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학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기

지난해 11월 24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이 발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각론 연구 및 교과 교육과정의 구성과 설계 과정이 뒤이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자료로, 2018년 OECD에서 발간한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OECD 2030 학습나침반’을 살펴보고, 학생의 삶과 학습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짚어본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과정은 ‘무엇을 가르칠/배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미래교육의 설계도를 짜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총 열 번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일곱 번째 개정까지는 1차, 2차, … 7차 개정 교육과정으로 부르다가 여덟 번째부터는 교육과정이 고시된 해의 연도를 붙이고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현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모든 유・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4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이 발표되었다. 열한 번째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서는 4가지 개정 중점과 4가지 주요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개정 중점으로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 학습자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 지역・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및 책임교육 구현,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추진 과제로는 [표 1]과 같이 미래 대응을 위한 교육과정, 학교 현장의 자율적인 혁신 지원, 학습자 맞춤형 교육 강화, 교육환경 변화 대응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주요 추진 과제. 출처 :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
2022 개정 교육과정 주요 추진 과제. 출처 :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

현재는 각론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각론 연구에서는 학교급별 교육과정과 교과 교육과정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다루는데,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교과 교육과정이다. 총론상의 교육적 의도와 취지가 교과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과 교육과정의 구성과 설계는 매우 중요하다. 교과마다 고유의 사고 과정, 도구, 의미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교과에 대한 학문적 이해가 깊을수록 문제해결의 질적 수준도 높아진다. 그러나 모든 교과가 자신만의 특색을 강조하다 보면 총론의 방향성이 흐트러질 수 있고 교육과정 과부하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초・중등교육의 목적에 맞추어 총론과 각론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교육기본법을 보면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다운 삶의 영위, 민주국가의 발전,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이 우리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매우 포괄적이고 아름다운 목적이지만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으며, 교육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쉽게 말해 학습자의 주도성과 교육의 자율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총론과 각론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학생의 삶과 학습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 가지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소개한다.

OECD 2030 학습나침반

지난 2018년 OECD에서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모든 학습자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개인과 공동체, 지구의 웰빙(Well-being)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말한다.1 이 보고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2030년과 그 이후의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포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교육이라는 것을 학생이 나침반을 들고 동료, 교사, 공동체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웰빙 2030’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처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평이한 그림으로 표현하면서도 각 국가별로 상황에 맞게 세부사항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 특징이다.

OECD 2030 학습나침반. 출처 :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번역 자료 : 서울시 교육청 발간 서울교육중기발전계획위원회 보고서: 서울미래교육 2030)
OECD 2030 학습나침반. 출처 :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번역 자료 : 서울시 교육청 발간 서울교육중기발전계획위원회 보고서: 서울미래교육 2030)

‘학생의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이란 세계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 사람들과 사건,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책임감을 스스로 의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참여’는 학습의 사회역동적 차원과 관련이 있다. 즉, 지식이 생산되는 집단적 과정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역동성 속에 참여함으로써 그 안에서 개인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의식’은 학습의 문화적 차원과 관련이 있다. 특히 사람들의 기존 행동 패턴 속에 스며 있는 특권화와 편파성을 담지한 문화적 차원을 간파하는 일은 학습의 중요한 과정이 된다.

그렇다면 학생은 행위주체성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교육은 지름길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나침반을 손에 쥐여주는 것이다. 이제 나침반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자.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역량을 중심으로 핵심기초, 변혁적 역량, 예측–행동-성찰 주기가 순서대로 감싸고 있는 구조다.

① 역량(Competencies)


먼저 역량을 살펴보자. 역량은 지식-기술-가치-태도로 구성된다. 먼저 지식은 교과(학문)적 지식, 범교과(간학문)적 지식, 인식론적 지식, 절차적 지식의 네 가지로 이루어진다. 기술(skills)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수행하고 개인의 지식을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비판적 사고, 창조적 사고, 학습 및 자기 조절과 같은) 인지적-메타인지적 기술, (공감, 자기 효능 및 협업과 같은) 사회적-정서적 기술 그리고 신체적-실용적 기술의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지식과 기술은 (동기부여, 신뢰, 다양성 및 미덕에 대한 존중과 같은) 태도와 가치에 의해 조정된다. 태도와 가치는 개인, 지역, 사회 및 글로벌 수준 모두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다른 문화적 관점과 성격 특성에서 발생하는 가치와 태도의 다양성에 의해 풍요로워 지지만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나 환경의 보호 등과 같이 타협할 수 없는 가치도 존재한다.

② 핵심기초(Core Foundations)


핵심기초는 우리나라로 치면 기초학력과 기초소양을 합쳐놓은 개념이다. 전통적인 문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 외에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건강 리터러시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건강이 핵심기초의 중요한 요소로 포함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제아동권리기구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수행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도 한국 어린이들 삶의 질은 35개국 중 31위에 그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2021년 말 한국방정환재단이 공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가 22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국내 5~14세 우울증 환자는 2020년 기준 9621명으로 불과 3년 만에 49.8% 급증했다(2017년 기준 6421명). 아동을 상대로 하는 범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례는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의 범죄 피의자 역시 2018년 1143명에서 2020년 2851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OECD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핵심기초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③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


기후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도전에 직면하여 학생은 개인적, 사회적, 환경적 웰빙과 지속가능성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교육은 나와 공동체와 세계를 변혁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이를 변혁적 역량이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가치 창출(creating new value), 갈등과 딜레마 조정(reconciling tensions and dilemmas), 책임의식(taking responsibility)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새로운 가치 창출’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현재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다른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갈등과 딜레마 조정’은 모순되거나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논리・입장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행동의 결과를 단・장기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책임의식’은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경험과 교육, 개인적・윤리적・사회적 목표에 비추어 성찰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④ 예측–행동-성찰 주기(Anticipation-Action-Reflection Cycle)
변혁적 역량은 본질적으로 발달적이다. 따라서 성찰, 예측 및 행동의 순차적인 과정을 통해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성찰은 알려져 있거나 가정된 것에서 한발 물러서서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봄으로써 결정하고, 선택하고, 행동할 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능력이다. 예측은 분석적 또는 비판적 사고와 같은 인지적 기술을 동원하여 미래에 무엇이 필요할지 그리고 현재의 조치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이다. 성찰과 예측은 모두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한 선행요인(precursors)이다.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하여

이처럼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학생의 삶과 학습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 대한민국 정부가 참여하는 방식, 구체적으로는 교육부와 산하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투명성, 개방성, 접근성 모두 매우 취약하며 이런 이유로 인해 2018년에 등장한 OECD 2030 학습나침반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교육 현장에는 널리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OECD가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의 ‘경제협력개발기구’라는 점을 들어 ‘OECD 교육 2030’이나 ‘OECD 2030 학습나침반’을 평가절하하는 흐름도 있다. 교육이 경제발전을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가 OECD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적인 거버넌스의 의제가 될 때 그러한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 역시 교육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사람들의 공동의 산출물이다. 그래서 나는 ‘OECD 2030 학습나침반’보다 더 나은 학습 프레임이 제안될 때까지 이것을 잠정적으로 채택하고자 한다. 비판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교육은 중단없이 계속되어야 하므로.

역량 함양을 위한 교과 교육의 강조점. 출처 :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
역량 함양을 위한 교과 교육의 강조점. 출처 :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서는 학생들의 역량 함양을 위해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이란 학습자가 학습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 확장, 실천할 수 있도록 소수의 핵심 내용을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교과 교육 내용은 사실, 개념, 일반화/원리, 아이디어의 관계성을 포함하여 구조를 드러내어야 하며 학습자가 교과 고유의 탐구 과정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교과 관련 가치 및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교과 간 연계와 통합,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 학습과정에 대한 성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과 간 연계와 통합’은 학습자가 여러 교과의 지식과 기능을 서로 관련지어 습득하고 이를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교과 내 영역과 여러 교과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학생이 교과의 내용을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생각해보고, 여러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연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 혹은 실제적 학습(authentic learning)은 맥락 속에서 교과의 핵심 내용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맥락 속에서 지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학습의 결과는 학생 자신뿐 아니라 학교 밖, 다른 이에게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이란 새로운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학습한 것을 적용하면서 언제, 어떻게, 왜 이 지식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과 관련된다. 이를 위한 교과 교육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주기적으로 예측-행동-성찰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앎과 함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과정

마지막으로 두 편의 글(의 일부)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문 1.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중략) 보고서를 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11~20년 지구 평균온도는 1.09도까지 올랐다. (중략) 보고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40년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기간을 평균하면 1.5도 도달 시점은 2030년대 중후반이 될 전망이다. 앞서 2018년 아이피시시가 내놓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1.5도 도달 시점을 2030∼52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시간이 10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이근영, 『한겨레』 2022-05-10 “5년 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온도 1.5도 상승 확률 50%”

지문 2. AI의 핵심가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학습용 데이터이다. 학습용 데이터는 결국 사람들의 생각이고 가장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가진 자들은 이용자가 수십억명을 넘는 플랫폼업체들이다. 독점의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 학습용 데이터는 대부분 익명화되어 기계학습에 투입되기 때문에(얼굴인식용 데이터 제외) 어차피 개보법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도리어 개보법이 오작동하면 ‘잊혀질 권리’처럼 그 규범준수의 자원을 가지고 감독도 받지 않는 기존 플랫폼들의 독점을 강화하기도 한다. 우리 사법부도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실질적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아 판사들만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개인정보이동성이 해답인데, 우리 ‘마이데이터’ 사업은 허가제와 강제성이 더해지며 도리어 독점을 강화하고 있다.

박경신, 『경향신문』 2022-06-20 AI에 대한 두려움들과 해법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두 가지 중대한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기후 특이점(climate singularity)’ 문제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두 번째는 ‘기술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문제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전자의 경우, 탄소경제에 기반한 산업문명에서 탈탄소와 탈성장이 결합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머신러닝과 자기조직하는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진부한(trivial) 기계-진부하지 않은(non-trivial) 기계’의 구별 그리고 ‘휴먼-트랜스휴먼-포스트휴먼’이라는 관계에 내포된 “인간 강화와 인간 잉여의 패러독스(김진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다뤄져야 할 질문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근본적인 질문 두 가지를 꼽아본 것이다. 생태적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할까? 위의 두 지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식들과 개념들이 깊이 있는 학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단순히 글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앎을 함과 삶으로 전이시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위기의 시간은 전환의 시간이자 질문의 시간이다. 수만은 질문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위의 질문들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설익었던 것들이다. 질문이 생성되는 순간 고민은 시작된다. 삶이 그렇듯 질문도 하나의 교과 안에 얌전히 있을 리 없다.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성립하지 않았던 질문이 새 교육과정에서는 핵심적인 질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작업은 질문들을 새롭게 정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모든 교육과정은 문서화 되는 순간 낡은 것이 되어 버린다. 참된 교육과정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


  1. “We are committed to helping every learner develop as a whole person, fulfil his or her potential and help shape a shared future built on the well-being of individuals, communities and the planet.”

윤상혁

곁에 충실해야 할 텐데 속이 깊지 못해 자꾸 겉에 휘둘린다.
잘 듣고 오래 기억하고 찬찬히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언제나 자기소개는 낯설고 어색하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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