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시즌2] ① 차갑고 뜨거운(AMOC) -AI작곡편

‘월간 기후송’(시즌2)의 작곡과정과 주제를 기록한 ‘작곡 일지’. 시즌2의 첫 번째 곡은 ‘차갑고 뜨거운(AMOC)’이라는 곡으로, 현재 해류순환이 점점 느려지고 있고, 멀지않은 때 멈출 수도 있으며, 이는 빙하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한 소식을 노래로 표현한 곡.

월간 기후송 시즌2 소개

2022년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노래들을 새롭게 다듬고 앨범도 제작해 보면 좋겠다.’ 생각만 하다가, 기후활동과 생계활동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어느덧 후속작업은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근 2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사이에 기후위기 관련 큰 사건들이 있었고 그 중 몇 가지는 제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는 곧 제 마음에 새로운 작곡에 대한 열망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해양컨베이어벨트(열염순환). 그림출처 : 위키백과, Brisbane

그 중 한 사건이 바로 오늘 노래의 주제인 ‘대서양자오선역전순환(AMOC)’ 붕괴에 대한 것입니다. 2023년 관련 연구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그 기사 제목이 “해수 순환 붕괴 임박, 영화 ‘투모로우’의 빙하기 경고장 떴다.”였습니다. 쉽게 말해 해류순환이 멈출 수 있고 그게 빠르면 2039년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빙하기라니, 그것도 불과 몇 십 년 안에?

저는 종종 책을 읽다가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거나, 어떤 큰 사건들을 겪으면 노래로 만들고 싶은 열망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동안 발생한 사건들과 그로 인해 제 안의 고민들을 노래로 다시 한 번 풀어보려 합니다. 물론 시즌1 때처럼 매달 한 번씩 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 정확히 말하면 ‘간헐적 월간 기후송’이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는 컨셉의 변화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AI vs. 인간’이란 컨셉입니다.

최근 2년 동안 AI(인공지능)의 발달이 매우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작곡도 AI가 아주 손쉽고 빠르게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AI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 저 역시 불편한 마음이 좀 있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서도 개인의 사용량은 대기업들의 사용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긴 합니다. 아무튼 이제 과거의 스마트폰처럼 업무든 소통이든 간에 AI를 제외하고 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에, 그렇다면 문제를 인식하고 잘 선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편으론 해봅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1)제가 가사를 만들고, 2)이를 AI에 넣고 돌리면 AI가 곡을 만들어 줍니다. 연주와 노래까지 완성해줍니다.(참고로,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AI가 만든 음원은 정말 완벽합니다. 당장 앨범으로 발매해도, 누구 유명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수준입니다.) 3)완성된 곡을 작곡일지와 함께 공개합니다. 4)이후 그 가사로 제가 새로운 곡을 작곡하고 공유합니다. 이때는 제가 사용하는 어쿠스틱 악기인 기타로 만들고, 음원도 심플하게 기타와 노래를 중심으로 녹음해 만듭니다. 즉 제가 AI에게 도전하듯 곡을 만들고 공개하여 결과적으로 누가 더 잘하는지 평가가 되는 방식입니다. 아마도 제가 매우 불리하겠죠? ㅎㅎ

기대하는 바는 이런 노래들이 많이 알려지고 들려지면 좋겠고, 그로인해 관련 주제들도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든 음원이야 별로일 수 있겠지만 AI가 만든 음원은 퀄리티가 꽤 좋기 때문에 아마도 즐겨 들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시즌1에서 만든 곡들을 AI로 다시 작곡하여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래 듣기(링크)

차갑지만 뜨거운(AMOC) -AI작곡편

주제에 대하여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작, 2004)

영화 《투모로우》에도 나오지만, 해류순환이 멈추고 나자 빙하기가 도래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재난영화 중 가장 과학적인 영화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영화적 효과를 위해 단 6주 만에 빙하기가 도래했지만, 실제 해류가 멈추면 이후 10년 정도면 빙하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전(前)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그의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다에는 해양학자들이 ‘해양컨베이어벨트’라고 부르는 해양 대순환 해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적도의 따듯한 물과 북극의 차가운 물이 전 세계를 돌며, 적도는 너무 뜨겁지 않게, 북극은 너무 차갑지 않게 해주는 일종의 혈액순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음에도 기후가 비슷한 이유는 바로 이 따듯한 해류의 영향 때문입니다. 즉 이 해류순환은 기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뜨거운 난류가 북극권에 다다르면서 한기를 만나면, 많은 양이 수증기로 증발하면서 염분이 높아지게 됩니다. 염분이 높은 바닷물은 담수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가라앉게 됩니다(침강). 마치 펌프질을 하듯 엄청난 양의 물이 바다 아래쪽으로 흘러가고, 그 힘으로 전체 해류가 순환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듭니다. 여기서 시작한 해류가 전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데 약 천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해류 중에서도 대서양 부근의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이란 해류가 가장 중요한데, 최근 이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서두에서 언급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그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1 핵심은 해류순환이 2025~2095년 사이에 붕괴(멈춤)될 수 있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붕괴 시점은 2039~2070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기후변화 관련 가장 권위 있는 유엔 기구인 IPCC는, 지난 2021년에 “해류순환(AMOC)은 이미 느려지기 시작했지만 21세기 중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IPCC의 연구는 2004년부터 최근 데이터를 토대로 관측한 결과이고, 앞서 소개한 연구는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와 해류 흐름을 관측한 결과라는 점에서 데이터양의 차이가 큽니다. 연구에 참여한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섭다”면서도 “하지만 (AMOC 붕괴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저 역시 해당 연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면서 걱정이 엄습해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허황된 얘기가 아닌 것이, 과거에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13,000년 전 북미에 있던 ‘로렌타이드’라는 빙하가 녹기 시작했고, 동부의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 북대서양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이 담수로 인해 염분이 낮아진 해류는 가벼워지고 결국 멈춰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열공급이 중단되자 북극권의 차가운 한기로 인해 급작스레 추워지며 ‘영거 드라이아스기’가 오게 되었고, 추위는 1,000년이나 이어졌습니다.

영화 《불편한 진실》 화면 갈무리.

지금의 오대호를 만든 북미의 그 빙하는 사라졌지만, 인근에 비슷한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그린란드’입니다. 그린란드 역시 뉴스로 종종 심각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위험하다고 본 티핑포인트 16곳 중 하나이고, 빙하 녹는 속도가 과거보다 5배나 빨라졌다고 하는 연구결과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월간 기후송에서 ‘멸종애가’란 노래를 다룰 때,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걱정을 했었는데, 해류순환 붕괴 역시 인류문명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큰 사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사

[verse1]

차갑게 내리 누른다

뜨겁게 솟아 오른다

뜨겁게 또 차갑게

서로 다른 곳으로 흐른다

[pre-chorus]

너무 뜨거워 타오르지 않게

너무 차가워 얼어버리지 않게

그렇게 서로 얽히고 설켜

1000년을 흘러 다시 이 곳으로

[chorus(후렴)]

왜 우리는 커져야 했나 더 커져야 했나

왜 우리는 멈추지 않고 멈춰 세워졌나

왜 우리는 커져야 했나 더 커져야 했나

왜 우리는 멈추지 않고 멈춰 세워졌나

[verse2]

뜨거우면 얼어붙는 역설

차가우면 타오르는 역설

너의 한기가 날 가볍게 해

난 갈 곳 잃고 멈춰버려

[pre-chorus]

그곳에 있어야 할

그대로 있어야 할

이 만큼 차가우면 되지 않을까

이 만큼 뜨거우면 되지 않을까

가사에 대하여

저는 기후활동과 더불어 기후환경강사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 해류순환 붕괴(멈춤)에 대한 얘기를 강의 중에 종종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월간 기후송을 시작하려고 마음먹게 되면서 이걸 주제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정말 빠르게 가사를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주제와 컨셉이 잡히면 이렇게 가사 초안이 빠르게 만들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해류순환 붕괴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 많지만, 그게 현 시대나 사회를 은유하는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이런 중의적 의미를 담게 되어 나름 제 기준으로는 잘 나온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작곡에 대하여

이번 프로젝트는 ‘SUNO’라고 하는 AI 작곡 툴을 주로 사용해보려 합니다. 만들고 싶은 노래에 대한 묘사를 작성하면 순식간에 노래를 만들어줍니다. 연주곡으로 만들 수도 있고, ‘커스텀 모드’를 사용하면 직접 만든 가사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rock, blues 등 노래 스타일(장르)을 지정해주면 그에 맞게 작곡해 줍니다. 물론 ‘비오는 날 우울한 분위기’같은 식의 묘사도 가능합니다.

이번 곡을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변화를 줘가면서 제법 시간을 많이 들였고, 골라 둔 몇 곡의 후보곡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밝은 노래 스타일보다는 좀 어둡고 또 강한 느낌의 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린킨 파크(Linkin Park)’ 같은 뮤지션들의 장르로 알려진 ‘Rap Metal’로 정했습니다. 완성된 곡은 랩 적인 요소들도 좋고, 멜로디는 훅(hook)을 잘 살리면서도, 파워풀한 노래가 나왔습니다.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제법 들을만하니 이번 기회에 한 번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사실 이 대결은 저에게 제법 불리합니다. 저는 단지 기타 한 대 뿐이고, 상대는 풀 밴드이니까요. 그래도 인간의 손맛을 믿고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조만간 이 곡에 도전하는 곡을 만들어 올리고, 투표를 한번 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제 자작곡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댓글 4

  1. AI와 통기타 어쿠스틱과의 대결을 골자로 접근한 시도가 신선합니다. 영준님이 작곡한 곡도 궁금합니다.
    ‘왜 우리는 멈추지 않고 멈춰 세워졌나’ 이 부분은 특히 시대에 대한 진단처럼 여겨져서 와닿네요.

    1. 세심한 첫 댓글, 감사합니다! 제 의도를 꿰뚫어 보고 계신것 같은.. ㅎ
      네 맞대결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작곡해서 공유드릴게요~~

    1. 재미있게 들어주셔 감사해요~~ 패배의 두려움을 접어두고 열심히 창작해 보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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