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코드로의 통합세계와 기술의 도구화된 인간] ① 새로운 기계(Machine)의 시대

데이터 저장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형성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아로 살고 있는가? 가상 세계를 이루는 새로운 기계기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책을 몇백 몇천 권씩 언제나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우리 조상들은 책을 수레 등에 싣고 옮겨다녀야 했었는데 이것과 비교해 보면 이러한 변화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떤 기술문명 위를 걷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러한 초소형 초경량 데이터 저장능력은 전기전자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에 힘입은 결과이다. 기하급수적 발전이라 함은 하나의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Moore)의 법칙을 표현한 것이다. 하드웨어 집적기술이 엄청난 규모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가 그에 비례하여 엄청나게 확장된 것이다. 데이터 저장 공간의 확장은 기존에 저장할 수 없어서 버려지거나 또는 일정 구간을 평균화시켜 저장하였던 센서 데이터들을 저장·활용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초기 센서 데이터들은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공장, 공공장소 등에서 산출된 것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각 개인으로부터 산출되는 데이터를 포함한다. 데이터 저장능력의 폭발적 발전은 21세기를 데이터의 시대로 만들었다.

실물과 동일한 시각성에 도달한 가상 세계

인터넷을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인터넷을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지금은 전세계 모든 컴퓨터를 연결하고 있는 인터넷(Internet)은 초기에는 미국 국방부의 핵시스템 보호를 위한 분산서버들을 연결할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알파넷(ARPANET)이다. 여러 컴퓨터들이 손쉽게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알파넷은 미국 대학들에 큰 관심을 받으며 민간용으로 개방, 인터넷의 근간망으로 점차 발전하게 되었다. 컴퓨터라는 기계 간의 연결이 구축되자 이를 기반으로 문서, 소리, 영상 등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신속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탄생이다. 컴퓨터들의 물리적 연결 위에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주고 받는 방식의 결합이 종국에는 인터넷이라는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컴퓨터들의 연결망을 네트워크(Network)라고 하는데 본 칼럼에서는 네트워크를 물리망으로 한정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네트워크의 발전은 단순히 보면 유무선의 연결성과 데이터 전송속도의 발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초기 유선통신 기반의 네트워크에서 무선통신기술이 포함되면서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성의 자유도가 높아졌고, 유무선통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데이터 전송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인터넷을 통해 영화 한편을 다운받는 데 2000년에는 36시간 걸리던 것이 지금은 5분 정도면 다운받을 수 있다. 초당 전송속도, 곧 전송용량의 증가는 실시간 서비스를 실현시켜 기계간의 연결성도 실시간 연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데이터 저장 용량의 폭증과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실시간 연동성의 결합은 분산되어 있던 수많은 거대 데이터(Big data)를 마치 단일의 데이터인 것처럼 경험케하는 클라우드(Cloud)로 바꾸었으며, 이를 통해 인류는 현실 변형의 지연을 극복하고자 한다. 현실 변형의 지연이라 함은 현실 세계의 물리 공간이 가지는 법칙성과 반응성이 변화에 있어 그 속도가 한계를 가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금이 겨울인데 여름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절이 여름인 나라로 바캉스를 가든지, 아니면 여름을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사우나, 온풍 시스템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여름을 느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총체적 의미에서 이는 여름이 아니다. 즉, 계절을 즉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극복의 접근법은 가상(Virtual) 세계이다. 최근 폭풍과 같은 관심과 투자가 이어졌던 메타버스(Metaverse)가 가상 세계의 좋은 예이다.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된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단순히 하나의 통합된 가상 세계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형태의 다른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상이 닿는 모든 것을 경험케 한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아바타가 PC게임의 캐릭터 같은 만화적 형태이나 머지않아 실물과 동일한 시각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를 AI 아이돌 등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자아, 새로운 기계

아이돌 그룹 슈퍼카이드(SUPERKIND). 이중 누가 AI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아이돌일까?! 사진출처 : 나무위키
아이돌 그룹 슈퍼카이드(SUPERKIND). 이중 누가 AI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아이돌일까?!
사진출처 : 나무위키

현실 변형의 지연에 대한 극복으로서 메타버스 등의 가상 세계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대면’이 불가능해진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교육적 경제활동적 도구로 처음에는 활용되었으나 10대를 중심으로 자기현실 극복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현실에서는 신체적 조건 등으로 왕따이지만 메타버스의 세계에서는 인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새로운 자아로 살길 바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7)에서 가상세계 오아시스에 접속하여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로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의 보조적 가치로 활용을 상정했던 가상이 주객전도 되어 가상을 보조하기 위한 현실로 탈바꿈되어 가는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이러한 경향의 종국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영화 매트릭스(1999)의 세계는 아닐까?!

가상 세계는 데이터 저장 기술과 네트워크 실시간 연동기술이 만들어낸, 디지털 입자로 구성된 세계다. 그 기저에 전기전자기술이 있기에 다른 표현으로 전자화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전자화된 세계는 기계를 기반으로 존립됨으로 궁극적으로는 기계로 수렴됨 세계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기계(Machine)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기계기술을 만들었으나 기계기술이 가진 경제적 생산성과 일상의 편리성 그리고 인간 욕망분출의 용이성이 점차 인간을 기계화시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기계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오늘도 검색과 뉴스들을 따라가고 있는가?!

이영두

잠들어 있는 질문을 깨우기 위해 여행 중인 시골 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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