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7가지 문제

국제사회의 약속도 못 지키고, 산업계의 이해만 충실히 반영하면서, 재생에너지는 줄이고 오로지 핵발전만 외치는, 법 위반에 절차적 하자까지 엉망진창인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기획의 문제점들을 정리했다.

지난 3월 21일, 정부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이하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기본계획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향후 20년(2023~2042)간의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와 수단,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을 담아야 한다. 쉽게 말해 앞으로 20년 간 한국의 기후정책을 담은 가장 중요한 계획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은 국제 온실가스 감축 기준에도 못 미칠뿐더러, 절차적 하자, 편향된 산업계 배려, 불확실한 감축수단 의존 등 한 마디로 탄소중립이 불가능한 기본이 없는 기본계획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없다’, ‘탄소중립을 포기했다’ ‘반기후・반환경 정책이다’, ‘안일하고 터무니없는, 무책임한 졸속 계획’이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 문제점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1. 국제사회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국가온실가스감축(NDC)

IPCC는 지난 3월 20일 발표한 제6차 종합보고서를 통해, 지난 보고서에서 예측한 것보다 기후변화 리스크와 장기적인 영향이 몇 배 더 크다고 전망했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위험선을 넘지 않기 위한 현재 인류의 목표, 즉 ‘지구평균기온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시간이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2030년 전까지 적어도 2019년 대비 43% 이상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기준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미래에 급격하고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데, 이번 기본계획에 들어있는 국가온실가스감축(NDC)안의 내용은 2021년 유엔에 제출된 2018년 대비 40%(2019년 대비 34% 감축)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10위 국가로, 국제기준보다 더 많이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2. 법률 위반 및 다음 정부로 책임 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제3장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수립 등
제10조(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수립・시행) ① 정부는 제3조의 기본원칙에 따라 국가비전 및 중장기감축목표등의 달성을 위하여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국가기본계획”이라 한다)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그림출처: 녹색연합
그림출처: 녹색연합

이번 기본계획은 위의 법률에 따라 20년의 계획 기간을 가지고 수립되어야 하는데,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만 있고, 2024년까지의 계획이 없다. 정부 스스로 법을 어기고 12년의 대응 계획을 통째로 포기해버린 것이다. 또한, 연도별 감축 수치만 나열되어 있을 뿐 연도별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지의 연도별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 정부 임기 동안 총 감축량의 25%를 줄이며 그래프가 완만하게 내려가는 데 반해, 다음 정부 임기에는 3년(2028~2030년) 만에 75%를 급격하게 줄인다는 계획이다. 즉 이 모든 책임을 다음 정부와 다음 세대에게 전가시키는 꼴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2029년에서 2030년 사이 급격하게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데 대체 어떤 수단이 있는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3. 절차적 문제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실종

절차적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중차대한 국가계획을 공청회 하루 전에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기본계획 초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글을 공지하기도 했다. 또한 초안이 발표되고 공청회까지 마친 이후에 추진하는 청년과 시민사회와의 토론회는 구색을 맞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이러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심의하는 중요한 기구이다. 그런데 노동자, 농민, 청년, 시민사회 등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은 포함되지 않고, 소수의 학계 전문가와 산업계 인사로만 구성된 점도 큰 문제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 산업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 산업계에 대한 특별한 애정

탄소중립기본계획 요약본 중 - 부문별 감축목표
탄소중립기본계획 요약본 중 – 부문별 감축목표

정부는 이번에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유일하게 산업부문만 감축률을 14.5%에서 11.6%로 낮췄다. 이번 기본계획(안)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20여 차례 했다고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산업계의 이해만을 충실히 반영했을 뿐이다.

2021년에 발표된 산업부문의 국가온실가스감축(NDC)보다 무려 810만톤(3.1%)의 감축의무를 면제한 것이다. 산업부문 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2018)하는 최대 배출원 중 하나임에도 가장 적은 감축량을 할당받았는데,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입각해 본다면 산업부문 감축량은 오히려 더 상향되었어야 했다. 정부가 산업계의 민원만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결국 산업계가 줄여야 할 몫은 불확실한 이행방안으로 평가되는 국제감축으로 400만 톤, 전력부문에서 400만 톤을 추가로 감축하는 것으로 떠넘겨졌다.

5. 불확실하고 검증되지 않은 감축수단에 기대는 문제1

앞서 언급한 산업계에서 전가된 ‘국제감축’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재정・기술적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가져가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청정개발 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와 ‘산림 파괴 방지’(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 수단이 있다.

이런 국외 감축 사업은 선진국이 일종의 배출권 거래를 통해 자국 내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국외 감축 사업 수행 과정에서 토착민에 대한 생존권 침해, 토지 강탈 등의 문제와 사업 자체의 부실한 설계 및 운영상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는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석유 시추 과정 등에 활용하거나 지층 아래 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장하는 기술인데, 이 감축 수단 역시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아직 충분한 검증이 안 된 기술이다.

6. 재생에너지는 줄이고, 핵발전은 늘리고

이미 지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력 부문 최상위 계획)에서도 확인이 되었듯이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목표보다 더 후퇴하고, 위험한 핵발전만 더 늘리겠다고 한다. 전력 중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2021년 30.2%에서 21.6%+α로 줄고,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늘었다. 최근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서도 핵발전은 비용도 많이 들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재생에너지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핵핵핵’만 외치고 있는 모습은 안전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7. 예산의 문제

예산을 보면 의지를 볼 수 있다. 기본계획의 예산을 살펴보면, 향후 5년간 89.9조 원의 예산을 투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연평균 약 17.9조 원으로 2023년 국방예산 57.7조 원과 비교하면 31%에 불과하다(3.21 녹색연합 성명).

2019년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발표한 ‘호주 보고서’는, 결론에서 “인류 문명을 지속하려면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산업 시스템의 아주 빠른 구축이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2차 세계대전의 긴급 동원 규모와 유사한 전 지구적 자원 동원을 요구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전쟁 승리를 위해 3천억 달러(현재 화폐가치로 4.4조: 한화로 약 4천조)가 필요하다고 봤고, 이 중 절반을 국민들에게 국채를 팔아 조달했다. 당시 미국과 경제규모나 인구 등 다른 점들은 분명 있으나 전쟁에 임하는 수준으로 기후위기를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년 약 18조 원은 매우 한가로운 예산 규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이 부재하다는 점, 그리고 산림이나 해양, 습지의 가치를 재발굴한다면서 신공항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행태들도 문제이다. 무엇보다 아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문제가 국가계획에서 끝나지 않고 각 지자체들의 시・도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더욱 크다.

제11조(시・도 계획의 수립 등) ①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및 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는 국가기본계획과 관할 구역의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1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시・도계획”이라 한다)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3. 15.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 탄녹위 해체 촉구 액션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런 기본계획을 내놓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해체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기후정의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요구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5일 기후활동가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편향적이고 비민주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해체와 전면 재구성을 요구하는 액션을 진행했다.

또한 공청회 하루 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말 비상식적이고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하는 탄녹위와 기본계획(안)의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과 액션이 공청회 당일 진행되기도 했다.

2023. 3. 15.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공청회 장 앞 기자회견(위)과 반대 액션(아래)
3. 15.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공청회 장 앞 기자회견(위)과 반대 액션(아래)

그리고 이미 2021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요구로 나왔던 기존 기본법을 폐기하고 ‘기후정의기본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도 있다.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라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하고, 핵발전 역시 일정한 로드맵에 따라 탈핵으로 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높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국제기준을 넘어 기후정의에 입각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에 맞게 상향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 발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류가 얇은 얼음 위에 서 있고, 그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제로(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선진국은 2040년, 개발도상국은 2050년으로 앞당길 것을 촉구했는데, 이는 대다수 국가가 밝힌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보다 10년 가량 이른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경고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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