫 번째 시험에서 경제 문제를 대하는 현대인들의 태도를 읽어낼 수 있다. 현대인들 역시 빵의 문제, 즉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적이 필요하다고 믿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기적적인 기술혁신과 기적적인 생산력 향상이 일어나고 그를 통한 기적적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때, 비로소 경제적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수는 기적을 통해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즉 기적적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경제적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악마의 유혹으로 간주하고 거부한다. 필자는 기적적인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악마의 유혹으로 간주한 예수의 시험 이야기를 읽으며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경고를 떠올린다.

산업자본주의가 전성기를 구가하며 기술혁신을 통한 무한한 경제 성장, 이를 통한 인류의 영속적 행복의 성취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쳐나던 1970년대, 영국의 경제학자이며 현실 정치의 경제 관료였던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저서를 발표한다.

슈마허는 이 책에서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무한한 경제 성장은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할 수 없는 유한한 자원의 남용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인류의 영속적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기 파괴적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거대한 것이 아닌 작은 것, 적정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이야기, 오병이어 이야기에 따르면, 예수를 따라 빈 들로 나온 수많은 무리가 있었다. 그들의 수가 남자만 오천 명이 넘었다고 하니 여자와 어린이를 합치면 수만의 무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많은 무리가 빈 들에서 저녁을 맞이하게 되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뿐이니 무리를 헤쳐 보내어 각자 먹을 것을 각자 구해 먹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는 공유의 경제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by Kate Remmer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RZn4_FzNUCY
예수는 공유의 경제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사진 출처 : Kate Remmer

오병이어 이야기에서 우리는 경제 문제를 대하는 현대인들의 또 다른 태도 읽어내게 된다. 각자 먹을 것은 각자 해결해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태도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공유되고 순환될 때 일어날 수 있는 공유와 순환 경제의 잠재력을 간과하는 태도다.

오병이어 이야기에서 예수는 각자 먹을 것은 각자 해결해야 한다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함으로써 각자도생의 방법을 거부한다. 또한 예수는 새로운 것이 아닌 제자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것,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에 불과한 매우 적은 것으로 수만의 무리를 배불리 먹게 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공유의 경제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오병이어의 이야기는 흔히 기적의 이야기로 불린다. 만약 이 기적이 예수라는 한 인물의 특별한 능력에 관한 이야기라면 구원의 메시지가 되지 못한다. 그러한 사건은 재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병이어의 기적이 평범한 이들이 가진 적은 것의 공유와 순환을 통해 일어난 사건에 관한 것이라면 이 이야기는 구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은 오늘을 사는 우리 안에서도 재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희룡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성문밖교회의 목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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