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 년 전 해남의 호숫가
황혼은 더 장엄했어
화산이 폭발하고 땅이 솟구쳤어
최후의 날
공룡들은 머리를 맞대고
결심 했어 새가 되기로
가볍고 가늘고 작아지기로
불 타는 땅 멀리 날아가기로
잊지 말자 백악기 추억
깃털에 새기고
새벽이면 공룡의 노래 부르기로 했어
북으로 남으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로 확인하며
지구를 회전시켰어
어쩌면 그 전
1억 년 전
지구가 꽃들로 만발했을 때
조개와 고둥은 머리 맞대고
결심 했어 육지에 오르기로
이끼 따라 한 없이 작아지며 바다에서
멀고 먼 산 오르기로
잊지 말자 파도를
시간의 모자 쓰고 외투를 여몄어
출렁이는 바다 안고
들판 지나 물길 거슬렀어
산으로
구름 너머 하늘로
긴꼬리딱새 노랑할미새 흰배지빠귀 우는
여름 장춘계곡
팽나무 구멍 부목토 속 입술대고둥
입술을 봤어
이끼 더듬는 1미리의 입술
촉촉했어
두륜산 대흥사 바위 골짝 거슬러
천년 느티나무 위 샘에는
모래알 이끼 먹는 산골조개 살 거야
세상의 첫 모금
모래알만큼 작게
깃털 하나
6600만 년 황혼
손톱밥 패각 하나
1억 년 초록
장춘계곡 십리 물길
천 개의 노래 만 개의 합주
반짝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