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⑦ 기후행진가

〈월간 기후송〉의 작곡 일지 8월편(일곱 번째 곡). 이달의 노래는 ‘기후행진가’라는 곡으로, 거짓과 핍박이 커져가고, 시간은 촉박하고 실망이 많아지더라도, 저항과 사랑의 행진으로 서로 연대하여 기후정의를 이루어내자는 의미의 곡.

● 노래를 만들기까지

지난 달 작곡일지에서 ‘924기후정의행진’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드렸는데요, 이번 곡은 행사 당일 행진 때 함께 불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물론 불러주시는 분들이 부를만하다고 판단을 하셔야겠지만… ^^

‘행진가’라고 해서 행진 때만 부르자는 것은 아니고, ‘행진’이란 것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는 비유인 만큼, 기후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연대하고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철저하게 이러한 목적으로 곡을 만들었기에 특별한 주제가 있지는 않고, 924 기후정의행진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 해요. 그래서 이전 작곡일지보다는 꽤 짧을 거예요.

● 주제에 대하여

이번에는 ‘924기후정의행진(이하 924행진)’에 대해 좀 더 언급해 보려는데요, 우선 홈페이지와 가이드북에 나온 주요 설명을 중심으로 요약 및 정리해보고, 924를 준비하는 과정의 이야기들과 저의 생각들도 조금 이야기해보려 해요. 공식적이고 자세한 설명은 홈페이지와 가이드북에 나왔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홈페이지 머리말에서 이번 924기후정의행진에 대해 짧게 설명한 머리글이 있는데요, 기후위기는 단지 화석연료의 문제뿐만은 아니라고 진단합니다. 즉 자연과 사람을 착취하는 자본과 권력의 수탈과 폭력, 이것이 반복되어 온 역사, 총체적으로는 시스템의 문제로 진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924행진은 이러한 체제에 맞서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만들려는 것이고, ‘기후정의’가 바로 그 방향타가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지난 6월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꾸려졌고, 현재 시민, 지역, 노동, 환경, 에너지, 종교, 여성, 인권 등 200여 개의 다양한 단체가 함께 하고 있어요. 또한 이 행동을 함께 만드는 데 재정을 보태며 동참하는 다양한 개인이 ‘추진위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직 추진위원이 아니신 분들이 지금 바로 고고!

*추진위원 신청링크: https://url.kr/s5tzld

‘9월 기후정의행동’은 9월19일(월)부터 24일(토)까지의 기후정의주간과 924 기후정의행진으로 구성됩니다. 각 지역 및 단체는 기후정의주간에 다양한 기후행동을 조직합니다. 기후정의행진은 9월 24일 서울 집중으로 광화문에 대규모 집결하여 힘을 모아내는 행사입니다.

924행진 전 이를 알리는 집중행동 주간인 ‘기후정의주간’을 정해,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924를 알릴 예정이에요. 최초 계획은 언급된 대로 광화문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현 서울시장인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에서 집회를 금지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여러 고민 끝에 결과적으로는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사실 집회 시위를 조례로 제한한다는 건 헌법 위반이라고 생각하지만, 워낙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이다 보니 주최측도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입니다. 이 문구로 결정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는데요, 처음 3개의 후보 문구 중 하나인 ‘이대로 살 수 없다’라는 문구에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많아 ‘기후재난’이 붙여진 문장이 채택되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3개의 문구 중 “위기 넘어 새로운 길을”이란 문구가 거의 50%에 가까운 선호도를 보이며 채택 가능성이 높았지만, 당일 회의에서 아직 새로운 길을 말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결과적으로 현재 문구가 정해지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매우 많아서, 슬로건을 정하는 당시 전체 회의에도 참여했었어요. 그때 즈음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참고자료가 될 만한 내용을 제안해 주셨어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의 메시지 가이드 원칙인데,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참고로 이 내용은 가이드북 6-7페이지에 잘 정리가 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9월 기후정의행동 가이드북.
9월 기후정의행동 가이드북.

그런데 정해진 슬로건을 그 원칙에 따라 평가해 보니 적절하지는 않더라고요. 그 가이드 원칙은 지향할 것과 지양할 것으로 분류해 설명하는데, 지양해야 할 내용 중 하나가 “더 이상의 X는 없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즉, 우리가 바라지 않는 것을 메시지 전면에 세우는 문구인 거죠. 그런데 비교해 보니 “기후재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딱 여기에 위배되는 슬로건이더라고요. 저 역시 당시 회의자리에 있으면서도 이 부분은 지적하지 못했기에 아쉽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물론 다수의 판단이 있었기에 그 부분도 존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회의일수록 매뉴얼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추후 평가를 할 때 정해진 기준에 맞춰 적절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슬로건 얘기가 너무 길었네요. 아마 많은 분들이 924가 뭐냐에 이어 왜 9월에 그런 행사가 필요한 것이냐고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마침 이 부분은 가이드북에 잘 설명이 되어 있는데요, 크게 세 가지로 말하고 있어요.

(1) 올해 11월에 열릴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를 앞두고 압박하기 위해서

이 회의는 기후변화협약을 맺은 국가들이 매년 한 번씩 모여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인데요, 우리가 잘 아는 파리협약은 바로 21번째 당사국총회(cop21) 회의였어요. 지금까지 총 26회 열렸는데 그 과정에서 나름의 진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온실가스는 한 번도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어요. 즉 30년 가까이 계속 실패를 해왔다고도 볼 수 있어요. 물론 지금까지 실패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의 전 세계적 힘의 역학과 구도가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 더욱 후퇴하는 한국 정부의 기후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 선언과 그린뉴딜 정책 등을 실행했지만 사실 이명박의 ‘녹색성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는데, 이번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을 대폭 확대하고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등 지난 정부보다 훨씬 후퇴하는 관련 정책을 보여주고 있어요. 따라서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924행진을 통해 더 이상의 후퇴를 막고, 기후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3) 투쟁하는 이들과 함께 싸우며 기후정의의 대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금씩 길을 내며 싸우는 많은 이들이 곳곳에 있어요. 이들과 함께 싸우며 누군가에게 해결해 달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바로 이번 924행진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그럼 대체 이번 행진을 통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냐고 물으실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이것도 가이드북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답하고 있어요. 이건 중요하기 때문에 가이드북의 전문을 그대로 옮겨와 볼게요.

(1)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가능한 빨리 중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석탄, LNG 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발전소를 최대한 빨리 폐쇄해야 합니다. 또한 이를 대체할 공공적,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해야 합니다. 사고위험과 방사능 폐기물로 인해 기후생태위기를 가중시키는 핵발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시장화된 화석연료 기반 교통, 운송 체계 역시 공공교통 중심의 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쟁적 이윤추구 아래 각종 자원이 지구적인 한계를 넘어 채굴, 생산, 소비, 폐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후생태위기를 가속화하면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윤을 위한 에너지, 식량 체제 아래에서 자행되는 생명파괴와 생태위기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2)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불평등이 기후위기의 원인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은 기업과 자본의 이윤추구와 최상위 부유층투자와 소비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자본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와 거래된 자연은 그들의 소유가 되어 착취, 수탈당하며 이러한 불평등은 소유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됩니다. 한편 기후위기는 불평등을 더욱 강화합니다. 위기와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불평등의 선을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합니다.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과 피해가 집중됩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불평등. 이는 국가를 넘어, 지구적 차원에서도 분명한 진실입니다.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착취와 수탈, 생태계 파괴에서 한국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하고, 기후생태위기로 인한 피해와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고 지구적,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3)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세상을 이렇게 망쳐놓은 기업과 자본, 정치인들에게 다시 세상을 맡길 수 없습니다. 기후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입니다. 누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바로 기후위기 최일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폭염과 홍수에 생명을 위협받는 주거빈곤층, 자연과 삶터를 파괴하며 들어서는 난개발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 기후위기라며 농토에서 쫓겨나고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농민과 노동자들, 기후위기에 더 큰 위협을 받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무참히 희생되는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는 우리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로부터 시작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기후정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전문은 924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나머지 주요한 정보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개인으로 또는 단체로 참여해주세요.

○ 9월 기후정의행동 일정
-9.19(월) ~ 9.23(금) : 기후정의 주간 (여러 지역과 단체에서 다양한 행동이 열리는 기간)
-9.24(토) : 9.24기후정의행진 (광화문 일대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행진)

개인으로 함께하기

단체로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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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verse1)
거짓이 커져갈수록
또렷해지는 진실
핍박이 강해질수록
단단해지는 연대

시간이 촉박할수록
더 많아지는 잡은 손
실망이 깊어갈수록
더 많아지는 발걸음

(chorus)
우리의 행진은 저항
멈출 수 없는 발걸음
우리의 행진은 사랑
여럿이 걷는 한 걸음

(verse2)
서로 조금은 달라도
속도는 조금 달라도
우리는 함께 한 걸음
누구도 남김 없는 한 걸음

● 가사에 대하여

이번 가사는 특별하게 설명드릴 것이 없이 보시는 그대로예요.

반대하는 목소리, 탄소중독체제와 녹색전환을 가로막는 방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런 것들로 인한 실망이 우리를 낙심하게 하지 못함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럴수록 우리의 연대는 더 공고해지고, 연대의 손길과 행동은 더 많아질 것이란 점도요.

우리의 행진은 저항이자 사랑의 행동임을, 그리고 서로 조금씩 다르고 조금은 느리게 보이더라도 함께 한 걸음을 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악보

● 작곡에 대하여

아주 전형적인 8비트 Rock 스타일의 곡이에요. 멜로디도 왠지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멜로디고요.

그렇게 만든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목소리로 불렀으면 하는 기대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너무 쉬운 곡조와 리듬이면 긴장감이 없기때문에, ‘싱코페이션’, 즉 당김음의 리듬을 제법 사용했어요. 그래서 혹시 따라 부르시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되지만, 새로운 행진가인 만큼 조금은 모던한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자주 듣다 보면 아마도 누구나 금방 따라 부르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ㅎㅎ

● 노래 듣기

다운로드를 원하시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https://url.kr/lpe8hb)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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