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싹 퉤, 간편함의 탈을 쓰고 우리를 병들게 하는 ‘물티슈’

매일매일 소비하는 물티슈가 사실은 플라스틱이라고? 편안함, 간편함의 탈을 쓰고 지구와 환경, 우리를 병들게 하는 물티슈, 이젠 그만 써야 하지 않을까?

비건인 내가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동물을 통해서였다. A Plastic Ocean(플라스틱 바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보았던, 코에 빨대가 꽂혀 피가 철철 나는 바다거북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에 가득 차 죽은 어린 새들의 모습은 나의 내장을 꿈틀거리게 했다. 편하고자 생각 없이 쓰는 물건들이 다른 생명의 삶을 이리도 끔찍하게 만들고 있다니, 이건 당장 멈춰야 하는 행위구나, 반성했다.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플라스틱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장롱에 가득 차 있는 옷부터 매일 사용하는 샤워용품들, 음식을 감싸는 포장지들… 우리들이 그야말로 플라스틱에 둘러싸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그제야 보였다. 물티슈도 그 중 하나였다.

우리 주변의 생활용품들 중에는 친환경 마크가 달렸어도 친환경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by pepe ceron-balsas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LN3D0oDs3qs
우리 주변의 생활용품들 중에는 친환경 마크가 달렸어도 친환경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사진 출처 : pepe ceron-balsas

물티슈의 주원료는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합성섬유이다. 폴리에스테르는 플라스틱을 섬유화한 것으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지독한 물질이다. 환경과 쓰레기가 이슈화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목재 섬유로 만들어져 생분해가 가능한 레이온 소재의 물티슈를 출시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제조과정에서 엄청난 화학물질이 사용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 볼 수 없다 (친환경 마크가 달렸어도 친환경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물티슈는 제조된 지 몇 달이 지나도 곰팡이 하나 슬지 않는다. 생물이 살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존제, 방부제, 살균제 같은 화학물질이 뒤범벅되어있기 때문이다. 깨끗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를 화학물질에 매일같이 노출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물티슈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접한 기사에 의하면, 물티슈가 하수구로 들어가 그 안으로 흘러 내려온 기름성분과 결합되면, 돌을 뚫는 드릴을 동원해야지만 제거할 수 있는 거대한 돌덩이(팻 버그, fatberg)1가 된다. 이는 물티슈가 썩지 않는 비닐과 같은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지금 내가 쓴 물티슈는 내가 죽더라도 지구에 남아 다른 생명을 괴롭히는 존재로 남아있게 된다는 뜻이다. 덧붙여, 물티슈 돌덩이를 제거하기 위해 드는 돈은 약 1568억 원에 달한다. 당장은 싸고 간편해서 썼을지 몰라도, 결국 개개인이 편안함을 위해 줄인 시간과 에너지는 세금으로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민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티슈는 51,000,000장이다. 한 달도 아니고 하루, 전국도 아니고 경기도에서만 저 정도를 사용한다. 이 얇은 플라스틱은 땅에 남으면 식물이 자라고 흙이 숨 쉬는 것을 방해할 것이고, 바다로 가면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어 그들을 죽이거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우리의 밥상에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친환경’, ‘에코’, ‘지속가능성’ 등의 단어들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편하고 간편한 삶을 유지하면서 과연 친환경이 행해질 수 있을까? 친환경이란 마크를 달고 나온 물티슈라 하더라도, 생분해 100%라는 말이 적혀 있더라도… 화학물질을 가득 머금고 플라스틱 포장지에 감싸져 나오는 것들은 친환경이 될 수 없다. 정말 환경과 지구의 다른 생명, 미래의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물티슈를 당장 끊어야 한다. 간편함과 이별하고 빨아 쓸 수 있는 면 행주, 면 걸레와 다시 연을 맺어야 한다. 쓱싹 퉤, 간편하다고 생각 없이 던진 물티슈에 수많은 생명이 질식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 생명에는 우리도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말자.

일상에서 물티슈 대체하기

가장 먼저 할 일은 물티슈를 없애는 것! 눈에 보이면 쓰고 싶어질 뿐이다. 물티슈를 대체하기에 가장 좋은 건 소창이다. 소창은 성글게 짜인 100% 면직물로, 기저귀로 쓰일 만큼 부드럽고 위생을 위해 쓰기 좋다. 게다가 소창은 예로부터 인천 강화도의 지역 생산물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만들기 때문에 탄소발자국2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강화 소창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모양과 사이즈가 다양하게 나오니 본인 생활 습관에 맞는 것을 잘 선택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한다.

그 다음엔 사용 후 바로 빨아 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주방 수납장 바닥 면에 끼워 쓰는 키친타월 걸이를 행주 걸이로 사용한다. 그 외에도 주방 곳곳에 행주를 널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면 활용하기가 좋다. 당장 닦을 수 있는 행주가 없다면 또 물티슈를 찾게 될 테니, 언제든지 깨끗한 행주가 대기할 수 있도록 사이클을 만든다. 경험상 쓰는 즉시 빠는 것이 가장 덜 귀찮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한 손으로도 조물조물 빨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소창을 선호한다. 행주의 색이 변했다면, 넓은 냄비에 물을 가득 담고 베이킹소다를 넣은 뒤 삶는다. 따로 시간을 내기는 귀찮을 수 있으니 요리할 때 겸사겸사 하는 것을 추천한다.

뭐든지 처음은 힘들고, 습관을 들이는 것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고 소창과 친해진다면, 환경뿐만 아니라 동식물과 육지·바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 테고… (ㅎ)

* 참고 자료 :


  1. 팻 버그(Fatberg)는 기름인 팻(Fat)과 빙산을 뜻하는 아이스버그(Iceberg)의 합성어로, 하수구를 막는 거대 기름 덩어리이다. 2019년 영국에서는 64m에 달하는 거대한 팻버그가 발견되었는데, 구성물질의 대부분인 93%를 물티슈가 차지했다.(출처:https://www.bbc.com/news/business-46835573)

  2. 탄소발자국은 인간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등)의 총량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연료, 전기, 용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연우

생물과 무생물을 모두 좋아한다. 직업은 시각예술작가이자 출판/콘텐츠/문화기획자, 한마디로 프리랜서다. 독립출판물 가지가지도감과 장롱다방:대화집, 방산어사전 등을 엮었으며, 〈Portrait in Plastic〉과 〈정서적고향〉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동물권과 환경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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