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장춘계곡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생태시 한 편.

6600만 년 전 해남의 호숫가

황혼은 더 장엄했어

화산이 폭발하고 땅이 솟구쳤어

최후의 날

공룡들은 머리를 맞대고

결심 했어 새가 되기로

가볍고 가늘고 작아지기로

불 타는 땅 멀리 날아가기로

잊지 말자 백악기 추억

깃털에 새기고

새벽이면 공룡의 노래 부르기로 했어

북으로 남으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로 확인하며

지구를 회전시켰어

어쩌면 그 전

1억 년 전

지구가 꽃들로 만발했을 때

조개와 고둥은 머리 맞대고

결심 했어 육지에 오르기로

이끼 따라 한 없이 작아지며 바다에서

멀고 먼 산 오르기로

잊지 말자 파도를

시간의 모자 쓰고 외투를 여몄어

출렁이는 바다 안고

들판 지나 물길 거슬렀어

산으로

구름 너머 하늘로

긴꼬리딱새 노랑할미새 흰배지빠귀 우는

여름 장춘계곡

팽나무 구멍 부목토 속 입술대고둥

입술을 봤어

이끼 더듬는 1미리의 입술

촉촉했어

두륜산 대흥사 바위 골짝 거슬러

천년 느티나무 위 샘에는

모래알 이끼 먹는 산골조개 살 거야

세상의 첫 모금

모래알만큼 작게

깃털 하나

6600만 년 황혼

손톱밥 패각 하나

1억 년 초록

장춘계곡 십리 물길

천 개의 노래 만 개의 합주

반짝여

창춘계곡. 사진 제공 : 심규한
긴꼬리딱새. 사진 제공 : 해남 사랑새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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