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후위기는 여태 해결이 안 되고 있는가 -CCC의 비밀을 찾아서] ⑤ – 지구를 구하기 위한 행동 지침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와 전략

기후위기 해결, 너무 거대하고 막막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이야기(신화)만 바꿀 수 있다면 가능하다. 거대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협력해야 하는데, 공통의 이야기는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야기는 감정뇌를 건드려 사람들을 행동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선택설계(보이지 않는 설계)를 바꾸어 성장신화를 벗어나 우리가 꿈꾸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세상을 바꾸는 공통의 이야기,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의 힘

시릴 디옹 저,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갈라파고스, 2019)
시릴 디옹 저,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갈라파고스, 2019)

왜 사람들은 기후위기라는 이 엄청난 지구의 위기 앞에 반응하지 않을까?

‘기후위기 해결’, 너무 거대하고 막막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이야기(신화)만 바꿀 수 있다면 가능하다. ‘시릴 디옹’의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에서 바로 이 부분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그 이야기에 대해, 그리고 이야기를 바꿔낼 구체적인 전략들, 특히 그 전략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도시에서의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저자의 주장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메타 네러티브, 즉 거대 서사(큰 이야기)를 바꾸는 것에 대한 것이다.

(1) 협력을 만드는 이야기의 중요성

기후위기 해결은 성장주의로 세워진 인류문명의 근본적 시스템 변화로만 가능하다.

인류를 억압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이런 “시스템을 무너뜨리거나 변화시키려면 수백만 명의 사람이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배우며, 믿음을 만들어내고, 우리의 사고와 꿈, 희망과 두려움에 형태를 부여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일련의 이야기와 믿음이 있었기에 사회는 공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단결할 수 있었습니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하라리도 인간이 다른 생물종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공통의 이야기를 공유하여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상상과 이야기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좋은 연료다.” 저자 시릴 디옹은 오랜 기간 환경운동가로 활동한 후에야 “수백만 명이 우리 운동에 동참하길 바란다면, 그들에게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말해줘야 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기후운동은 워낙 모든 분야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여느 이슈와도 같지 않은데, 그렇기 때문에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매우 광범위한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사회운동 절정기에 인구 3.5%의 사람들이 참여한 사회운동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에리카 체노웨스(미국 덴버대 정치학 교수)의 이론처럼, 적어도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운동이 되려면 정치권을 압박하는 운동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운동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우리가 가는 지점이 어디인지 말해주는 것은 너무 당연하면서도 정말 중요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은 아닐까.

(2) 뇌의 감정시스템은 이야기의 형태로 의미를 전달한다.

지난 글에서 이미 살펴보았지만, 시릴 디옹도 조지 마셜의 『기후변화의 심리학』의 내용, 특히 이성 뇌와 감정 뇌 부분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인용하고 있다. 다시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인류는 진화를 거치며 현실을 추상적 상징이나 숫자로 바꾸는 분석·논리시스템과, 현실을 이미지나 경험으로 바꾸는 감정시스템의 두 가지로 발전시켰다. 쉽게 말해 이성 뇌, 감정 뇌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언어의 경우 이성 뇌는 기술하고 정의하기 위해 언어가 사용되지만, 감정 뇌는 이야기의 형태로 의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된다. 이성 뇌는 분석하고 판단하지만, 실제로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감정 뇌이다. 따라서 감정 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감정 뇌는 이야기라는 수단을 통해서 이성 뇌가 접수한 정보에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위험을 피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감정 뇌이기 때문에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감정 뇌가 이성 뇌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즉 감정 뇌가 움직이도록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선택설계(보이지 않는 설계)

그런데 저자는 “이야기는 일련의 선택설계들로 나타난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설계’라고도 하는 선택설계는 “우리의 결정과 행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독점”하는데, 즉 선택설계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것, 또는 우리가 하기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을 결정하는 틀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허구(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성장의 종교’(성장주의)인데, 이 선택설계의 주요한 세 가지 요소는 ‘돈 벌기, 재미에 지배당한 삶, 법’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우리는 ‘성장’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선택설계를 바꾸어야 한다.

요약하면, 우리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은 ‘성장주의’라는 하나의 큰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우리 행동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선택설계라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그 선택설계 중 주요 요소는 ‘돈 벌기, 재미에 지배당한 삶, 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를 지배하는 큰 이야기를 바꾸어야 선택설계가 바뀌고, 이에 따라 우리의 행동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4) 선택설계를 바꿔낼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세 가지 큰 목표)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는 아래 세 가지 주제들이다. 파괴와 온난화를 멈추고, “붕괴되지 않고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며 적응하고 생존하는 능력”인 회복 탄력성을 만들며, “재생하고 회복하고 치유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1) 파괴와 온난화를 멈추다.
2) 회복 탄력성을 만들다.
3) 재생하다(지구와 우리의 경제 및 사회 모델)

두 번째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인 ‘도시’에 대한 것이다.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온실 기체의 70%가 도시에서 배출된다고 한다. 즉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도시의 변화가 필요하고, 도시의 역할과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도시의 변화가 필요하고, 도시의 역할과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 by Pexels, 출처  : https://pixabay.com/ko/photos/%eb%b3%b4%ed%96%89%ec%9e%90-%ed%9a%a1%eb%8b%a8-%ea%b5%90%ed%86%b5-%ea%b5%90%ec%b0%a8%eb%a1%9c-1853552/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도시의 변화가 필요하고, 도시의 역할과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
사진 출처 : Pexels

저자는 “도시가 국가보다 더 빠르게 변할 수 있고 문화적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허구(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즉 선택설계를 바꿔낼 새로운 이야기의 요소를 적용할 공간도 도시단위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여러 도시에서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2도 상승을 막기 위해 발족하여 현재 6대륙 35개국 175개 지자체가 가입한 ‘언더2’, 2030년까지 도시의 많은 구역을 ‘탄소 배출 제로’ 구역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운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C40)’에 속한 세계 대도시 시장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80~100% 감소시키고자 하는 ‘탄소 배출 제로 도시 연맹’의 수많은 회원 도시들.

뉴욕시와 뉴욕주는 2022년까지 50억 달러에 이르는 화석 에너지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고, 전 세계 880개 단체(행정 기관, 종교 및 자선단체, 대학, 문화 기구 등)가 화석 연료에 투자를 중지하고 60억 달러 이상을 환경친화적인 활동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희망적인 사실도 언급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러한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전 세계 도시들의 연합과 조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시들은 개별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치고 의견을 조율해서 집단행동을 조직하고 있는데, 일종의 초기 거버넌스 형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을 맺으며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만약 도시가 국가를 초월해서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각 도시가 정책적 자유는 누리면서도 공동의 큰 목표를 함께 추구하는 유연한 연합체를 이룬다면, 마비된 사회와 국가의 변화를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는 제도와 안전, 복지, 평등을 보장하고, 각 지자체는 사회 변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상상하는 것이 믿음이 가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필자는 여기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것 같았다. 사실 한국의 정치구조나 상황을 보면 정말 여기서 할 수 있는 뭐가 있을까 하는 답답함에 한숨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국가단위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이대로 기후위기에 손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건가’라고 낙담하기도 한다.

스르자 포포비치 저,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문학동네, 2016)
스르자 포포비치 저,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문학동네, 2016)

그런데 도시라면 그래도 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서울 같은 곳은 워낙 메가씨티라 왠만한 국가 수준의 규모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기와 변화에 가장 민감한 도시라는 측면에서는 그래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서울은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C40)’ 등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저자 시릴 디옹은, 이를 실제로 실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20세기 초 유고슬라비아에서 독재자를 몰아내는 데 성공한 ‘오트포르’의 일원이자, 새로 구성된 세르비아 국회에서 4년 동안 의원을 지낸 인물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이란 저서를 통해 9개 원칙으로 구성된 방법론을 제시한 ‘스르자 포포비치(Srdja Popovic)’의 전략을 자세히 소개한다. 여기서는 목차 정도만 소개하니 책을 통해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 대중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포비치의 9단계〉

  1. 크게 보면서 작게 시작하라.
  2.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내일을 위한 비전’을 가져라.
  3. 권력의 기반이 무엇인지 밝혀라.
    1. 경제 및 금융의 축
    2. 소통과 이야기의 축
    3. 억압
  4. 유머를 이용하라.
  5. 억압을 역이용하라.
  6. 운동에 참여하는 여러 흐름들 사이에 통일성을 유지하라
    – 좋은 운동은 평소에 잘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운동이다
  7. 주어진 목표에 이를 때까지 단계별로 자세한 전략을 세운다
    – 큰 승리는 작은 승리의 연속이다
  8. 비폭력을 선택하라.
  9. 시작한 것의 끝을 보라.

이 전략을 소개하며, 저자는 “어떤 싸움에서든 승리는 결국 가장 조직력 있는 자가 가져갑니다라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전략들에서도 결국 대중을 조직하고, 행동을 조직하고, 협력을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듯이, “조직력이 강한 소수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수백만 명을 지배할 수 있었고, 수백 년 동안 세상은 그렇게 굴러갔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도 이제 바꿔낼 수 있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네트워크를 조직할 수 있고, 사회, 정치, 경제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의 혁명을 시작할 때가 아닐까.

* 이 글은 필자가 공동 제작(기획 및 스크립트 작성)한 ‘기후도시’ 영상 시리즈 중 “기후도시8: 수천만 명을 움직일 기후도시의 전략(기후도시 연합)”이란 영상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영상 링크: https://youtu.be/qThx17byPtc

[참고 도서]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시릴 디옹, 갈라파고스
『기후변화의 심리학』, 조지 마셜, 갈마바람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 문학동네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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