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세계는 폭염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재해는 지금까지 인류가 대기 중에 방출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의 영향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정부에 경제성장을 위한 여러 정책 마련을 최우선 순위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를 해마다 겪으면서 언제까지 성장만을 꿈꿀 수 있을 것인가. 독일의 경제학자이며 지구환경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연구자인 저자는 기존의 생활 방식과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절대로 경제성장과 환경 보호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환경보호론자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인한 다양한 동식물들의 멸종을 경고하고 있으나, 사실 다른 종의 동식물 멸종보다도 우리 자신의 멸종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존의 환경보호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는 다른 종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여 있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환경이론을 펼치는 듯한 강한 인상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고수하고 있는 인류는 현재의 기후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진정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 기술 발전과 환경 보호가 분리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우리는 에너지의 효율성이 높은 기술이 환경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반대로 기술 발전으로 효율성을 높여 자원 소비를 막겠다는 것은 결국 계속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자원 소비를 끌어 올릴 뿐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하나 예를 들면, 오늘날 난방 보일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에너지 효율적인데 건물에는 단열 처리도 잘 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이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1인당 필요로 하는 공간의 면적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효율적인 난방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뿐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우리는 소비의 규모를 줄여,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이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모두 이기적인 존재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경제행위를 한다는 가정 하에 각종 경제이론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원래부터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태어나지 않았으나,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행동할 때마다 보상을 주는 식으로 자녀를 키운 탓에 우리 사회에는 이기주의자들이 넘쳐났을 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경제 이론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으며, 심지어 가짜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우리는 과감히 기존의 이론을 바꿔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기존의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인류가 서로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새로운 가치들을 부각하는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구의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에 각종 자원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보다는 분배를 생각해야 하는데, 결국 환경 문제는 언제나 분배 문제이며, 분배 문제는 항상 정의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돈 중심의 경제로 인한 불평등의 위기와 성장 일변도로 야기되는 기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장 주도가 아니라 강력한 국가 주도의 규제가 요구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법이 없었다면 노예제도도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며, 법이 있기에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주말을 누릴 수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규제를 받지 않는 시장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국가는 공유재 이용의 명확한 규칙을 세우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규모도 줄어야 하지만 자원 소비와 노동에 대한 윤리관도 새롭게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소비의 성격과 비중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저자의 주장을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