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철 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였어요.
별난공방에서 이런저런 세미나를 할 때 제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완곡하게 표현했으면 좋았을 의견들에 대해서 선생님은 한 번도 조언하려 하지 않으셨어요. 본인의 전문분야에 대해서도 먼저 묻지 않는 이상 논의를 지레 정리하거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단정 짓는 경우가 없었어요. 그런 어른의 모습은 당시의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는데요, 제가 조금은 모난 말을 할 때에도 진심으로 골똘한 표정을 지으며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고는 다른 참여자들이 제 생각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이야기를 덧붙여주시곤 했어요.
승철 쌤이 떠나시기 바로 얼마 전까지도 저는 책과 인터뷰 관련된 일들로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요. 출판되는 책을 처음 쓰는 저는 부담감 때문에 잔뜩 위축되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로 북돋워주셨어요.
하루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늘어놓았더니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고는 대화를 마쳤는데 신경이 많이 쓰이셨나봐요. 늦은 저녁, 고민하는 부분에 도움이 될까 싶어 보낸다며 이런저런 책 목록을 보내주시더라구요. 생지연에서 책 쓰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닐 텐데, 참 따뜻하고 세심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아마 여기 모인 많은 분들, 또 오지 못하셨지만 〈생태적지혜연구소〉에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분들이 승철 쌤에게 각자마다의 빚을 진 사람들이 아닐까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합원 한명한명이 승철 쌤이 열심히 모은 도토리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올 해 추모축제의 포스터 제작을 맡기도 했는데요, 포스터에는 열심히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와 홀홀이 빛을 밝히는 반딧불이, 그리고 그들에게서 생태적지혜를 배우려 멀리서 숲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어요.
다람쥐는 묵묵히 도토리를 모으고, 그렇게 모여진 도토리들이 떡갈나무가 되어 이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빚어가지요.
다람쥐처럼, 도토리처럼, 반딧불이처럼,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승철 쌤이 내시던 길이 멈추지 않도록 작은 갈래들을 내며 함께 걷고 싶어요. 오늘 마음을 나누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