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 대한 단상- 형은 왜 경쟁자이면서도 친구인가?’

나는 이 문장 뒷부분을 ‘형은 왜 친구이면서도 경쟁자인가?’로 앞뒤를 바꾸고 싶다. 현재의 나에게는 그렇다.

단어의 뜻이 재미있다.

단상’- 1.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2. 생각을 끊음

형이라는 존재들에 대해 ‘단상1’을 하다보면 얼마 못가 ‘단상2’를 하고 싶어진다.

아… 나는 원래 형이 없었다. 형 같은 누나는 있었지만 누나는 누나여서 아마 친형을 둔 것과는 달랐을 터이다.

그리고 제멋대로 하는 것을 선호해서, 일을 하면서 만난 ‘형’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나도 그들이 싫었다! 아무래도 나에게 형들은 그런 이미지였나보다.

형이라는 존재들이 주변에 생기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 동아리에 들면서인데, 그때 ‘형’이라는 존재와의 이질적인 관계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내가 활동했던 것은 축구동아리였는데. 거기서 ‘형’들을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무언지 알 수 없었지만 아주 당연하고 그런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신기했던 그런 기억이 있다.

‘형’이라는 개념이 한국에서는 꽤 강력한 힘을 지닌다. 모르면 몰라도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바로 계급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계급장은 ‘형’과 인연을 끊기 전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형들은 상황에 관계없이 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돈이 없어도 밥을 사주어야 하고 몰라도 알아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없어도 줄 수 있어야 하며 본인의 말이 옳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동생은 동생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일단 표정은 가급적 입꼬리가 올라가야 하고 행동은 즉각적이어야 하며 말투는 명확하며 공손해야 한다.

맞고 틀리고는 나중 문제다.

이 역할 놀이가 나는 매우 부당하다 생각하였지만 어느새 누구보다 뛰어난 동생으로서 역할을 다하게 되고 말았다.

조금의 비약은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형 동생의 관계 속에 이러한 부분들은 강약의 차이는 있되 어디나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사회에서의 나는 또 조금은 다른 ‘형’과의 관계들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떠한 프로젝트 혹은 일들을 진행할 때 동생인 나는 형들이 주는 다양한 혜택을 누려 보았다. 모름지기 ‘형’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인지, 그들은 책임과 골치 아픈 일들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나는 비교적 편안하고 걱정 없이 일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는 매우 안락하고 든든함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신기하게도 그와 동시에 내 안에서 표현하기 힘든 반항 심리를 느끼는데 이 상반되는 감정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

내가 해야 하고 또는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형’의 배려인지 나의 회피인지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형’이라는 호칭은 큰 유대감 아래 존재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그의 등을 좇게 된다. ‘형’이기 때문에.

동시에 사람은 누구의 등 뒤가 아닌 스스로의 앞에 당당히 서고 싶은 본능 또한 갖고 있다.

친구이기도 하고 경쟁자이기도 한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 형들에 대해 단상2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