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환 이후 사회적 경제의 수용력(포용력)에 대하여 – 자동차엔진산업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사회로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과제다. 이 과정에서 낙오될 수 있는 기존 갈색산업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스페인 몬드라곤의 사례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고찰해본다.

현대차 MZ세대도 강성 노조택했다…‘전기차 전환에 제동’, 머니투데이

– 현대차 노조 2년 만에 다시 ‘강성’으로 복귀, 한겨레

작년 12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안현호(56,울산공자 의장5부) 지부장이 선출되면서 주요언론사가 내보낸 기사 제목이다. ‘강성노조’라는 자극적인 멘트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무엇에 ‘강성’이라는 말인가. 투쟁을 잘하면 ‘강성’인가? 이런 자극적인 기사는 지금 당면하고 있는 산업전환에 따른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사회로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그 탈탄소사회로 이행하기 위해 전환해야 할 중요한 산업 중 한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다. 내연 기관 자동차 판매, 생산을 제한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고, 전기·수소 등 대체 에너지로 움직이는 ‘친환경’자동차로 급속히 산업이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했던 노동자가 한순간에 직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손쉽게 예측된다.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본의 힘이 거세게 밀려들어 온다면 노동자는 단결하여 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동자산업의 자본과 노동자 간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sition)은 에너지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재편 속에서 노동현장과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고, 보다 노동친화적인 대안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정의로운 전환 전략의 핵심은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고, 상호 이해와 연대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기업(자본),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전환의 문제해결에 앞서 강성 이미지인 노동조합과 자본의 대립구로로만 비춰지게 된다면 산업전환은 물론이고 정의로운 전환은 더욱 이루기 어렵게 될 것이다.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전 사회적인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교하게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가장 중요하게 노동자의 재배치를 위한 교육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엔진산업과 부품기업에 종사했던 노동자가 친환경산업으로 전직·재취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한 각각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직 재취업을 이행하는 동안의 실업부조를 기존의 실업급여를 뛰어넘는 형태의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일이 2~3개월 배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1년 혹은 2년의 호흡으로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이직을 위한 교육은 지역의 폴리텍 대학 등과 연계하여 과정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이 연결될 수 있도록 구직 프로그램이 함께 작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구직 프로그램이 단순히 직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설계되어 숙련된 노동자가 비숙련 노동자로 노동의 질과 임금수준이 떨어지게 된다면 이는 정의로운 전환이라 할 수 없다. 이 일은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에게 혹은 기업에게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아니 정부도 기업도 이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해결의 키는 노동조합이 쥐고 있다.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 그룹은 소속 기업이 경영 악화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노동자가 다른 근무지에서 근무할 수 있을 때까지 각종 복지를 제공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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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 그룹은 소속 기업이 경영 악화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노동자가 다른 근무지에서 근무할 수 있을 때까지 각종 복지를 제공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금속노동조합은 갈색산업과 녹색산업이 함께 섞여 있는 노동조합이다. (여기서 갈색산업은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산업, 녹색산업은 친환경 산업이라고 해두겠다.) 이 두 산업이 금속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만나있다. 앞서 이야기한 교육과 구직 프로그램을 노동조합이 이행하는 방안을 구상해 볼 수 있겠다. 정부의 예산과 대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매칭하여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하고 이를 통해 사업을 펼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교육과 구직프로그램에만 머무르지 않고 노동자복지를 위한 한 축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도화 할 수 있겠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스페인에 이미 존재한다.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 그룹은 소속 기업이 경영 악화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노동자가 다른 근무지에서 근무할 수 있을 때까지 각종 복지를 제공한다. 각종 보험, 월급의 80%를 지원받는다. 또한 이직에 필요한 교육은 그룹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폐업에 따른 채무나 비용은 노동인민금고기금을 통해 충당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사회적경제의 영역이라 볼 수 있는 사업이다. 이런 체계를 노동조합 내에 만드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노동공제라는 이름으로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이 주도하여 노동조합 공제를 통해서 노동자복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노동조합을 넘어 비정형,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등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여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복지, 기업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를 엮어 상상을 해보자면 전국금속노동조합에도 앞서 몬드라곤 같은 모델을 구축해볼 수 있다. 즉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는 노동자가 A라는 부품업체에서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또는 금속노조가 사회적 경제조직을 만들어 정의로운 전환의 체계를 만들 수도 있다.

자동차엔진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낙오되지 않고 사회에 다시 안착시킬 수 있는 수용력은 노동조합의 역량에 달려 있다. 또한 이 수용력을 강화시키는 힘은 노동조합을 사회연대의 파트너로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야 가능할 수 있다. 이직, 전직에 국한하여 이야기를 했지만 친환경, 탈탄소 사회를 위한 전환은 매우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전환과정에서 낙오될 수 있는 노동자를 사회적경제가 적극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틀을 빠르게 만들지 못한다면 산업전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노동자는 더 위축되고 낙오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정부도, 정치도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매우 걱정이 된다. 의식 있는 노동계, 사회적 경제, 시민사회 영역에서라도 먼저 틀을 만드는 일을 착수해야 할 것이다.

한영섭

좋은 삶을 위한 생활경제금융을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는 활동연구자입니다. 현재는 작은 1인 연구소와 노동공제연합 풀빵에서 공제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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