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픈 병실생활] ② 병실동지new

병실동지 선영언니의 말버릇은 “그러지 그러지”하며 맞장구치는 거다. 그 추임새는 상대방을 북돋는 중독적인 주문이었다. 나보다 딱 스무 살이 많은 언니는, 내 친구 중에 가장 나이가 많고, 나는 언니의 친구 중에 가장 어리다. 그녀가 나와 죽이 잘 맞는다는 걸 만나자마자 알아차렸다.

나의 친척, 나와 한겨레 – 『그 존재만으로』를 읽고 인간세 너머를 상상하다

인간의 기본적 특성은 외부 의존성과 지구 기숙성 또는 취약함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자족성과 무오류성이라 착각하며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소비지향 트렌드와 과잉생산의 인간세의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근대의 조각품인 ‘그런 사람’의 소멸, 그리고 새로운 인간의 탄생으로 과연 시대적 위기 극복은 가능할 것인가?

[슬기로픈 과외생활] ⑤ 문턱 너머의 부모들

한국어의 ‘학부모’는 유독 부모를 ‘학교라는 제도 안의 존재’로 명명한다. 한마디로 부모는 관계의 이름이고, 학부모는 교육제도에서 역할의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슬기로픈 과외생활] ④ 유리가면 살포작전

한마디로 한 번 잡으면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그런 긴 장편 만화를 굳이 자기 돈 들여서 친히 빌려 와서 반 친구들에게 무료로 서비스 한 거다. 무슨 심보인지 아님 사해동포주의 정신인지 알 수 없으나, 진우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젠장. 하루 종일 그 유리가면만 생각나요. 아니 매일매일이요.”

[슬기로픈 과외생활] ③ 흥병신강조임갑동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에서 보낸 20년 세월. 입시에 도움이 된다면 조상님 묘도 파헤친다지만, 앞 글자 따서 암기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흥/병신강조/임갑동’ 같은 기괴한 조어를 동원하게 만드는 웃픈 현실을 살았다. 하지만 이 바닥에도 분명 보람찬 순간은 있다.

[슬기로픈 과외생활] ① 공민왕, 그 애

때로는 만삭의 몸으로, 때로는 깁스를 한 채로 마주했던 기묘하고도 치열했던 세계. 성적, 학생관리, 학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돈 관리. ‘선생님’이라는 고용자가 되어 홀로 맞닥뜨리게 된 키워드들이다. 생존을 위한 그 장은 내 안의 새로운 감각도 열어 젖혔다.

[슬기로픈 깜빵생활] ⑥ 홍시 맛이 나서

“왜 그랬냐”고 묻는 데 대하여, “그냥 그렇게 느껴서”라고 답하면 문제가 된다.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의 ‘표현의 자유’는 계속 쟁점이다. 그 질문을 두고 판사 앞에 섰을 때를 기억한다. 이제껏 한편 부끄럽기도 했고 외면하고 싶기도 한 장면으로서. 다만, 아직도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하고 싶다.

[슬기로픈 깜빵생활] ⑤ 엄마의 편지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편지 한통. 빛바랜 편지봉투에, 받는 사람은 이렇게 적혀있다.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20호 김미화 5022번〉 구치소 안에서 받아든 엄마의 편지는, 삼십 년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온전한 상태로 내게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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