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어려워도 알아두면 좋은 과학상식- 복사강제력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콘텐츠를 접하다보면, 몇 가지 과학적 개념들을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온실효과, 탄소순환, 지구온난화 등인데요. 과학의 주제이긴 하지만, 약간의 설명이 추가되면 시민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공통 배경이 되는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면 기후변화라는 현상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데요. 약간은 까다롭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개념인 ‘복사강제력’에 대한 이해를 도와드리려 합니다.

복사강제력 (Radiative Forcing)

일단 표현이 조금 어렵습니다. 간단한 단어의 조합이지만, 영어 표현도 쉽지는 않은데요. 이 단어가 어려운 이유는 ‘복사radiation’라고 하는 과학 용어가 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복사에 대한 내용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에너지가 많아.”라는 표현을 씁니다. 일상의 대화에서도 이 표현이 의미하는 바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요. 저런 말을 듣는 사람은 몸에 열이 많아 한겨울에도 얇은 옷만 걸친다던가, 남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한다거나, 뭐 그런 부류의 사람입니다.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학의 개념으로도 그렇습니다.

에너지는 그 자체로는 평가하기 힘듭니다. 어떤 사람이 에너지가 많은지 혹은 적은지 평상시에는 알기 어려운 것과 같은데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일’과 ‘열’이라는 측정 가능한 현상으로 전환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과 열이라는 현상은 하나의 개체로부터 다른 개체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벌어집니다.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하면, 사람의 에너지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물건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생깁니다. 열도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량을 측정하여 에너지의 양과 질을 설명하게 됩니다. 사실, 이것이 고전물리학, 즉 역학과 열역학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설명이 좀 길었는데, 에너지의 이동, 즉 열의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뜨거운 물과 찬물이 섞이면 미지근한 물이 되듯이, 언뜻 쉬워 보이는 열의 이동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곧바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열의 이동방식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인데요. 온도가 다른 물이 서로 섞이는 것(대류), 혹은 쇠꼬챙이의 한 쪽을 달구면 전체가 뜨거워지는 것(전도)처럼 경험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태양이 있는 낮에는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고 밤에는 내려가는 현상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분명 태양의 에너지가 지구로 전달된 것인데, 태양과 지구가 서로 연결되어 열이 전도되거나 흘러 다니는 것도 아닌데, 우주라는 진공을 통해 어떻게 전달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의문은 소립자와 전자기파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서 해소되었는데요. ‘전자기파를 통해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다. 혹은 전자기파 자체가 에너지 덩어리이다.’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이런 전달 방식을 ‘복사’라고 표현하고, 비로소 태양과 지구의 에너지 전달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자기파는 여러 능력이 있는데, 라디오나 스마트폰, 악기의 소리와 같이 신호를 변주해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고, 이렇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복사라는 어려운 현상이 조금 더 익숙해지셨기를 기대합니다.

온실가스 작용 원리.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Greenhouse_effect#/media/File:Greenhouse-effect-t2.svg)
온실가스 작용 원리. 출처: 위키피디아

다시 우리의 주제로 돌아와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은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필요 이상으로 남아돌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복사에너지를 뿜어 지구로 전달되면, 지구도 그것을 받았다가 필요한 만큼 쓰고 다시 내뿜으면 되는데(이를 ‘복사평형’이라고 합니다), 공기 중의 어떤 놈들이 끼어 있어 태양의 복사에너지한테는 힘도 못 쓰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지구의 복사에너지는 열심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구의 대기에서 이런 수작을 부리는 놈들을 ‘온실가스’라고 부르고, 온실가스에 의해 에너지의 일부가 지구에 남는 현상을 ‘복사수지’라고 합니다. 태양으로부터 100을 받으면 100을 내보내야 하는데, 온실가스에 의해 90만 다시 내보내고 10은 지구에 남으면 지구입장에서는 ‘수지’ 맞은 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복사수지가 없다면 지구는 화성처럼 하루에도 영상 100도와 영하 150도를 오가는 환경일 것입니다. 정리하면, 복사수지는 실제로 좋은 역할을 하고 있고, 지구 생태계를 지탱하는 근본 에너지입니다. 따라서 온실가스는 사실 매우 좋은 친구들입니다. 문제는 우리 집에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오히려 불편해진 현재의 상황입니다.

지구의 역사를 길게 보면, 복사 수지는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에너지의 변화, 태양과 지구의 거리 변화, 그리고 공기 중 온실가스의 조성이 복사수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데요. 이 요소들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한 과학자들이 다른 것들은 이미 다 계산해 놓았습니다. 다만, 온실가스의 조성변화는 그렇지 못한데, 인간의 활동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기후변화가 ‘기후위기’ 혹은 ‘기후재앙’으로 악화되는 이유가 이런 예측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또한 이 문제의 해결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활동을 조정해야 해서 과학자들의 영역 보다는 정치•경제 분야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과학자들이 하는 일은 복사수지를 결정하는 온실가스를 구별해 내고 어떤 놈들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지는지 계산하는 것인데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이다 보니 그 자체로는 직접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서, 특정시점을 결정하고 그 시점과 비교하여 각각의 온실가스들이 복사수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판단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길게 돌아왔는데, 이런 방법에 의해서 평가된 지표를 ‘복사강제력’이라고 합니다.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보고서는 복사강제력을 산업화가 시작된 1750년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각종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이 왜 1750년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최근 한국의 주가지수가 3000이 넘었네 다시 떨어졌네 하는 말들을 보는데, 이 주가지수도 1980년의 주식가격대비 현재의 주식가격 변화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주가지수와 복사강제력이 사실은 거의 비슷한 산출방법에 의해 계산되어진 셈입니다.

2011년에 발간된 IPCC 보고서에 의하면, 온실가스들의 복사강제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너지의 변화다보니, 단위를 일정 면적당(m2) 일을 할 수 있는 능력(W)으로 표현했는데, 앞에서 본 것처럼 어떤 녀석이 더 에너지가 많은지 판단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 이산화탄소 : 1.82 W/m2
  • 메탄 : 0.48 W/m2
  • 이산화질소 : 0.17 W/m2
  • 황산염에어로졸 : –0.40 W/m2
  • 먼지(dust): –0.10 W/m2

거의 다 왔습니다. 위의 자료를 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는데요. 하나는 왜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핵심인지 알게 됩니다. 다른 기체에 비해 복사강제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이산화탄소의 복사강제력은 해가 가면서 더욱 급하게 상승할 것입니다. 주식이 없더라도 주가가 상승하면 기분이라도 좋은데, 복사 강제력의 상승은 우리의 생활 기반을 무너뜨리는 위험 요소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먼지나 황산염에어로졸은 음의 복사강제력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입자들은 복사수지를 줄여줘서 지구의 온도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먼지처럼 음의 복사강제력을 가지면서, 먼지와 달리 해롭지 않은 입자를 개발하면, 복사수지를 좀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산화탄소에 의한 효과를 상쇄할 텐데…’ 이런 아이디어가 생각이 납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소들이 제법 있는데,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신 시민이라면, 기후변화, 온실가스, 탄소중립, 이런 표현들을 종종 보실 텐데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신다면, 이런 요소들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지표인 복사 강제력을 접하실 것입니다. 이 정도까지 관심을 가지셨다는 점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오늘을 계기로 이 개념을 이해하셔서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자들이 어떤 평가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왜 점점 더 큰 목소리로 계속 경고하고 있는지 조금 더 접근해 보시길 바랍니다.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소장. 고분자화학(석사)과 기술경영학(박사 수료)을 전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에서 근무한 후 이스트만화학과 GE Plastic(SABIC)의 시장개발 APAC 책임자를 역임. 기술의 사회적ㆍ경제적 가치와 녹색기술의 사회적 확산 방법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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