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0호 특집] 편집위pick #사물

뉴스레터 200호를 맞이하여 웹진 《생태적지혜》가 그간 다뤄온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된 글들을 모아서 다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위가 Pick한 첫 번째 키워드는 #사물입니다. 사물은 단순한 배경이나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감각, 노동과 정치, 예술과 생태를 함께 구성하는 존재입니다. 사물과 맺는 관계를 다시 묻는 것은, 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시 사유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어진 삶에 젖어드는 사이 유형 혹은 무형의 자산이 자본주의에 식민화된다. 그러면 일반의 삶 자체가 하찮은 가십 기사에 크게 휘청일 만큼 비루해진다. 이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을 힘을 기르는 것이 예술하기이다. 예술하기의 대리자인 예술가는 인간성의 첨병이라는 자각을 하고 엄밀해야 한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통제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전시를 하는데 충분한 고려 없이 쓰이는 물질들과 이 물질들이 지속해서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다. 이제 작가적 시각에서 생각해보자. 미술 전시는 석고보드 한 장보다 좋은가? 그리고 석고보드 한 장은 더현대서울보다 좋은가?

전시는 물질이 넘치는 사회에서 이미 있는 것에 집중하는 식이어야 한다. 낭비의 폐허에서 명예를 얻는 것보단 점거하거나 구전하거나 보시(머뭄 없는 베풂)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비로소 예술가가 자조하며 부르는 현대미술이라는 강한 경계를 넘어 모두의 일상과 연결될 것이다.

– [쿵덩야일지] 미술 전시는 석고보드 한 장보다 좋은가 by 김이중 2024626


사소하지만 받아들이기 꺼려지는 이러한 불편함은 어떻게 극복이 될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 가기 위한 의지의 발현이나, 아니면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인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내가 포함된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함부로 인연을 맺지 않고,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생각하며, 인연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이러한 예의는 비단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애니미즘처럼 주변의 모든 것들에게 생명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믿는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너무 오래 전에 잃어버려서 있었는지조차 까마득한,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관계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사물에 대한 예의 by 노마드 2019425


오랜 시간 숲길을 산책하며 혼자서, 또 아이들과 즐거이 쓰레기를 주워놓곤 했다. 강가에 버려진 쓰레기는 물에 젖어 무겁기도 하고, 줍다 보면 양이 많아져서 우리는 우묵한 곳을 찾아 몰래 쓰레기를 모아놓곤 했다. 그때부터 쓰레기를 가지고 노는 연습을 시작했던 것 같다. 강 주변에는 낚시를 하고 남은 미끼쓰레기, 소풍 온 사람들의 돗자리나 숯과 불통, 숲 안에 은밀히 일구어놓은 텃밭 물건과 농약병, 버려진 옷과 신발과 밥통, 산책하며 먹고 흘린 사탕과 주스 껍데기, 플라스틱 컵이 많았다. 언젠가 손수레를 가져와야겠다고 한 다짐은 점점 뒤로 미뤄지면서 모아두었던 쓰레기 더미들은 결국 강으로, 바다로, 다른 세계로 휩쓸렸다

– ‘바다 빗질’ 첫 번째 이야기, “흔들리는 지구별 위에서 노래하자.” by 빗자 2023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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