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정말 게으른가 –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를 읽고

왜 우리가 조금은 불편해져야 한다고 말할까? 저자는 불량 기업에 대해서만 불매운동을 할 게 아니라 정형화된 과잉 친절을 직원에게 강요하는 기업도 또한 거부해야 하고, 따라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소비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객도 기업도 노동자의 영혼을 요구할 권리도, 파괴할 권리도 없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점점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하여 노동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노동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이상헌의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이다. 저자는 스위스의 제네바에 있는 국제 노동 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ILO)의 사무차장 정책특보로 근무하고 있다. ILO는 각국의 노동 입법 수준을 발전·향상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생활 수준을 보장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하며, 국제적인 계절 노동자 보호와 함께 노조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경제정책 결정에서 노동자를 고려하도록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1969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얼마 전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ILO의 사무총장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국제 노동 기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체가 되었다.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이상헌 저 (2015, 생각의 힘)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이상헌 저 (2015, 생각의 힘)

저자는 왜 우리가 조금은 불편해져야 한다고 말할까? 저자는 불량 기업에 대해서만 불매운동을 할 게 아니라 정형화된 과잉 친절을 직원에게 강요하는 기업도 또한 거부해야 하고, 따라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고객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소비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객과 기업, 누구도 노동자의 영혼을 요구할 권리도, 파괴할 권리도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존중하지 않은 노동은 고객도 존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요즘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등을 접하다 보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우리의 모습은 초라하기 이를 데가 없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는 많은 편견이 만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상급은 ‘노동자는 게으르다’라는 편견이다. 이러한 편견은 힘이 세어서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표준 작업량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고임금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한다.

언젠가 노동자들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다는 회사 방침의 보도를 들은 적이 있다. 노동자가 화장실 사용을 자주 함으로써 노동의 능률이 저하된다는 기업 측의 주장에서 우리는 화장실 통제의 핵심은 ‘화장실’이 아니라 ‘통제’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회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가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연간 900여 명의 노동자가 업무상 사고로 사망할 정도로 노동환경이 열악한 나라다. 과연 우리의 노동에 대한 생각이 얼마만큼 뒤처져 있는 가는 스위스와 비교하면 극명하게 알 수가 있다고 한다. 스위스는 임금 상한제를 도입하고자 활발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2009년 연방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매점(편의점)의 24시간 영업은 불법이라고 판결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24시간 영업을 통해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게 실상이다. 우리는 소비자이면서도 노동자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노동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한다. by freepik
우리의 노동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한다.
사진 출처 : freepik

이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 불평등은 점점 커져만 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저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분배와 고용에 개입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분배와 고용에 실패한다면 결국에는 자본주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경제학자인 고 김수행 교수는 『자본론 공부』에서 “현재의 실업자는 ‘자본주의 사회 그 자체’가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보다 오직 자본가들의 이윤 획득 또는 자본의 가치 증식을 위해 봉사하고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취업 희망자들에게 ‘도서관에 앉아 스펙을 쌓기보다는 일자리를 달라고 정부에게 시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실업자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공권력을 가진 국가가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었다. 이제는 국가 개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노동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한다고 본다. 일해도 빈곤해질 수 있는 사회에서는, 시민들에게 여하한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소득 안정성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현금을 벌어오지 않지만, 사회적 가치가 큰 활동도 ‘일’로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보조해줘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에 과연 얼마나 우리 사회는 변화할 수 있을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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