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탈성장을 이야기하는 이유 –생태적지혜연구소 탈성장전략 대토론회 후기

지난 8월 25일 개최된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탈성장 전략수립을 위한 대토론회〉에 대한 후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안에서 탈성장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고자 하는 글이다. “지금 우리는 왜 탈성장의 기치를 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아래, 생태적지혜연구소의 탈성장을 위한 도전과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탈성장, 그 낯섦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국 사회에서 탈성장(Degrowth)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한강의 기적’,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 ‘10대 경제 대국’ 등 우리나라의 단기 고도성장에 대한 찬사는 차고 넘친다. 최근 K-pop과 K-drama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K-economy1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가 되었으니, 한국의 자본주의는 기존의 식민지 기반 선진국 자본주의와는 다른 족적을 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추격경제에서 추월경제2로 나아가야 할 정도로 자본주의의 최전선을 걷고 있는 한국에서 ‘탈성장’ 논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실망스러운 미래 전망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탈성장에 대한 의미를 조금 이해하는 사람들은 탈성장이 가진 부정적인 뉘앙스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좋은 삶’으로 불렀으면 하는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3 그러나 녹색성장이 장기적 탈동조화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견처럼, 좋은 삶과 탄소중립의 탈동조화는 어떤 면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망상에 가까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삶에 대한 정의 못지않게, 탈성장 역시 상상력에 따라서는 다양한 대안들로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 성장모델과의 결별, 가능한 이야기일까.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의 〈탈성장 전략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는, 탈성장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시작될 수 있고 정동과 관계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진출처 : Yael Hofnung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의 〈탈성장 전략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는, 탈성장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시작될 수 있고 정동과 관계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진출처 : Yael Hofnung

대부분의 국가에서 벌어진 경제성장은 자본주의 작동방식과 일치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생태계서비스)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기반한 교류(예, 가족돌봄)를 경제체계에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생태적 불균형과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였다. 생태적 불균형은 지금의 기후위기를 동반한다. 제이슨 히켈은 인류세가 인간의 행위와 문화가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지 못한 중요한 이유가 지금의 자본주의 성장시스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도넛경제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기반, 즉 기본적인 좋은 삶에 대한 기준 역시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상상력 없이 유엔 등을 통해 개도국에 이식된 현대 자본주의 산업국가 모델로 인해 오염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이러한 자본주의 확산과 세계화는 선진국의 문제였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마저도 개도국으로 광범위하게 퍼트리는 계기가 되어 기후정의 문제를 왜곡시키고 있을 정도이다.

선진국 자본주의 저항세력이었던 노동자들은 기후위기의 책임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일까. 『생명 그물 속의 자본주의』 저자인 제이슨 무어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노동자가 자본주의의 생존과 재생산 과정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노동자의 투쟁과 노조 활동이 세계화된 자본구조 속에서 소득과 노동자의 권리보호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탈동조화나 단순한 좋은 삶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긍정적 관계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탈성장은 어떤 주체의 등장과 주도로 가능한 것일까.

탈성장 주체로서 생태적지혜연구소와 우리의 상상력

생태적지혜연구소는 지난 8월 25일 저녁 온라인 〈탈성장 전략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 참여 대상은 생태적지혜연구소 조합원들이었고, 그 이유는 탈성장 전략을 수립하려는 대상이자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인 생태적지혜연구소였기 때문이었다. 생태적지혜연구소는 여러 갈래의 학습모임을 진행해 왔는데, 그중에는 탈성장이나 생태경제학에 관한 학습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탈성장에 관한 무수한 실체 파악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른바 이론과 논리를 넘어 지구상에서 조직적으로 실현된 곳이 얼마나 될까.

히켈은 탈성장이 경제가 위축되는 리세션(불경기)이 아닌 계획적 감축이며, 계획적이기 때문에 그 충격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태적지혜연구소 역시 수동적 자원감축이 아닌 이를 상쇄할만한 정동과 활력의 배가를 통한 ‘능동적인 감축 계획’임을 말한다. 신승철은 정동과 활력 순환을 통한 능동적 대응으로서 관계 회복에 기반한 탈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제안하였고, 조합원들이 탈성장 전환사회의 ‘정동의 입자가속기’가 될 것을 촉구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은제의 이야기는 탈성장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시작될 수 있고, 정동과 관계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탈성장은 익숙한 소비와의 헤어질 결심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가벼운 이야기에서부터 탈성장의 긍정적 의미를 확대·재생산하기를 기대하는 여러 가지 상상력이 더해졌다. 배선우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에서부터 생태적지혜가 시작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 조합의 학습과 탈성장 노력은 앎(배움)을 삶으로 연결시키는 일이며,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공동체를 확산하고, 그 힘으로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되새겨주었다. 이는 이승준의 탈성장 전략인 공통화(커머닝)와 보편적 기본소득과 노동시간의 단축, 생태적으로 조율된 여가와 같은 정책적 비전과도 통하는 이야기로 들렸다.

짧은 시간, 탈성장 전략 대토론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개최되었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소박하고도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 나눔부터, ‘협동’이라는 학습공동체가 ‘공유자원’으로서 지식을 나누고, 외부 의존적인 생산이 아닌 ‘자연과 스스로의 생산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하고 향유하는 탈성장 실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상상까지 해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기후위기 해법으로서 탈성장과 우리의 상상력은 지금 당장,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계획이다.


  1. 지금의 한국 문화가 창출하는 경제는 K-pop처럼 한국을 K로 상징하는 것임. 반면 K-shaped economy는 경제의 불평등이 강화되면서 금융자본은 더욱 성장하여 상향발전하지만, 소상공인 등은 하향하면서 K모양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음.

  2. 김동연, 『대한민국 금기깨기』 p.135,

  3. Jason Hickel (2021) “What does degrowth mean? A few points of clarification”, Globalizations, 18:7, 1105-1111, “Less is More”의 저자이기도 한 제이슨 히켈은 탈성장은 에너지와 물질소비를 줄임으로써 생태적 균형에 이르는 방법이며, 이를 통해 불평등을 저감하고 삶의 질은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하며, GDP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처리량을 줄이는 것이라 주장함. 결국 단순히 ‘좋은 삶’이 아니라 ‘지구 한계 내에서의 좋은 삶’을 뜻함.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장으로 지속가능발전과 환경정책, 기후변화, 리질리언스 등 우리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생태시스템 분석틀을 적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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