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공지능】 [디지털 코드로의 통합세계와 기술의 도구화된 인간] ② 존재화된 기계의 서곡

인공지능은 이제 삶의 내연으로 스며들고 있다. 챗GPT의 출시와 함께 삶의 다양한 기술들이 고도화되어 이전과는 다른 것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며 우리는 챗GPT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는 존재화된 기계의 첫 페이지를 경험하고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프랑스어)〉, Colorado State Fair Fine Arts에서 신인 아티스트 경쟁부문의 "디지털 예술/디지털 사진" 부문 1위 수상. 인공지능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 제작.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프랑스어)〉, Colorado State Fair Fine Arts에서 신인 아티스트 경쟁부문의 “디지털 예술/디지털 사진” 부문 1위 수상. 인공지능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 제작. ⓒ뉴욕타임스 갈무리

2022년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이 우승을 차지했다.(그림 참고) 작품을 출품한 우승자 제이슨 M. 앨런(39)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이겼고, 인간이 패배했다”라는 말로 소감을 남겼다. 그가 이와 같이 말한 이유는 해당 작품을 텍스트로 설명한 그림을 이미지 파일로 생성해 주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미드저니로 생성한 디지털 이미지 3점을 대회에 출품하였고 그 가운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1등을 차지하였다. 이 일이 세간의 주목을 끈 이유는 AI의 놀라운 능력으로 인함이 아니라 AI가 창의적 활동의 성역으로 인식되어 온 예술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AI의 똑똑함은 이미 2016년 3월에 있었던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에서 확인되었다. 그 이후 AI로 인해 대체되는 직업군은 대체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지적활동이나 게임(바둑 등) 및 법률 등과 같은 규칙 기반의 업무가 될 것이며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는 대체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소개되어져 왔다. 하지만 AI의 미술대회 우승 사건은 그것이 우리들의 착각임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적활동과 관련하여 그 어디에도 AI가 논외로 치부되는 영역은 사실상 없는 것이다.

최근 챗GPT로 지구가 떠들썩하다. 챗GPT는 대화형 AI서비스의 일종이다. 사용자가 채팅으로 질문(Request)하면 그에 대해 AI프로그램이 응답(Response)하는 형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이름 그대로 채팅(Chat) 서비스이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개발사인 OpenAI의 자연어 처리 AI기술의 이름이다. 자연어 처리란 인간의 언어를 텍스트 또는 음성 등으로 입력받아 기계(컴퓨터)가 그것을 이해하고 상응하는 응답을 생성 및 조작하는 AI의 한 분야이다. GPT는 대규모 언어 데이터를 학습하고(Pre-Trained)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입력(텍스트)에 대해 상응하는 언어를 생성(Generative)하는 언어 변환기(Transformer)인 것이다.

OpenAI는 2015년 12월에 설립된 미국의 다국적 AI회사로, 이름처럼 AI기술을 개방(open)하여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AI기술이 가지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인정하고, 기술자체를 오픈 형태로 개발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게 AI를 완성하는 것이 OpenAI의 비전이다. OpenAI는 사람과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첫 GPT 버전인 GPT-1을 2018년 6월에 출시하였고, 2019년 2월에 GPT-2를, 2020년 6월에 GPT-3를,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3년 3월에 GPT-4를 발표하였다. GPT-1에서 GPT-4까지 5년 동안 폭발적인 성능변화가 이루어졌다.

챗GPT의 기술적 사회적 파급력은 강력하고 빠르다.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며 핵심적인 매체가 언어이므로 자연어 처리 AI인 챗GPT는 사람이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언어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결과물을 생성하는 일에도 활용 가능하다. 가장 좋은 예가 글쓰기와 코딩(Coding)이다. 설문지, 이메일, 보고서, 소설에 이르기까지 챗GPT는 다양한 텍스트 생성이 가능하며, Python, Java, JavaScript, C++, C#, PHP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딩도 가능하다. 챗GPT의 지식수준은 특정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얕으나 비전문가보다는 깊다. 얕지만 넓은 지식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입문 또는 초중급 수준의 교육적 학습적 대화가 가능하다. 자기주도적 학습자에게는 최적의 학습도구라 할 수 있다. 전문가에게 있어서도 활용성이 크다. 주어진 내용에 대해 내러티브, 목차, 개요, 아이디어 등을 질문하면 다양한 답변으로 응답한다. 사업추진 방안,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조언도 가능하다. 초기 아이디어 착수가 핵심적인 고급업무에 너무나 유용한 도구인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는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챗GPT는 초연결성을 핵심가치로 가지는 4차 산업혁명의 첫 꽃송이다. 꽃이 아니라 꽃송이인 이유는 대화형 AI서비스가 챗GPT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의 Bard,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 메타의 Blender Bot, 네이버의 HyperCLOVA X 등 다양한 대화형 AI서비스가 개발‧출시되고 있다.

사람의 형상과 말은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나무인형인 피노키오. 인간이 되기를 원했고 결국 인간이 되었다. 
사진출처 : CARLOSCRUZ ARTEGRAFIA
사람의 형상과 말은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나무인형인 피노키오. 인간이 되기를 원했고 결국 인간이 되었다.
사진출처 : CARLOSCRUZ ARTEGRAFIA

역사학적 산업혁명은 이제 4차에 들어섰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인간의 자기초월적 진화에 대한 도전의 역사다. 1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힘과 내구력)을 기계화와 증기기관으로 초월하였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 내연기관, 대량생산기술(컨베이어벨트 등)을 발명하여 물리적 속도 및 생산 능력을 초월하였으며, 3차 산업혁명에서는 지식의 저장 및 체계화 능력을 전자, 컴퓨터 및 자동화 기술로,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는 초연결성, 사이버-물리 시스템, AI, 로봇 기술로 존재성을 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인간의 자기존재초월에 대한 견해는 필자 개인의 생각이다. 지능을 초월하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이 막을 내릴지, 아니면 존재초월까지 이를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수순은 필연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서 존재초월이란 인간이 스스로의 종적 틀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궁극적 초월 대상은 바로 생명이다. 영원한 삶.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끊임없는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도달하지 못한 영원한 한숨…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고도화를 통해 우리는 인간종이란 틀 안에서는 결코 영원한 삶을 이룰 수 없음을 알게 된지도 모른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용어가 있다. 물리학에서는 일반적인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구글의 이사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The Singularity Is Near’(2005)에서 특이점을 AI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해지는 시점으로 소개했다. 또한 특이점에 이르면 인간 뇌의 생각을 생성하는 신피질(neocortex)에 고도의 칩을 넣어 컴퓨터 및 클라우드와 연결하여 인간 뇌 용량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업혁명의 역사는 이러한 특이점 달성을 목표로 움직이는 화살의 궤적과도 같아 보인다.

챗GPT는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피노키오의 모험, 한 인형의 이야기’(1883)를 생각나게 한다. 목수인 제페토가 ‘말하는 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인형 피노키오. 사람의 형상과 말은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나무인형인 피노키오. 인간이 되기를 원했고 결국 인간이 된 피노키오. 과학기술이 요정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금 ‘말하는 나무’를 만나고 있으며, 멀지 않아 나무인형 피노키오를 만나게 될 것이다. 시간이 더 흘러 피노키오가 우리가 될지, 아니면 우리가 피노키오가 될지, 아니면 혼재한 결과로 나타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지금 존재화된 기계를 향한 첫 페이지를 살고 있다.

이영두

잠들어 있는 질문을 깨우기 위해 여행 중인 시골 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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