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Crime and Bee)

벌은 왜 사라지고 있는가? 양봉은 벌을 착취하는 것인가, 아니면 벌을 보호하는 것인가? 꿀을 먹는 것은 윤리적인가? 벌을 통해 생태계와 인간에 대해 던지는 질문.

끈적하고 달콤한 꿀, 그 꿀을 한 통 가득 채우려면 꿀벌은 얼마나 일을 해야 할까? 꿀벌 한 마리가 하루에 채취할 수 있는 꽃꿀의 양은 50mg. 벌 한 마리의 체중과 거의 맞먹는 셈이다. 이만큼의 꿀을 모으기 위해 벌은 약 일천 송이의 꽃을 방문해야 한다. 꿀 1kg을 모으기 위해서 벌은 약 560만 송이의 꽃을 방문하고, 벌집과 꽃 사이를 7만 번 이동한다. 어쩌면 우리는 벌의 노동력을 섭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꿀벌의 고된 노동을 통한 생산물을 정말 인간이 먹어도 괜찮을까? 우리가 생산하지 않은 것을 빼앗아도 될까? 이러한 벌과 인간의 관계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로 치환해 보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생산한 것을 빼앗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강탈이라고 부르며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것은 물론이고, 법적 처벌도 뒤따를 것이다. 그런데 왜 동물이 생산한 것은 마음대로 빼앗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오직 강탈의 대상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달라졌을 뿐인데 윤리적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 동일한 행위는 동일하게 평가되어야 하므로. 따라서 인간이 벌꿀을 먹는 것은 윤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또한 인간이 벌에게서 꿀을 빼앗아 가는 것은 벌의 수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인간이 벌에게서 꿀을 빼앗으면 벌은 빼앗긴 만큼의 꿀을 더 모아야 한다. 잊지 말자, 꿀은 원래 벌의 먹이다! 벌이 더 많은 노동을 할수록 그들의 수명은 짧아진다.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어 발을 모두가 동동 구르는 이 상황에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다.

꿀 한 통을 가득 채우려면 꿀벌은 얼마나 일해야 할까?
사진출처 : Daria-Yakovleva
꿀 한 통을 가득 채우려면 꿀벌은 얼마나 일해야 할까?
사진출처 : Daria-Yakovleva

그렇지만 인간은 양봉을 할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는 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벌은 대표적인 수분곤충 중 하나이며, 지구상에서 식량 작물의 약 75퍼센트를 가루받이 하고 있다. 벌이 없으면 아마도 대부분의 식량작물은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이고 인류는 서서히 절멸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양봉을 하지 않고 벌에게 가루받이를 의존할 수는 없나요?”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후 변화, 외래종 곤충의 출현, 농약 살포 등으로 벌의 개체수 가 너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 벌의 개체 수는 74%가 줄어들었고, 올해 겨울에도 이상 고온으로 벌의 집단 폐사가 있었다. 벌은 더 이상 우리의 생태계에서 자력으로 생존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계는 나몰라라 하고 벌의 생존을 자연의 손에 맡긴 채 모든 것을 방관하기만 한다면 이는 실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생태계에 인간이 개입하는 것은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다. 그러나 나는 벌의 생존에 관해서는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믿는다. 벌이 왜 사라지고 있는가? 기후 변화, 이상 고온, 농약 살포, 외래종 곤충의 도입은 모두 인간 활동의 결과가 아닌가? 인간의 잘못으로 벌이 사라지고 있다면, 인간의 잘못으로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면 인간이 개입해서 스스로의 과오를 되돌리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는 우리 손으로 망가뜨린 자연을 우리 손으로 되돌려 놓을 책임이 있다. 물론 양봉은 단기적인 대책이다. 장기적으로는 꿀벌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자연환경을 되돌려야 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꿀을 먹어야 할까? 꿀은 양봉농가의 소득원이다. 뒤집어 말하면, 양봉업자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면 그들은 굳이 꿀을 팔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국가에서 양봉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벌의 꽃가루받이를 장려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후 변화를 되돌리는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는 것도. 우리는 꿀의 소비를 줄여야 하고, 자연의 모든 것이 우리의 소유가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생태계의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도, 벌의 개체 수가 이렇게 급락한 것도 모두 인간의 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캐롤

싸우는 트랜스남성, 비건, 학교 밖 청소년, 아픈 사람, 퀴어 페미니스트.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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