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3년 동안 이런 저런 일로 가지 못한 서울 퀴어축제를, 함께 가는 친구들을 계기로 드디어 참석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울 퀴어축제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매해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는 문화 행사다. 한국은 아직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문화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자리 잡지 않아 퀴어축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행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2000년 ‘퀴어문화축제 – 무지개2000’이라는 명칭으로 첫 회를 개최한 이후 현재 2024년까지, 무려 24년 동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행사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지하철역에서 나오니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기대한 것과 반대로 퀴어 반대 시위 진영이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결연하고 분주하게,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척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옅은 긴장감을 느끼며 길 바로 건너편에 LGBTQ+ 관련 굿즈를 사거나 제단을 후원할 수 있는 부스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뉴스에서도, SNS에서도 퀴어 축제가 열리면 맞시위가 일어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약간 두렵기도 했다.
무지개 슬로건을 넘어, 많은 인원의 경찰이 지키고 있는 펜스를 넘어 들어간 퀴어축제가 열리는 공간은 완전히 다른 세상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워 보였다. 사람들은 서로의 시선이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마음껏 잡고 돌아다녔다. 바깥의 혐오를 비웃듯 그렇게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소중하기도 했고 동시에 약간 슬프기도 했다. 펜스 밖의 사람들은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다른 세계에 있는 존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얇은 철벽 하나가 있을 뿐인데, 세계가 둘로 갈라진 것 같았다.
부스에서는 작은 무지개 깃발을 샀다.

사진 : 책 먹는 오리
오후 4시 반, 본격적인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퍼레이드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분위기였다. 내가 서울에서 참여한 퍼레이드는 (퍼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면) 대통령 탄핵 시위, 그리고 기후정의행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신나는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면서 뛰어다니는 경험은 또 새로웠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퍼레이드 참여 인원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참여자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깃발을 흔들며 인사했다.
길을 걸어가던 몇몇 사람들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특히 차에 탄 분이 클락션을 울리며 손을 크게 흔들면서 인사해주던 장면이 인상깊게 남았다.
도로를 도는 동안 퀴어 축제 반대 1인 시위자들도 많이 만났다. 신을 믿고 지금이라도 회개한다면 천국을 갈 수 있다! 돌아와라… 처절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그들이 초반엔 그저 싫고 미웠지만 나중에 가서는 약간 웃기고 마주치는 게 기다려질 정도였다. 웃으며 그들의 구호를 함께 따라서 외치기도 했다. 그날, 혐오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나는 퀴어 당사자는 아니다. 나는 그들이 겪는 사회에서의 차별이나 답답함을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엘라이(ally)로서, 퀴어 당사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람이다.
내가 엘라이가 되고, 엘라이로서 퀴어 축제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별로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엘라이가 된 이유는 주변 친구들, 지인들을 통해 LGBTQ+에 대해 배우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알아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엘라이로서 축제에 참여한 것은 내가 지지하는 세계를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난 혐오의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인간의 공감과 연대의 힘이 혐오보다 강할 것을 믿는다. 우리 사회는 변함없이 굳어있는 것 같지만 분명 천천히 더 나은 방향으로, 소수와 연대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혐오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내가 그랬듯 큰 뜻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엘라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