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共有), 그 상상력의 한계를 허물자 – 『피지털 커먼즈』를 읽고

우리가 만든 콘텐츠뿐 아니라 감정, 정서, 생체 리듬까지 데이터로 만들어지는 데이터 세상에서 데이터 권력을 독과점하면서 공개하지 않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인클로저 대항하여 이들 데이터가 공동자산화되고 호혜의 문화로, 서로 공생하는 실천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는 분께 소개받은 『피지털 커먼즈』라는 이 책은, 처음에는 제목이 낯설고 어려워서 손이 가지 않았다. 익숙지 않은 단어들과 앞부분에 어려웠던 내용이 뒤로 읽어내려가면서 이해되고 공감이 가는 책이었기에,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새로운 지식을 배움으로써 데이터사회와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

이광석 저, 『피지털 커먼즈』(갈무리, 2021년)
이광석 저, 『피지털 커먼즈』(갈무리, 2021년)

먼저 손이 가지 않게 했던 책의 제목부터 이야기해본다. 피지털은 피지컬(물질)과 디지털(비물질)의 합성어로 물질과 비물질의 혼합현실이다. 디지털 세계의 기술 논리가 물질계의 지형과 배치를 좌우하는 새로운 데이터 사회 현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피지털계에서는 비물질의 논리가 물질에 대해 우위에 선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배달 앱 알고리즘이 치킨 가게 점주와 배달 라이더의 운명을 좌우하고, 주문 앱의 맛집 평점과 사무실 공유 앱이 지역 부동산 가치의 등락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커먼즈라는 영어 단어는 공유, 공통적인 것, 공통장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추구하는 공유는 公有(pubilc)가 아닌 共有(commons)다. 커먼즈 즉 공유(共有)는 사유(私有)와 공유(公有)를 넘어 시민들 스스로 유무형의 자원을 함께 생산, 관리하는 협력의 관계이자 공동 소유권에 기초한 ‘반-인클로저’의 실천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즉 플랫폼 기업, 기술 질서를 비판적으로 이해하여 유무형의 데이터가 독점화 사유화되지 않고 공통적인 것을 추구하는, 기술과 생태에 대한 대안이자 희망을 논의하는 제목이다.

물질적인 데이터뿐 아니라 비물질의 데이터들이 모여 데이터 사회가 만들어지고, 이 데이터를 독과점하는 플랫폼 기업이 생기고, 이러한 플랫폼 자본주의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발적으로 즐기고 생성했던 수많은 데이터는 우리의 것이 아닌 플랫폼 기업의 소유가 되고, 또한 무형의 공동 지적 자원들까지 지적재산권이라는 명목으로 소수의 플랫폼 회사에게 집중되고 사유화되는 디지털 인클로저 확장을 경고하고 도시 커먼즈, 문화 커먼즈, 생태 커먼즈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교통상황, 카드내역, 인터넷 검색 정보 등의 다양한 데이터들이 수집되고 그것을 이용해서 좀더 개별화된 정보들을 개개인에게 서비스함으로써 소비자를 유혹하는 사회라는 것은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덩어리져있는 나의 지식을 구체화해 준다. 우리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플랫폼에서 매일 일상을 찍어 올리고, 퍼 나르고, 쓰고 누르는 반응들, 우리는 세상과 공유하고 소통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우리의 사용가치가 되지 않고 각자의 데이터로 귀속되지 않고 플랫폼 자본에 의해 독과점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감정, 정서, 생체 데이터까지 알고리즘으로 관리되는 데이터 사회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데이터 기술 장치의 핵심을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보통 스마트폰 앱에서 이를 이용한다. 대부분 플랫폼 서비스(메일, 뉴스 콘텐츠, 검색)를 우리는 무료로 이용하고, 유무형 자원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입점업체는 거래가 발생하면 플랫폼 중개 수수료를 낸다.

나는 무료로 이용하는 이러한 플랫폼 서비스에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까지 가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숨은 그들의 이윤추구와 광고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면서, 너무나 노골적인 광고들을 통해 속았다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내가 무지했던 것이지만, 나에게서 가져가는 우리에게서 가져가는 유무형의 공통의 사회 재산인 데이터가 플랫폼 기업의 사유재산화되어, 사회에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의 데이터에서 소외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또한 이러한 사실에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는 사실에 플랫폼 자본주의에 세뇌되어 나의 권리를 찾지 못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블랙박스와 같은 알고리즘 속에 플랫폼 회사의 상업적 가치관이 들어있고, 우리도 모르게 자동화된 인공지능에 의지해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저항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카피레프트라는 개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서 사회에게서 수집한 데이터는 ‘공동의 것(the commons 커먼즈)이 되거나 시민 자산화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는 생체-정보기계인 단말기가 되어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인 닷컴 기업의 빅데이터로 사유화된다고 한다. 내가 자유로이 네트워크 세상에서 누린 활동들과 내 손목의 스마트워치는 소통과 도움이 되는 정보로 잘 쓰고 있기에 그 데이터를 가지고 누군가가 권력을 갖는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의 표현처럼 우리는 꿀벌통을 마련해준 플랫폼 기업을 위해 열심히 자발적으로 벌통을 채우고 있는 일벌의 역할을 하는, 꿀의 소유에 대해 알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데이터의 일반 지성을 사회 공통의 자산으로 만들고 상호 증여가 가능한 공통재로 만들자. 
사진출처 : geralt
데이터의 일반 지성을 사회 공통의 자산으로 만들고 상호 증여가 가능한 공통재로 만들자.
사진출처 : geralt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들의 데이터의 기술권력의 탄생 그리고 데이터의 일반 지성을 사회 공통의 자산으로 만들고 상호 증여가 가능한 공통재로 만들자는 것이다.

플랫폼은 역사적으로 호혜의 유무형 비자본주의 커먼즈 자원조차 무차별적으로 시장 교환의 논리로 흡수한다. 예를 들어 상호부조, 품앗이 전통, 아는 친구와 이웃 간의 숙박 공유, 하숙이나 공동 주거의 마을 공동체 문화 등을 각족 상업용 앱으로 만들어 커먼즈 자원을 사유화한다고 한다.

그 대안으로 플랫폼 협동조합을 이야기한다. 전통적인 협동조합에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을 소통 과정에 반영한 플랫폼 협동조합에서는 중간에서 불로소득을 취하던 중개인 역할이 사라진다. 그래서 조합원 공동 소유를 통합 이윤의 재분배, 의사 결정의 민주적 거버넌스 체제와 책임, 알고리즘 업무의 투명성,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연대 가능성 등 호혜의 노동 문화에 기초하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플랫폼 협동조합이 내부 회원의 이익을 위해서만 작동하거나 자원 구축 노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점들이 있다는 비판을 하며, 개방형 협력주의를 강조하며 관계-사회적 설계로서의 커먼즈를 이야기한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주는 편리함과 다양한 정보에 익히 젖어 있어서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데이터들로 사업을 하는 것은 블루오션이라며, 상업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하는 의무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무상으로 취했다면 그에 해당하는 사회적인 가치를 생각하고, 공유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고,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혼자 자문자답해 보았다. 또한 너무나 이상적인 정답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또한 들었지만,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것은 계속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로 제시한 거라, 바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 책이 쓰여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플랫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인간의 대중지성과 사회논쟁의 과정 등까지도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만들고, 개별적인 생태정보, 생각, 감정, 창의적인 컨텐츠의 데이터 주권이 이용자에게서 박탈되는 데이터 소외와 침해와 이들이 핵심 알고리즘의 공개를 회피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물리적인 실물 가치, 인간의 심리적 속성까지도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고, 플랫폼 노동이 노동자를 개별 사업자, 프리랜서화시킴으로써 플랫폼 기업은 수수료만 챙기고 고용 책임을 회피하는 고용악화를 부채질하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전통적 ‘노동자성’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개인 사업자는 법적으로 고용 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플랫폼 노동 과정 중 발생하는 모든 위험을 스스로 떠안고, 노동권 관련 쟁점도 노동자 자신에게 외주화되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이들은 위치하게 되는데, 이는 정말 심각하지만,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공유도시 서울’ 정책에 대해서는 의도는 좋았지만 커먼즈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가 부족했고,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한계에 대해 말하며, 도시 커먼즈가 가져야 할 시민 주도형 상호 호혜나 공생의 가치나 도시 자원의 공동 생산을 위한 사례 발굴이나 지원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한자어 共有에 적합한 영어는 ‘셰어링’이 아니라 ‘커먼즈’라고 이야기하며 공유경제에서 쓰인 공유라는 말은 커먼즈를 뜻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셰어링(중개)을 의미한다고 단어의 번역에 문제가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공유경제에서 착안한 공유도시가 아닌 시민 호혜의 ‘커먼즈 도시’ 정책으로 나아가자고 한다. 이제까지 나 또한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주장하는 공유의 개념과 시민 호혜의 공유 개념을 혼동했는데 명확히 정리하게 되었다.

이제는 카피레프트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카피라이트는 지식과 창작의 산물을 근본적으로 사적 재산으로 바라보며 창작자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도 저자에게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까지 내가 배웠던 것이고,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와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카피레프트는 저자 고유의 창의적인 작업 결과보다는 인류가 공통으로 이뤄낸 창제작 결과물이 개인의 창작 활동에 미치는 외부효과를 더 강조한다. 즉 인간은 스스로의 창의력보다는 공통의 창의적 자원에서 더 많은 자극과 혜택을 입고 있기에 어떤 작업이 독창적이라는 말은 허구나 독선으로 본다. 오히려 인간 지식과 창작 대부분은 인류 공통의 상호 영감의 소산이자 유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정말 개인적으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 만든 창작물은 결국 유무형의 역사, 그 공통 자원을 패러디, 복제, 모방, 콜라주한 것에 자신만의 해석과 창의적인 생각이 들어간 것이라는 말이다. 내게는 인류 창의력의 원천인 ‘문화 커먼즈’에 대한 개념이 없었나 보다.

이 책에서 다룬 피지털 커먼스에서 도시 커먼즈, 문화 커먼즈, 생태 커먼스까지 시민 다중이 만들어가는 공동자산화, 공생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미래를 고민해 가고 실천해나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나도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물루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며,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