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 듣기(링크)
● 투표하기
AI가 만든 곡과 필자가 만든 곡 중 어느 곡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 투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곡에 쓰인 동일한 가사는 제가 만들었기에 평가할 필요는 없고, 그저 듣기에 좋았던 걸로 평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누가 더 잘하는지를 판가름 하는 게 목적은 아니고, 음악 영역에서 인간과 AI의 차이를 드러내보고 싶었습니다. 투표 결과는 다음 작곡일지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투표 링크: https://url.kr/dnglzs
● 작곡에 대하여
이번 곡에서는 주로 연주와 관련된 코드(화음)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부분에서 사용한 음계(scale)에 대해서도 잠깐 설명해 볼게요.
○ 코드 울림의 아름다움
(1) E2 코드
– 이 노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코드진행은 다음 4개의 코드입니다. ‘E2-F#-A2-Bsus4’.
E2는 엄밀히 말하면 Eadd9이라는 코드를 단순하게 표현한 것으로, E라는 코드에 아홉 번째 음을 덧붙였다는 뜻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잘 아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숫자로 표현하면 ‘12345678’입니다. 해당 코드에서 9라는 것은 8 다음이 되기 때문에 ‘레’를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Cadd9이라는 코드는 C코드가 ‘도·미·솔’이니까 여기에 9(레)를 더해, ‘도·미·솔·레’라는 화음(코드)이 되는 것입니다. Eadd9라는 코드는 ‘미·솔#·시·파#’이 되는 것이고요. 뭔가 더 복잡해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9라는 화음은 꽤 고급지고 세련된 느낌을 만들어 줍니다. 노래에서 처음 등장하는 코드가 Eadd9 코드니까 한번 들어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F# 코드 (2fret)
– ‘프렛(fret)’이란 의미는 기타에서 ‘칸’을 말합니다. 2fret 이니까 기타 앞에서부터 두 번째 칸에서 잡은 코드를 의미입니다. F#라는 코드를 9번째 칸에서도 잡을 수 있고 또 다른 곳도 가능하거든요. 다른 자리에서 잡으면 음역대도 달라지고 똑같은 화음을 연주했는데도 느낌도 많이 다릅니다. 기타만의 특성이자 매력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코드는 화성적으로는 2차 속화음(Secondary Dominant 7)이라고 하는데, 해당 키(key)를 벗어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 어떤 노래에 포인트나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이 코드를 기타로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가 매우 특별한 울림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비한’ 또는 ‘묘한’ 느낌을 준다고 표현합니다.
노래에서는 앞부분의 ‘부끄럼 없이 당당한 너’ 부분의 코드이니 한 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코드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화음이라고 하면, ‘도’위에 ‘미’를 쌓고, 또 그 위에 ‘솔’을 쌓아서 ‘도·미·솔’을 동시에 울리는 것을 말하고, 이렇게 세 음이 동시에 울리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화음을 쌓을 때 피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반음 차이(단 2도)입니다. 예를 들어 ‘도’와 ‘도#’은 반음 관계로 동시에 두 음을 연주하면 매우 듣기 싫은 소리가 납니다. 보통 이런 화음을 ‘불협화음’이라고 합니다. 아주 거슬리는 소리가 나지요. 그런데 지금 소개하는 F#이라는 코드를 연주할 때 이 불협화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타 6줄에서 그 부분의 두 줄만 연주하면 듣기 싫은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모든 음을(6줄) 동시에 연주하면 그 불협화음이 다른 소리와 조화를 이루면서(또는 묻히면서) 신비한 소리를 내줍니다. 분명 음악 이론적으로는 틀렸음에도 들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 화음 내에서 불협화음을 알아차리고 싫어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 이론을 넘어서는 미학
저는 이 코드의 이런 특이한 경험을 통해 이론에는 벗어나도 현실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타강의를 할 때마다 그렇게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론은 있지만, 최종 판단은 귀로 하라고 말이지요. 귀로 들었을 때 아름다우면 그게 맞다고 말입니다.
또 한 가지는, 불협화음 이라는 불안정하고 거슬리는 화음이 위아래 다른 음들이 겹치고 보완이 되면 오히려 아름다운, 또 전혀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동일한 사람이 어느 사람들 사이에 배치가 되는지, 어떤 일에 배치가 되는지에 따라 완전히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즉 어떤 존재는 그 존재 자체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이 있지만, 우리가 진공상태에서 사는 게 아니라면, 그 존재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말이지요.
○ 훌톤 스케일(Wholetone Scale)의 신비로움
F# 코드가 코드로서 뭔가 애매하면서 신비한 느낌을 주었는데, 스케일(음계)로도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바로 훌톤 스케일입니다. 스케일(scale), 즉 음계란 음을 일정한 규칙으로 배열한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음계는 C major scale(다장조 음계)입니다. 이는 미·파와 시·도 사이가 반음이고, 나머지 음들은 모두 온음으로 구성된 음계입니다. 피아노 건반을 떠올리시면 흰건반과 검은 건반 사이가 반음인데, 미·파와 시·도 부분만 검은 건반이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그 음들은 이미 반음 간격이기 때문이죠. 본론 설명을 위해 서론이 길어졌네요.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훌톤 스케일은 음 간격이 모두 온음으로만 구성된 특이한 음계입니다. C 훌톤 스케일은 ‘도레미파#솔#라#도’가 되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곡 ‘스티비 원더’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의 전주 부분에 훌톤 스케일이 사용되었으니 한번 들어보시면 그 느낌을 바로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 같아요. ‘걷는 나무’에서는 마지막 부분인 ‘한 그루 또 한 그루 모여~’ 부분의 멜로디가 바로 이 훌톤 스케일을 사용했는데, 어떤 느낌인지 주의 깊게 들어보시면 재미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밖의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난 편을 참고하세요.
● 가사(코드 포함)
[intro] E2 – A2
[verse1]
E2 F# A2 Bsus4
뿌리를 숨기지 않은
부끄럼 없이 당당한 너
달라져버릴 세상 예감했나
난민으로 태어난 너
E2 F# A2 Bsus4
하루 5센티미터만 걷는
꾸준한 느림의 미학
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
[pre-chorus]
C#m7 Bsus4 A2
살기 위한 너만의 지혜
소크라테아 엑소르히자
중력을 딛고 관성을 벗어나
너는 땅을 박차고 일어났지
[chorus]
E F#/E A2/E E
E F#/E A2/E Bsus4/E
땅에 박혀버린 인간들
땅을 박차고 나온 나무
고여버린 어리석음
걸어가는 지혜의 나무
[interlude] E2 – A2
[verse2]
[pre-chorus]
[outro]
E F#/E A2/E Bsus4/E
한 그루 또 한 그루 모여
수백 수천만이 걸어가네
거대한 숲의 사람 되어
이 땅을 단단히 지탱하네
● 가사에 대하여 (생태적 지혜)

걷는 나무를 통해 ‘생태적 지혜’를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참 설명이 쉽지 않은 표현입니다. 본 작곡일지를 발행하는 곳이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에서 발행하는 웹진 《생태적 지혜》인데, 마침 창립선언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위기, 지구적 위기를 맞닥뜨린 오늘날 정말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들은 마침내 현 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생태적 지혜(Ecosophy)라는 점에 도달했습니다. 생태적 지혜는 커먼즈(Commons)로서의 공유지에서 발아했던 약초, 벌레 퇴치, 식생, 발효, 요리, 저장 등의 지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생태적 지혜는 연결망의 지혜이자, 정동과 살림, 돌봄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의 개막은 절기살이, 식생 등 생태계 전반의 순환과정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과거적 지혜가 아닌 미래적 지혜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래적 지혜는 지나친 과학기술만능주의가 아니라, 적정기술, 녹색기술, 친환경기술 등의 도전, 창조, 모험에 대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창립선언문 중–
● 나가며
악보는 아직 만들지 못해 아쉬운 대로 코드를 적어 두었습니다. 추후 만들게 되면 공유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래 녹음이 참 어렵습니다. 제가 애초 보컬이 아닌 기타연주자로 음악을 시작했었는데, 밴드활동 할 때 저희 밴드 보컬이 그만두는 바람에 어쩌다 노래를 하게 되었고, 그게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그러다보니 노래는 늘 부담이 있습니다. 또 집에서 특별한 장비 없이 녹음기술도 별로 없다보니… 음원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은 언젠가 정식 앨범을 내게 되면 그때 제대로 보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제 노래들이 대체로 리듬감 있고 흥겨운 편이라 거기 맞춰 지르는 노래만 하다 보니 지난 곡, 이번 곡 같은 발라드는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달리는 곡을 만들고 싶었으나 가사 분위기에 맞추다 보니 곡이 이렇게 나와 버렸네요. 하지만 다음 곡은 아마도 시국에도 잘 맞으면서 제가 평소 잘 하던 곡의 느낌을 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조금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곡은 나름의 특별함들이 있으니 재미있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투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