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나무(AI) vs. 걷는 나무(인간) 투표 결과
– 총 투표수(7)
AI작곡 3표 | 인간작곡 4표 |
이번 대결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제가 이겼습니다. 역시 또 동정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래와 같은 의견을 주신 분이 계셔서 인간작곡이 나쁘진 않았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번 〈걷는 나무〉편은 특히 가사가 좋습니다. 그리고 ‘인간작곡’의 도입부 음이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네요.”
작곡일지의 조회수는 높은데 투표수가 적어서 다음부터는 조금 더 쉽게 하실 수 있도록 접근성 좋은 방법을 안내 드리겠습니다.
● 주제에 대하여

이번 주제는 ‘민주주의’입니다. 기후위기와 민주주의가 무슨 관계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주권자인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있음에도 정치영역에서, 또 제도적으로는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먼저 이 짧은 영상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오늘의 노래와 글은 모두 이 영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영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미국드라마 ‘24’, 그리고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된 ‘지정생존자’의 배우로 유명한 ‘키퍼 서덜랜드’가, 캐나다 정치인인 그의 외할아버지 ‘토미 더글라스’에 대한 소개를 하며 영상이 시작됩니다. 1962년, 토미 더글라스의 연설문에 등장하는 ‘마우스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상의 핵심 주제인데요, 캐나다인이 존경하는 토미 더글라스에 대해 알면 이번 주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하단 각주를 참고하세요.1
*마우스랜드를 재구성한 아래 두 개의 짧은 영상도 잘 만들어졌으니 참고하세요.
– 뉴스타파: https://youtu.be/hHwoAD3w1K4?si=eFzJIvjiueviclRZ
– 지식채널e: https://youtu.be/XrS7Csy_Q7U?si=YSsSUKzbLH9ozTwZ
○ 진짜 민주주의는 무엇일까요?
굳이 ‘진짜’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지금의 민주주의가 ‘가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시민인 ‘민’이 주인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는 그렇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어원을 봐도 demos(시민)+cratia(통치), 즉 시민에 의한 통치인데, 우리를 대표해 우리 뜻을 대의한다는 정치인들을 보면, 우리는 안중에 없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걸로 보입니다.
최근 벌어진 계엄과 탄핵사태를 통해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국회 탄핵과 대통령 구속까지 시킬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민주주의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어쩌다 한 번 일어날 이런 사태가 있기 전에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이 나라의 주인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계엄 직후 대다수 국민들이 현 대통령을 탄핵시키길 원했지만, 헌법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권자인 국민은, 제발 국회가 탄핵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주길 또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요. 결국 현대 민주주의라는 ‘대의민주주의’는 잘 작동하지 않고 있고, 많은 학자들이 말하듯이 지금은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정치’의 시대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대의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선거는 어떨까요? 선거는 민주주의라 할 수 있을까요? 기원전 5세기 헤로도토스에서부터 18세기 루소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은 선거는 반드시 그 사회의 엘리트를 선출하게 된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추첨으로 공직을 임명하는 것을 민주주의, 선거로 선출되는 것은 과두정치라고 했으며, 몽테스키외는 대표자를 추첨으로 뽑는 것은 민주주의의 방식이고, 선거로 뽑는 것은 귀족정의 방식이라고 했습니다.2 선거(election)라는 단어와 엘리트(elite)라는 단어의 어원이 같다는 것도 이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민주주의는 무엇일까요? 저는 민주주의의 원형이라고 불리는 아테네 민주주의에 그 해답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테네는 모든 시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점은 ‘추첨’된 시민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네 개의 주요 기관이 있었는데, 바로 민회, 평의회, 시민법정, 행정관입니다.

민회는 1년에 40회 이상 모여 주요 의제들을 심의하고 결정했는데, 약 6천 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시민이 안건 준비와 법안을 기초하기 어렵기 때문에 30세 이상의 시민 5백명을 추첨하여 1년 임기로 평의회를 운영했습니다. 민회의 집행위원회이자 운영위원회 역할을 맡은 것이지요. 시민법정은 오늘날 배심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 역할을 한 셈인데요, 매년 30세 이상 시민 중 자원자를 대상으로 6천 명을 추첨한 후, 이들 중 매일 아침 법정에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또 추첨을 해서 그날 필요한 재판관이나 배심원 역할을 맡겼습니다. 행정관은 민회에서 다룰 의제를 준비하거나 소송에 앞서 예비 심사를 하고, 법정을 소집하고 주관합니다. 또한 민회와 법정에서 내려진 결정을 시행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30세 이상 시민 중 자원자를 대상으로 추첨했는데, 임기는 1년이고 대략 7백 명의 행정관 중 6백 명 정도를 추첨으로 뽑고, 전문적 기술과 경험이 요구되는 군사 지도자 등의 특정한 공직자 백 명 정도만 민회에서 선거로 선출했습니다. 아테네에서 이 제도는 거의 300년 동안이나 유지가 되었습니다.3

이렇게 하면 특권과 반칙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누가 뽑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연, 지연 등이 작동하기 어렵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추첨방식이라 금권이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통치하는 이가 복종의 경험이 있기에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영향을 받을 이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어 바른 통치가 가능합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다스리는 것과 다스림을 받는 것을 번갈아 하는 것”이 민주정의 기본원칙이라고 말한 것과도 부합합니다. 어쩌면 현재 민주주의의 문제는 우리가 직접 주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대리인들에게 맡겨버리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직접 정치를 하고 통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에이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해.”라고 말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천 5백 년 전의 사람들은, 그것도 보통 사람들은 이미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다수는 비록 한 명 한 명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께 모였을 때에는 전체로서 가장 훌륭한 소수의 사람들보다 더 훌륭할 수 있다. 그들은 다수이고, 각자로는 나름대로 탁월함과 지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그럼 문제는 “이러한 추첨, 직접민주주의 원리를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법 배심제를 들 수 있습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엉뚱한 판결을 하진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닐 비드마르’의 최근 50년간 미국에서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 연구한 결과, 무능과 부패를 보여주는 사례가 전혀 없진 않았지만,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나 비판이 별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경우, 대법원 업무성과 자료를 보면, 배심원의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 결과가 90.6%나 일치했다고 하니 이제 시민을, 우리 자신을 좀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요.4
더 직접적인 사례로는 시민의회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몇몇 국가들의 유의미한 기후시민의회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 프랑스 시민의회
프랑스는 인구 대표성을 반영한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된 150명의 시민 의원이 9개월 동안 수차례의 공부와 토론을 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최종적으로 460쪽 보고서에는 탄소국경세 도입, 교통 속도 제한 등 정부 정책과 함께 시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제안이 담겼는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국민이 이를 지지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시민의회의 제안 덕분에 프랑스 헌법 1조에 기후변화 대응이 국가 의무로 명시되기도 했습니다.
(2) 영국 시민의회
영국 의회는 기후운동단체 ‘멸종 반란’의 시민의회 구성 제안에 따라 ‘영국 기후시민의회’(CAUK: Climate Assembly UK)가 소집되었고, 이곳을 통해 108명의 시민 의원이 4개월 동안 온·오프라인 회의로 60시간에 걸친 토론을 하며 2050년까지 영국이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시민 의원들이 제안한 556쪽짜리 보고서에는 항공 이용 세금, 지역 농산물 소비 등 50여 개 제안이 담겼는데, 이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평범한 시민의 참여와 성장을 목표로 하며, 시민의회는 이해관계 없이 무작위로 선출된 시민들이 미래를 위한 대안을 도출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며 걱정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세상은 누구에게 맡겨서 가능하지 않고, 바로 우리 시민이 직접 정치에, 통치에 참여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또 서로를 믿으며 ‘진짜’ 민주주의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 가사
[나레이션]
생쥐나라가 있었습니다. 투표로 자신들의 대표들을 뽑았는데, 이상하게도 대부분 고양이가 뽑혔습니다.
[Verse1]
우리가 좋은 법을 만들어주지
우리가 좋은 법을 만들어주지
쥐구멍 입구 확장법이야
드나들다 다치지 않게 하는 법이야
잡아먹기 쉽게 하는 거냐고?
무슨 소리, 다 너희를 위한거야
[Verse2]
우리가 좋은 법을 만들어주지
우리가 좋은 법을 만들어주지
달리기 속도제한법이야
빨리 뛰다 다치지 않게 하는 법이야
잡아먹기 쉽게 하는 거냐고?
무슨 소리, 다 너희를 위한거야
[Chorus(후렴)]
생쥐나라 대표는 고양이 ‘야옹’
[Verse3]
이번엔 다른 대표 뽑아봐야지
이번엔 다른 대표 뽑아봐야지
레드켓 대신 블루켓으로
그냥 너희 생쥐를 뽑으면 어떻겠냐고
에이 우린 잘 몰라서
대표는 무슨, 아무나 하나
그냥 너희 생쥐를 뽑으면 어떻겠냐고
빨갱이가 나타났다
당장 감옥에 집어넣어라
[Chorus(후렴)]
생쥐나라 대표는 고양이 ‘야옹’
● 가사에 대하여
모티브가 되는 영상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여 가사를 붙여보았습니다. 고양이 입장에서 쓴 가사인데, 1절은 고양이 입장, 2절은 생쥐 입장으로 써봐도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 작곡에 대하여
이번 작곡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 작곡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적어두는 스마트폰 메모장과 다이어리를 뒤져보았는데요, 마침 현재 시국과도 잘 맞는 곡을 찾았고 그게 바로 이번 곡입니다. 가사도 거의 그대로 가져왔는데요, 2018년 10월 16일에 정리해 두었더라고요. 사실 그 당시에 작곡도 거의 완성했었는데 발표도 못하고 그냥 묻힌 곡이었습니다. 당시 작곡한 곡도 나쁘지는 않지만, 다음번 인간작곡 때는 새롭게 작곡해볼 생각입니다.
이전에도 설명드렸듯이 SUNO라는 AI작곡 사이트를 통한 작곡은, 제가 원하는 음악스타일이나 만들고 싶은 곡에 대한 설명, 그리고 가사와 곡 구성 관련 설명 등을 넣으면 AI가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대급으로 곡 선정이 어려웠습니다. 이전까지는 AI가 만든 곡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씩 새롭게 곡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에 나온 4곡이 모두 좋아서 고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집에서 듣고, 밖에 다니면서 듣고, 스피커 바꿔서 듣고… 얼마나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선택을 고민했던 그 후보곡들까지 참고로 올렸으니 한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선택한 것보다 후보곡들이 더 낫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후보곡들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래 댓글란에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광장에서, 또 집에서,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 노래 듣기(링크)
○ 후보곡들
토미 더글라스(전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 총리) :그는 젊은 시절 목사로 활동하며 배고프고 굶주린 사람들,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 참지 못하고 파업을 했지만 폭력적 진압에 무너져 버린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정치에 뛰어들게 되었고, 결국 하원의원이 되었습니다. 1944년 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사회주의 정당인 CCF가 집권을 하면서 서스캐처원의 총리(또는 주지사)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다양한 공영 기업들을 만들어 서스캐처원의 경제 자립도를 높이고,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하였으며, 많은 주민이 무상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는 18세에 골수염으로 다리를 잘라내기 직전까지 갔다가 한 의사의 도움으로 치료가 되면서 누구나 치료 받는 무상 의료에 대한 꿈을 키웠는데, 드디어 그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나치게 급진적 몽상이다!” “현 체제를 흔드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는 반대들도 있었지만, 1962년, 의사들의 대대적인 파업 공세에도 불구하고 서스캐처원 주에서 전면적인 무상 의료를 이루어 냈으며, 결국 무상의료가 시작된 후 27년 만인 1972년에는 캐나다 모든 주에 무상 의료가 도입되었습니다. 그의 집권 이후 노동부, 협동조합부, 사회복지부가 신설되었는데, 늘어난 부서만큼 주요 장관과 자신의 연봉을 가장 먼저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토미 더글러스는 2004년 캐나다 방송협회 CBC가 전국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캐나다 사람’으로 뽑힌, 캐나다 사람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
『민중의 이름으로』, 이보 모슬리, p.15~17. ↩
『추첨민주주의 강의』, 이지문, p.22~24. ↩
『추첨민주주의 강의』, 이지문, p.2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